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초입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맞이하는 대문. 한옥 공간에 들어서는 첫 번째 관문이지만
내부의 공간을 보지 않고 느낄 수 있는 첫 이미지다.

사진의 장소는 강릉 초당마을에 있는 허균, 허난설헌 생가터다.
집은 그 사람의 과거를 말해준다. 특히 한옥은 그렇다. 수백 년 전에 살았던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한옥이다. 집을 보면 그 사람이 살았던 과거도 알수 있고,
성품도 알수 있다. 참고로 하나 더 쓰자면 현대 생활에서도 이사를 할 때 참고할 부분이
새로 지은 집이 아닌 그 누군가 살던 집으로 이사를 갈 땐 전에 살았던 사람에 대하여
한 번 쯤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그 집의 기운을 알수 있다.

물론 그 집이 전에 살던 사람과 지금 나와 궁합은 다를 수가 있지만, 집의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관계 속에서만 아니라 집과 사람에게도 궁합이 있다.

개인적으로 한옥에서 좋아하는 구도는 전체적인 것보다 어떤 공간에서 다른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다는 것이다. 안에서 밖을 바라보고 또는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시선에서
그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낀다.

의성김 씨 종갓집 대청마루에서 바라본 밖의 모습은 하나의 갤러리를 만들어주었다.
나는 고향을 갈 적마다 한 번씩 찾는 곳이다. 건축학적 공간미로서는 이미 잘 알려진 곳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 더 좋다. 이야기가 많은 건축물은 한층 더 그곳에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이유를 만들어 주곤 한다.

한옥의 매력 중 하나는 이것이다. 안에서 사시사철 앉아서 다양한 그림들을 감상 할 수가 있다.
자연은 일 년 내내 같은 풍경을 보여주지 않는다. 같은 장소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라도 어제 다르고
오늘이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꽃이 같으면 구름이 다른 모습을 취하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 같은 모습을 하던 나무와 꽃들의 움직임이 다르다.

옛선비들의 소중한 보물은 방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밖에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창문을 열면 보여지는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이다.

풍류를 즐기고 멋을 아는 지혜는 멀리서 찾지 않았다.

책에서 작가는 바람(風)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한옥은 사람만 다니는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의 통로가 곳곳에 있다. 한옥은 빛과 바람 그리고 사람이 함께 사는 공간이다.
옛사람들은 한옥을 지을 때 바람길을 염두에 두고 설계를 하였다. 작은 구멍길 부터 사람과 함께
공존하는 큰 바람길이 있다. 그래서 한옥엔 대문도 많고 방문도 많고, 창문도 많다.

그 문을 모두 열어 놓으면 바람의 길이 된다. 그래서 한옥의 담장도 그렇게 높지가 않다.
조경으로 심어 놓는 나무도 함부로 아무 곳에서 나 심지 않았다. 바람의 통로에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 심어 바람의 활력소가 되게끔 하였다. 옛사람들 눈엔 바람이 보이나 싶기도 하다.
바람과 햇빛이 드나드는 길을 정확히 알고 집을 짓는다.

한옥이 시원한 이유 중 하나가 천장에 있다.
바로 연등천장(椽燈天障)이다. 서까래가 휜히 보이는 천장이다.
그래서 글자에서도 서까래 ”연椽” 이 들어간다. 천장이 높으면 집은 시원하다.

하지만 방의 천장은 나지막하다. 그 이유가 한옥은 침대생활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앉아서 생활하는 좌(坐) 식 공간이기 때문이다. 안정감 있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한마디로 대청마루의 천장은 높아야 하고, 방의 천장은 낮다.

요즘 새로 짓는 한옥에서는 침대를 들어놓고 생활 할수 있으니

옛 한옥보다는 천장이 다소 높게 만들수도 있을것 같다.

한옥의 특징 중 또 하나는 문에 있다. 아파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치인데
여름엔 이렇게 문을 들어 올릴 수가 있다는 것.
정식 명칭은 들어열개 문이다. 또 다른 말로는 벼락치기 문이라고도 한다는 것을 책에서 처음 알았다.
나는 이 문을 그냥 걸쇠문 이라고 했었다. 들어 올려 걸쇠에 건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었다.

이렇게 사방에 있는 모든문을 열어 올리면 순식간에 벽이 사라진다.

온전히 기둥만 남는다. 한옥은 상황에 따라 용도를 마술처럼 바꿔서 사용할수 있는 집이다.

우리 한옥에서만 함께 어울림이 가능 한 것들.
한옥집이기에 어울릴 수 있는 이것들. 아파트에서 이런 물건들이 있다면 어울림이기보다는
단지 골동품으로만 치부될 수 있는 모양들이다. 한옥집에서는 함께 어울려 산다.
함께 공존한다는 것은 어떤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다. 그 쓰임새에 맞게 쓰인다는 것이다.
이 물건들은 이곳에서만은 특별한 대접을 받기 보다 그 용도에 맞게 쓰이길 더 바랄 것이다.

책을 쓴 작가님도 내용 중에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한옥의 정겨움, 햇볕의 따스함, 창문이나 문으로 한지를 투과한 빛이 주는 포근함에서
작가는 어머니를 생각하고 어머니 자궁에서처럼 본능을 일깨워 준다고 말한다.

나는 이  소쿠리에서 어머니가 생각난다.
고향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오직 어머니의 물건이다.
애지중지하며 뜯어지고 낡고 헤진 곳엔 삼베 조각을 덫 대어 사용하신다.
어머니의 삶과 한평생 함께 하신다. 낡았다고 쉽게 버리지 않으신다.

우리 시골집에도 이런 물건 하나 있다.
어머니가 시집올 때부터 함께 온 물건이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광주리처럼 대나무나 싸리나무로 만든 것인데
요즘은 박물관에 모셔질 물건들이다. 또 놋쇠세숫대야도 있다.
완전 방짜 유기였다. 한옥집에서 놋쇠 세숫대야로 우물가에 쪼그리고 앉아
세수도 하고  툇마루에 걸터앉아 놋쇠 세숫대야에 발 담그고 있으면

여름에 피서가 최고 일 것 같다.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
이 책을 읽고 책장을 덮는 순간 한옥집의 시원함이 나의 몸을 휘감아 도는 느낌이다.
소박한 한옥 한채를 얻은 듯하다.
이제 한옥집에 가면 눈이 바빠질 것 같다.
한옥에서 느껴지는 촉감을 온몸으로 체험하기도 바쁘겠지.
바람도 느껴보고, 다시 햇볕이 주는 따스함도 느껴보고 여름이라도
그 햇살은 덥지 않고 따사로울 것 같다. 더운 것과 포근함은 다르니 말이다.

옛날 이덕무는 책에 미친놈 소릴 들었는데 나는 한옥에 미친놈이 되고 싶다.
아파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들이 한옥에서는 모두 볼 수 있다.
고층 아파트에 앉아 투명하나 닫혀 있는 유리창으로 바라보는 밖의 풍경은 지극히
단순하다. 하늘과 저 멀리 같은 동선에 있는 아파트뿐이다.
또한 아파트는 절대 자기 그림자를  스스로 만들어 방안에 있는 우리들에게 보여줄 수가 없다.

내 그림자의 실루엣은 아파트엔 없다. 하지만 한옥은 창문과 문에 내 그림자를 그대로 보여준다.
감옥 같은 투명한 유리에 갇혀서 기계적인 냉, 난방을 하며 기계(에어컨)가
호흡하고 내뱉은 공기를 들이 마시며 살아가는 아파트보다는 자연의 공기가 한지의
틈새로 드나들고 기계적인 난방이 아닌 온돌 열기를 우리 몸의 촉감으로 직접 비비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건강한 가옥구조이며 건강한 삶의 기본이 된다.

그리고
방안에 앉아서도 밖의 자연을 내 품에 들이고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요즘의 한옥은 “껍질만 한옥이고 통나무집”이라는 표현에 공감한다.
한옥의 장점을 누리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켰을 때, 우리는 진정 한옥의 참다운 면목을 보고

누리며 경험할 것이다.

플라스틱 용기 속의 김치보다 옹기 속의 김치가 더 신선하고 맛이 나는것처럼
나무와 한지, 흙벽으로 지어진 한옥이 콘크리트 옹벽 속에 사는 것보다 더 건강하다는 것은
체험하지 않고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건축에서 아파트를 혐오하거나 비하 하는 표현이 아니다.

아파트도 현대 삶에서 함께하는 소중한 주거공간임은 틀림없다.

다만 자연과 더불어 친숙함을 따지자면 아파트 보다 한옥이 좋다는것이다.

우리 인간의 삶은 자연을 닮고, 자연과 함께 할 때 건강해 진다.
자연을 뛰어넘지 말고 자연에순종하며 자연에 복종해야 한다.
자연 위에 군림하고자 하면 다치는 건 인간이다.
자연을 존중할 때 자연은 우리에게 베푼다.
자연을 이용함에 있어 그 고마움을 알고 그 가치를 알고 그 후 쓰임새를
가져야 자연과 인간이 함께 평화스러운 공존이 된다.

※본 리뷰에 사용된 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것을 사용하였습니다.

십승지 마을을 다른 뜻으로 표현하면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 살아 남을수 있는 곳이다.

삼재를 피해 생명부지를 위해 찾아간 곳이 그곳이다.

먹고살 만하여 산수풍경을 즐기면서 별장이나 짓고 사는 곳이 아니었다.

정감록에 나온 지역은 대부분 조선시대 임진왜란부터 근대의 한국전쟁 6.25까지

전쟁의 재난을 실질적으로 피하며 살았던 곳이다. 그 후손들이 지금도 그곳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면 씨(후손) 보존을 위한 종점이 바로 십승지 마을이 이니였을까?

더구나 정감록이란 책은 누가 쓴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당시 책 쓴 사람은 그곳을 모두 두발로 다녀보았지 않았을까?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 두발로 이 강산을 다녔듯이.

십승지에 나온 곳은 지금은 대부분 이름난 곳이다.

더불어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 나온 곳 과 같은 곳도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삼재(三災)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전국적으로 몇 곳을 지명하였다.

이 책에 나온 십승지는 지금은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영주 풍기, 경북 봉화 춘양, 보은 속리산, 남원, 경북 예천, 공주 마곡사 일대,

영월 연하리. 미사리. 노루목, 무주 무풍, 부안 변산, 경남 합천 가야,

개인적으론 가본 곳도 있지만 못 가본곳도 아직 많다.

이 중에서 경북 봉화 쪽은 지금도 오지로 알려져 있다.

하나같이 산수가 수려하고 물 좋고 공기 맑은 곳이다.

이곳도 점점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들면서 이제는 삼재를 피할 수 있는 곳이 못되지만,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지금 삼재를 피할 수 있는 땅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그만큼 자연이 훼손되어가고 있다는 하나의 이유가 돼 가니 왠지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그곳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보다 발전시키고, 개발하여 관광객이 들어오게끔 만들어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땅을 만들기에 급급해졌다.

경제논리를 적용하면 그 어느 곳 하나 보존하기는 어렵다.

모두를 가질 수는 없다. 하나를 얻고자 하면 또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두 손 가득 쥐고서도 또 하나를 더 가지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심이다.

두 손을 가진 인간에게 하나만 움켜잡고 다른 한 손은 펴서 비워두는 비움의 여유랄까?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기도 한데, 글세다.

안개가 자욱하게 내리거나 보슬비가 내려 대지가 촉촉이 젖어있는 십승지 마을을 찾고 싶다.

왠지 그런 곳은 맑은 날보다 비가 오거나 아침 안개가 내릴 때 찾아야 제맛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작가가 마지막에 했던 말 처럼 십승지 마을도 은둔과 도피의 기록에서 벗어나

현실에 맞게 청정하고 모든 사람들이 찾아와 편히 쉴 수 있는 힐링마을이 되길 원한다.

하나 바램이 있다면 개발이란 이름 아래 파헤쳐지고 훼손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한번 훼손된 자연은 복구는 할 수 있으나 복원은 되지 않는다. 다시 되돌릴 수가 없다.

복구와 복원의 차이를 잊지 말자.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까지 14명이 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서 소개한 작가는 16명이다.

책을 쓴 함혜리 작가는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언론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 후 서울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30년이나 하였다.

개인적으로 참 부럽다. 기자들을 로망처럼 여기기 때문.

 이젠 논설위원을 거쳐 츌판, 미술, 건축,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이력으로 보니 프랑스와 인연이 참 많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또 다른 책이<프랑스는 FRANCE가 아니다>인데 그 이유가 다 있구나 싶었다.

책의 목차를 보니 총 4편의 큰 이름으로 제목을 정했다.

1편은 "운명" 으로 주로 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이야기를

담고 있다.

2편부터는 국내 작업실이 있는 작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2편은 "열정 ", 3편은"고독 ", 4편은"전설 "

각 주제에 맞게 작가의 아틀리에를 찾고 그 이야기를 품고 있어 더 흥미롭고 재미가 있다.

16명의 작가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들어본 작가는 한 손가락에도 없다.

조선시대 화원(畵院) 이야기라면 나도 꽤나 많이 알고 있는데

현대적 예술작가에 대한 지식의 한계를 자주 느낀다.

그래서 현대미술이나 근대 화가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1편에 소개된 작가 중에서는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방혜자 작가가 기억에 남는다.

그에 대하여는 아는 게 없었지만 사진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굉장히 지적(知的)이고 연약해 보인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책을 쓴 함혜리 작가도 방혜자 작가의 첫 이미지가 그랬나 보다.

그렇지만 작가가 작업을 하는 모습은 첫 이미지와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늘 실수를 하는 법이니.

또 한 사람의 작가.

작가라기보다는 유명 작가의 부인 이야기다.

이응노 화백의 부인 박인경 작가. 이응노 화백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대신 박인경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도 파리에서 고암 서방을 지키고 있다. 박인경 작가도 미술을 전공하였다.

물론 이응노 화백이 생전시에는 그의 내조만 하였다.

박인경 작가에겐 과거 많은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아픈 과거가 될 수도 있고.

2편 열정에서 소개된 작가 중에서 기억에 남는 작가는

미술 분야가 아닌 사진 분야의 작가다.

소나무 사진으로 이름을 세계에 알린 배병우 사진작가.

배병우 사진작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붙일 말이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나도 사진에 관심이 많은 터라 배병우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유심히 읽었다.

소나무를 찍는 사진작가로만 알뿐 많은 부분 아는 바가 없어서 더 궁금한 사진작가다.

처음부터 사진을 했던 것이 아니라 미술에서 사진으로 옮긴 배병우 작가는 초기에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 중엔 고궁도 있고, 종묘도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소나무를 찍고 크게 느낀 바가 있어 그 후 소나무 사진작가로 유명세를 탄 것 같다.

처음엔 주변 사람들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핀잔도 받았지만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작업을 하였다.

사진에 있어 유행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옛 과거로 회귀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지.

시대가 변하고 문명이 발전하면서 과거는 사라지는 것이니 과거를 담을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오늘 지금뿐이다.

캬~ 내가 쓰고도 이거 좋은 말인데.  밑줄 쫙!(웃음).

배병우 사진작가를 더 유명하게 만든 일이 있다.

영국의 유명 가수인 엘튼 존이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 작품을 구입한 일이 언론 기사에서

많이 보도되었다.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찬사를 받았다고 해야 될 작가다.

우리의 옛 문인들 중에서도 국내보다 외국에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사람이 적지 않다.

그 좋은 예로 허난설헌이 있다. 조선 최초 국제 베스트 여류작가라고 불릴 정도로.

배병우 작가가 제일로 꼽는 소나무 자생지역은 경주다.

경주는 베어내는 목적으로 심은 나무가 아니라는 점. 왕릉이 많은 탓에 그와 어울림이 목적이다.

곧은 소나무 보다 휘어진 소나무에 더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한(恨)이 많아 보이기도 하고 역사를 기억할 것 같은 나무.

나도 소나무와 인연이 참 많은데. 나의 호(號)가 송정(松庭)이다.

송정인 이유가 나의 사주와 관계가 깊어서인데, 내가 속한 고향 친목모임 이름도

소나무가 들어간다. 송우회(松友會) 였다.

그런데 소나무 숲 사진은 생각보다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조건이 잘 맞아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

적당한 안개와 햇빛 그리고 사진가의 감성과 통찰력, 아마도 제일 중요한 것이

사진가의 타고난 안목이 아닐까 싶다.

"재능은 타고나더라도 열심히 해야 하고, 타고나지 않았다면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이 말이 가슴에 깊이 메아리친다.

몇 해 전에 리움미술관과 서울 현대미술관에서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렸다.

천으로 만든 집. 가벼우면서 결코 가볍지 않는 전시회.

바로 서도호 작가의 "집 속의 집 "이라는 전시 주제로 열린 전시회는 그동안 보고 듣도 못한

특이한 전시회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가볍게 접어 가방에 넣고 다니는 재료를 생각하다 천을 생각했다는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랍다.

재료를 선택하는 안목도 그렇지만 그 재료로 표현하는 기법에서 다시 놀라움을 금할 길 없다.

깔끔하면서도 입체적이고 3D 영상을 보는 착각을 들게 한다.

실제 건축물 보다 더 건축스러운 그의 작품을 보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 중에 화폐 중 지폐의 도안 그림은 누가 그릴까?

어떻게 작업을 하고 지폐 도안에 사용되는 과정이 궁금했다.

많은 부분이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보안사항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을 읽다가 新 화폐인 5만 원권 지폐 신사임당 도안을 했던 인물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애써 알고자 했다면 인터넷 검색란에 몇 글자만 입력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이렇게 책을 읽다 알게 되니 체한 부분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일랑 이종상 화백.

책에서 글쓴이도 언급했지만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기엔 무리수가 있다고 했다.

많은 예술가와 화가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고, 이분처럼 독특한 취향과 열정 의욕이 있는 분도

드물 것이다.

예술가는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혹자의 말처럼 너무 많은 것을 한다는 충고 아닌 지적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

그는 한가지 일에 매달리면 그 일뿐 아니라 그것을 알고자 그와 관계되는 부분까지 열공을 하는

스타일이다.

좋은 예로

원효대사 영정을 그리기 위해 불교 기신론(起信論)을 공부하다가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철학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단순히 어떤 인물만 그려서 결과물로 보여주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의 내면적인 부분까지 알아 그림 속에 담고자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감동시켰다고 할까. 내가 공감이 가는 부분은

민족의식이 투철하다는 것.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과 애틋한 마음이 보였다.

서양적인 것보다 한국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에 더 관심을 가지고 예술 활동을 하시는

분이시구나 싶었다.

그런 부분을 알고 5만 원권에 그려진 신사임당과 5천 원권에 그려진 율곡의 그림이 다시 보게 된다.

모자(母子) 관계에 있는 이 두 사람을 그렸다는 것도 우연일까? 인연일까?

또한 1977년에 국내적으로 독도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을 때, 그는 지금 한.일 관계에서 영토분쟁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독도를 그림으로 남겨야겠다는 마음이

그를 독도로 이끌었다.

일본인들의 발 빠른 모습들을 보며 위기의식을 그때 이미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독도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도 그냥 단순히 그림만 그린 것이 아니라,

좀 더 독도와 우리 민족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을 그리기 위해 풍수지리, 지질, 역사 등

그와 관련된 학문 연구도 하였다.

이 정도가 되면 그냥 예술적인 화가 수준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전문가,

서. 문. 화. 지(書. 文. 畵. 知) 4절을 독파한 경지에 이른다. 그 이상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생각도 해본다.

이런 분이 그림이 아니라 다른 분야를 업으로 삼았다면 어떠했을까?

그 어떤 분야를 선택했어도 그림에 대한 일가견(一家見)은 상당했을 것 같다.

하나에만 몰입하지 않고 그와 관계된 연결고리를 찾아 끊임없이 탐구하고 분석하는 타입은

학문을 연구하는 업에 더 어울릴 법 하다.

그림에서도 고구려 벽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그에 관한 연구도 하였고,

1997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지하 전시장에 총 길이 72미터, 높이 6미터에 이르는

설치 벽화<마니산>을 전시하였는데 이에 루브르 박물관 측에서는 영구 전시를 하겠다는 의뢰를 했다.

작가는 박물관 측의 제의에 한가지 조건을 걸었다. 

그것은 조선시대 프랑스가 침탈해간  우리의 문화재 <외규장각 도서>와 <직지>를 반환한다면

박물관에 작품을 기증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박물관 측은 정치적인 문제라면서 난색을 표하자 작가는 문화적 자존심의 문제라며

작품을 한국으로 되 가져왔다.  

본인의 경제적 이익과 명예가 민족의식보다 높지 않아야 가능한 부분이다.

이종상 작가는 본인의 이익보다 국가적 이익을 먼저 생각했기에 거절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작품으로 먹고사는 예술가 입장에서는  작품 한점이라도 팔려야 하는 게

경제적으로나 작가의 명예에도 이익이 된다. 더구나 루브르 같은 이름난 박물관에 이러한 제의를

거부한다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거부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 책에 소개된 작가들 모두에 대한 느낌은 쓸 수 없었지만,

그 누구 하나 자기 일에 소홀했던 예술가는 없었다.

이 들 중엔 지금은 작고(作故) 하신 분의 이야기도 있다.

물론 글쓴이가 생전에 만나 인터뷰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먼 이야기처럼 들리진 않는다.

이미 돌아가신 분들은 예술혼을 태워 불꽃처럼 살다 떠났고, 지금도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시는 분들에겐 그 삶이 불꽃처럼 뜨거운 혼을 다 바쳐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불꽃이 사그라져 없어져도 그 불꽃의 온기를 쬐어본 사람들의 가슴엔

언제나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남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