시험 걱정 없이 천천히 배워간다는 마음으로 책을 대하니 이해가 부족해도 좋을때가 있다. 조금이라도 뭔가 알았다는 생각이 들면 책을 읽기 잘했구나 싶어진다. 잘 모르는게 워낙 많아 볼 책도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선뜻 손을 대지 못한 분야중의 하나가 세계사였다. 너무도 봐야할것이 많고 기억해야 할 것도 많은 세계사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리나라 안의 도시 대부분을 가본적이 없는 내가 다른 나라까지 친숙하게 느낄수는 없었다. 지금껏 낯설고 짐작도 되지 않은채로 있어 역사를 이해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알고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었다. 작년쯤부터는 로마역사에 조심스럽게 관심이 생기면서 더욱 세계사를 알고싶어졌다. 이 책은 참 매력적인 소개글을 갖고있었다. 지도를 보며 지리를 이해하고 그 관계를 알면 자연스럽게 세계사를 알 수 있게 될거라는 말이 내게 희망을 주었다. 사실 지리에도 약해서 지도가 마구 등장하는 책을 보는게 만만하지 않을거라고 여기면서도 어쩌면 이 책으로 인해 지리와 세계사를 모두 배우고 익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때문에 되도록 천천히 읽어나갔다.

  고대의 역사부터 설명이 되어있어 긴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제목이 세계사 명장면인만큼 자세한 설명보다는 유명하고 기억해야할만한 장면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명료한 줄거리 설명과 관련된 사진이나 지도가 컬러로 실려있다. 덕분에 보기에 무척 편하고 좀 더 실감이 났다. 특히 전쟁의 설명같은경우 지도에 이동경로나 사건의 순서가 표시되어있어 흐름을 파악하는데에 도움이 됐다. 그림과 글의 보완이 잘 되어있다는 생각을 몇번 하곤 했었다. 물론 이정도로 완전한 설명이라고 보기 어렵겠지만 세계사에 워낙 약한 내겐 오히려 기본 틀만 잡힌 설명이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에 좋았다.

  지도를 통해 보는 세계사는 땅 중심의 세계사를 보는것일텐데 가면 갈수록 그저 사람이야기로 느껴졌다. 보는 시점의 차이일 뿐이겠지만 워낙 전쟁이야기가 많다보니 어느새 땅보다는 사람이 자꾸 보였다. 어쩜 이리도 한결같이 사람은 서로 싸우면서 살아왔을까. 우리나라의 동학농민운동이나 일본의 이야기를 보다보니 절로 이런게 명장면인건가 싶어 씁쓸해지기도 했다. 앞으로의 세계지도에는 어떤 변화가 새겨질까 절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세계사의 큰 흐름을 따라온 탓에 그 어느때보다 국가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생명체같았다. 사건을 보면 역시 사람의 역사이지만 저마다의 장소가 가진 시간과 역사를 보면 땅 중심이라는 설명이 맞는것도 같다. 크게 어렵지 않아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이 시리즈의 다른책도 찾아봐야겠다.

   나이를 점점 먹어가니 새로운 의미로 외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냥 무작정 굶거나 비싼 돈을 들여서 날씬해지는것보다 건강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좋아지면서 살을 빼고싶다고 생각이 바뀌는 것이다. 그럴때 가장 솔깃한것은 직접 자기 손으로 몸을 문지르고 누르고 쳐서 마사지하는 방법이 아닐까.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배우면 그 자체로 평생 요긴하게 쓸 수 있어서 참 좋아보였다. 그래서 이런 책은 보이면 보이는대로 다 보고싶은 마음이 있다. 거기다 제목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안빠지는 살은 없다니 참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저자는 결혼 전부터 마사지를 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몸은 빠졌다 찌기를 반복하고 다이어트 보조식품이나 에스테틱에 의존하고 있었단다. 어쩐지 이해가 될것 같다. 일이 되면 집에서조자 그 일을 또 하고싶지는 않는게 보통 사람들 마음이다. 하루종일 고객의 몸을 만졌으니 자신의 몸은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지 않았을까.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서 체중이 급격히 불었고 출산 후 이런저런 이유로 이전에 해오던 방법을 사용할 수 없게된 저자는 스스로 몸을 돌볼 생각을 하게됐다. 식생활을 개선하고 스스로의 몸을 마사지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그야말로 아주 상식적인 방법이다. 마사지가 좀 더 전문적이었을 거라는 차이밖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출산 후 1년 3개월만에 20kg 감량에 성공했다고 한다. 표지 하단에 있던 전과 후 다리 사진은 지은이 자신의 사진이었던 모양이다.

  먹는것과 운동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마사지가 그 사이에서 참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사진들을 보면 지은이는 몸매는 물론 얼굴까지 참 예뻐졌다. 목주름 하나 없고 아이를 낳은 사람같지가 않아 보였다. 사진 하나 하나가 전부 화보처럼 보일만큼 젊음과 아름다움이 당연한 사람같았다. 먹는게 잘못되면 살이 안빠질 수 있고 빠지더라도 건강을 해치게 된다. 너무 과한 운동은 몸에 그 흔적이 남는다. 독특한 체형이나 과한 근육처럼 말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만드는데 필요한 좋은 음식과 적절한 운동이 제대로 효과를 드러낼 수 있도록 만드는게 마사지같다.

  책을 보면서 마사지가 단순히 식습관이나 운동의 보조역할을 하는것만은 아니라는걸 알았다. 직접 몸의 여기저기를 만지고 혈자리나 림프절같이 건강에 직결되는 부분도 손이 닿기때문에 몸을 빚어간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대체로 따라하기 쉬운 편이었고 큐알코드로 영상을 직접 보니 이해도 훨씬 빨라 좋았다. 얼굴에 하는 마사지도 있어 놀라기도 하면서 반가웠다. 목주름에 대한 부분이 한번도 본적 없는 방법이어서 어느정도의 효과가 있을지도 참 궁금했다. 전체적으로 초보자의 수준으로 염두하고 만들어진 책인듯 했다. 아쉬운것 하나라면 마사지를 할때 사용하게 되는 오일이나 도구의 제품소개가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팔지 않는 것들이어서 이 부분만큼은 처음부터 직접 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껏 봤던 책중에서도 참 쉬운편에 속해서 좋았다. 이걸 어떻게 내 생활속으로 깊이 끌어들일지 고민이 시작됐다. 하지만 절대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셀룰라이트도 지속되는 손길로 빠질 수 있다는게 지금도 참 신기하다. 꼭 내 방식과 습관을 가져서 책의 효과를 보고싶다. 책을 보는동안 기분좋은 자극이었다.

   손에 흐르는 피를 빼면 어딘가 유혹하는듯한 분위기를 주는 매력있는 표지여서 눈길이 갔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이름이어서 더욱 책을 살폈는데 스웨덴의 신예 작가라고 한다. 사실 북유럽쪽의 스릴러가 조금씩 알려지고 있기는 하지만 스웨덴이 북유럽의 스릴러 명가인줄은 몰랐다. 그런 곳에서 인정받은 작가라는게 관심을 끌었다. 독자는 물론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11만부가 팔렸는데 스웨덴 인구의 1%에 달하는 수치라니 대단하다. 이런 화려한 이력만으로도 구미가 당기지만 이 책은 3부작 소설 중 첫번째 책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길게 이어지는것도 무척 좋아해서 더 궁금해졌다.

  주인공 야나 베르셀리우스는 검사이다.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검사이지만 냉정하고 속을 알 수 없어 차가운 인상을 주는 사람이다. 이야기는 이민국 관리가 살해당한 것으로 시작한다. 아내가 남편의 죽음을 발견하고 신고했고 이 사건을 야나가 담당하게 된 것이다. 면밀하게 조사가 이루어지지만 범인은 잡지 못하고 의문만을 남긴다. 아이가 없던 그집에 아이의 손자국이 발견되는데 얼마 후 그 아이도 시신으로 발견된다. 아이의 부검에 참석한 야나는 아이의 목에 새겨진 글자를 보고 놀란다. 자신의 뒷목에도 남들에게 숨겨왔던 것이 있다. 똑같이 새겨진 죽음의 신의 이름. 야나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와 관련이 있음을 직감하고 경찰보다 빨리 이 사건을 해결하기로 한다.

  줄거리만 봤을때는 불행한 과거를 가진 여자가 꿋꿋하게 일어서 자수성가한줄 알았다. 그래서 차갑고 냉정하며 시크한 성격이 됐다고 생각했다. 검사가 된 만큼 어두웠던 과거를 철저하게 숨겼고 이것이 밝혀지기 전에 먼저 손을 쓰는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첫번째 살인사건이었던 이민국 관리의 죽음에 용의자였던 사람이 어린 소년이라는걸 간과했다. 지나고서야 보였지만 첫 사건 피해자의 근무지가 이민국이라는 것도 간과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원한이나 묻지마 살인사건이 아니었다. 불법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살기위해 죽기살기로 국경을 넘는 힘없는 사람들과 그렇게 넘어와서도 결코 안전하지 않은 현실문제가 녹아있다.

  불법 이민자 혹은 난민들의 문제는 갈수록 커져만 간다. 세상은 갈수록 양극의 차이가 심해져간다. 아직 우리나라는 크게 실감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이대로라면 남의 이야기라고 넋놓고 있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우리의 세상과 환경이 무관심 속에서 나빠져만 가고 있다. 이 책은 사건을 통해, 야나를 통해 이런 문제제기를 한다. 컨테이너에 몸을 실은 어느 소녀의 기억과 교차되어 전개되는 이야기는 스릴러의 재미와 무게를 모두 가졌다. 싫지는 않다. 다만 지구상 어딘가에선 정말 이런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슬프고 착찹해졌다.

  이어지는 2부, 3부가 어떻게 흘러가고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어쩐지 2부는 뭔가 더 마음이 아플것같고 3부는 더욱 긴장될것 같아 어서 보고싶다. 남은 두권을 모두 곁에 두고 한번에 쭉 이어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