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돌릴수 있다면...’

 세상에 상식이라고 불리는 선에 의해선 우리 모두는 아주 가까운 미래조차 알 수 없고, 모두가 유한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기에 예측불가능한 앞날을 걱정하고, 지나가버린 결정들에 후회하며, 
돌이킬수 없는 순간들을 아쉬워 하면서 이런 모든 일들에 지칠때 
누구나 한 번쯤은 이 생각을 맘 속에 품어보곤 한다.

다시한번 리플레이] 라는 이 소설은 그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실 시간여행이란 소재는 ’누구나 한번쯤은..’ 이라고 말한만큼 
한정된 삶을 사는 인간의 욕망이라 타임캡슐을 필두로 한 과학자들의 가설부터 , 
<백두터퓨처>나 <나비효과>같이 흥미로운 영화들에, 
각종 소설들에서까지 수도 없이 접해온터라 일견 식상하게 느껴질만도 했다.

 그 와중에서 흥미를 끌었던 건 이 소설이 1980년대에 쓰여진 소설이라는 점이였다.

그 시대는 지금의 나로선 충분히 과거의 시점이고 
내가 아는 많은 책이나 영화들이 나오기 전이였기 때문에

전세계 모든 시간여행 소설가들이 오마주를 바치는 불멸의 고전이란 타이틀에 
흥미가 동한 나는 ’어디 한번 어떻게 이야기가 펼쳐질까..’
싶은 맘으로 책을 잡고 읽어내려갔다.

 책 속의 주인공 제프는 어느날 갑자기 알수없는 작용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동시에 25년전의 과거로 돌아간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 하던 그는 대부분이 사람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한번쯤은 상상해봄직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로 막대한 부를 가지게 되고 꽤 성공한 삶을 살아가기만 다시 25년 후에 또 한번 죽음을 맞이하고 과거에서 또 태어난다.

즉, 삶이 계속 순환하는 것이다.

그 순환되는 삶을 깨닫게 되면서 제프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에게 주어진 새로운 삶을 
살게되고, 그 와중에 자신과 같은 시간여행자인 파멜라를 만나 깊은 공감을 원천으로한 
사랑을 나누며, 자신의 상황을 깨닫기위한 노력과 좌절 등을 겪어나가며 여러차례의 
새 삶들을 겪어나간다.

 어찌보면 부럽고 , 또 어찌보면 부질없어 보이는 순환의 삶.

많은 것을 이루고 손쉽게 수많은 걸 경험하고 다양한 삶을 살아보기도 하지만 ,

그 모든것이 산산히 사라져버리는 상실감과 자신의 행동 하나로 인해 전세계의 변화를 
감당해야하는 삶의 무게.

 과연 내게 저런 일이 생긴다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나왔던 시 한 구절처럼,

’모래 한알에서 세상을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 천국을 보려거든
그대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한순간에 영원을 포착하라.’

 내게 주어진 이 한순간을 영원처럼 살아가는게 어찌보면 더 행복할 수 있지않을까.

 삶이 의미 있어지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두렵지만 그로 인해 삶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테니까.

p.s

만약 내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연 작가가 그린 소설속의 주인공들처럼 막대한 부를 이룰수 잇을까. 라고 묻는다면 ’아니오’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꺼같다.^^;;

너무 현 시대적 배경에 대해 무지한 것이 아닐지.. 라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60년대부터 80년대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회적인 일들과,  그안에 동양적 철학사상까지 넣어서 시간여행에 대한 본인의 철학을 보여주는것같다. 
그로인해 시간여행자들이 찬사를 바치는 고전이 되지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약간은 뻔한 스토리라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고, 배경설명이 긴 감이 있어서 
중간중간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많은 분량일걸 감안하면 금새 읽었던 거 같다. 
시간여행의 고전을 만나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 ^^

사실 이 책은 처음부터 얻고 가는게 참 많은 책이다.

우선 읽어보지 않았다 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히 알고있는 유명한 원작을 가지고 온 데다가,  그 달콤쌉사름한 고전로맨스물에 느닷없이 '입에 담을수 없는' 좀비라는 존재를 더 해서 호기심을 유발시킨것도 그러하고,

국내외에서 꽤나 유명한 오프리원프리의 북클럽에서 추천을 했다는 타이틀 까지 얻었다. :D 거기에 눈길을 사로잡는 북커버가 톡톡히 한 몫을 한다.

창백하고 갸날퍼 보이는 - 그러나 희안하게 눈이 붉은- 그녀의 모습에 호기심이 동해 
띄표지를 살짝 들춰내면
제목 그대로 '그리고 좀비' 가 나오면서 소설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준다.

'이거- 흥미좀 동하는데?' 이렇게- ^^

원작인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워낙에 고전물의 대명사처럼 불려지는 책이라 
생각만큼 쉽게 손에 잡히지가 않았었는데

어느날 맘을 제대로 먹고 쭉 읽어보고 나서야 무릎을 탁 치게되었다.

처음엔 얼핏 지루하고 그저그런 로맨스물인가도 싶고, 허레허식 가득한 영국사회 남녀의 겉치레 싶기도 하고, 이래저래 책을 놓고 쉬어가는 부분이 많았는데 점점 읽어갈수록 
제인오스틴의 문장력에 푹 빠지고 책을 덮을땐

' 그래 역시 고전의 대명사 타이틀은 그냥 얻어지는게 아니였어~! ' 하며 
그녀만의 위트와 짜임새에 반해 푸짐하게 차려놓은 
상자리 배부르게 먹은 것 마냥 두둑한 기분.^^

얻고 가는게 많은 책인데다가 좀비영화를 꽤나 좋아하고 , 
그리고 근래 '오만과 편견'을 읽어본 나로서는 흥미를 가질만한
삼박자가 다 들어맞았던 셈이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열독을 시작~! ^^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제인오스틴이 다시 돌아와 이책을 읽더라도 만족할 것이다' 라는 광고성 문구에는 감히 찬성표를 들어줄 수가 없을 것같다.

원작을 얼마나 재기발랄하게 비틀어 주었나. 하고 기대했는데 마치 정갈한 한정식 상차림위에 퓨전이랍시고 포테이토 칩 올려놓은것 같이, 
원작의 칼칼한 위트나 문장력은 빠지고, 그 자리에 '입에 담을 수 없는 것' 들의 
'입에 담을 수 없는' 행동들이 들어찼다.

얌전빼는 아가씨의 모습보다 당당한 여전사가 더 멋지지않냐! 라는 애기도 들었지만, 
동양무술을 해대고 폭언(?)을 일삼는 리지는 모습은 내게는 고전속에서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당하고 위트있던 리지의 모습을 그립게만 만들어주었다.^^;;

중간중간 작가의 의도가 보이지 않는건 아니였지만, 제인오스틴이란 작가를 등에 업고 
놀아보기에는 아직 내공이 부족한 느낌 .

그렇다고 악평만 있는것은 아니다. 원작의 무게를 벗고 이 소설 자체로만 보자면, 징그러운 좀비들을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적당히 재미나고, 적당히 통쾌하게 볼 수 있고, 영화 프로듀서로 활동한 작가답게 영화로 만든다면 꽤나 재미날 것 같다.

마요네즈에 밥 비벼먹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것처럼, 한정식에 포테이토가 들어갔다고 해서 꼭 싫어해야만 할 이유는 없으니까 ~!

그리고 이런 발상을 했다는거 자체가 우선 신선하니깐. ^^

여름에 수박하나 놓고 뒹굴뒹굴 읽기 좋은책. 단 비위가 약하시다면 수박은 빼고~ ^^

코맥 매카시를 알게된건 '성서에 비견할 위대한 소설' 이라고 극찬되어진 '로드'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다.

그 후에 그의 작품을 토대로 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알게되었고, 그의 작품중 베스트로 꼽아진다는 '핏빛자오선'을 찾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책 날개에 적혀진 -서부극 3부작 시리즈가 번역되고 있습니다.- 라는 말을 보며 '번역되서 나오면 한번 봐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보통 나의 책읽기 습관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쭉 찾아보는것은 아니다. 그냥 흥미가 생기는 소설 하나씩을 보다가, 맘에 드는 작가가 나타나면 작품리스트를 쭉 보며 가끔씩 찾아 읽는 정도다.

그런데, 코맥매카시는 작품 이전에 작가로서 이야기를 건내왔다.

그는 분명 내가 좋아하는 작가. 라고 꼽을 사람은 아니다. 사실, 그가 건내는 툭툭 끊겨진 말들은 너무 무미건조하기도, 어떨땐 너무 장황하기도,그리고 솔직히 이해못할만치도 하다.

'로드'를 읽을땐 너무 단편적인 문장들이 툭툭 끊겨있어서 그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통조림 통을 하나씩 까서 먹는 기분이였다면,

'핏빛 자오선'을 볼때는 너무 길게 늘어진 묘사들때문에, 내가 과연 어디를 읽고있는건지, 사건이 무엇인지 싶게 어질하기만 했다.

물론 작품 사이의 시간적인 격차가 그런 변화를 만들어낸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만은 변하지않고

작품 모두에 나타나 있다.  건조함 속의 울림. 깊은 여운.  그리고 삶의 성찰.
예를 들자면 이런것이다.

"한때 산의 냇물에 송어가 잇었다. 송어가 호박빛 물속에 서 잇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지느러미의 하얀 가장자리가 흐르는 물에 부드럽게 잔물결을 일으켰다. 
손에 잡으면 이끼 냄새가 났다.

근육질에 윤기가 흘렀고 비트는 힘이 엄청났다. 
등에는 벌레 먹은 자국 같은 문양이 있었다.

생성되어가는 세계의 지도였다.

지도와 미로. 되돌릴 수 없는 것, 다시는 바로잡을 수 없는 것을 그린 지도. 
송어가 사는 깊은 골짜기에는 모든 것이 인간보다 오래되었으며, 
그들은 콧노래로 신비를 흥얼거렸다."

이문장은 '로드'에 나오는 문장인데, 솔직히 거의 결말을 향해가고 있을때 까지도 
나는 이 소설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세기말적 분위기를 싫어하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너무 건조하고, 너무 말라비틀어진 암울함만이 철철 흐르고 있어서, 대체 왜 이소설이 성서에 비견될 만하다는 걸까. 라는 
의구심을 품고 약간은 툴툴대며 읽었다.

그러나, 저 문장을 보고 나서 눈앞에 반짝 하는 빛무리가 나타났다 사라지는것처럼 
머릿속이 환해졌다.

송어가 쓰여질 이유도, 문맥상의 관계도 전혀 없었지만 저 문장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어떠한 절망속의 상징으로. '로드'가 가진 성서에 비견될 만한 '희망'의 모습으로 말이다.

 
'국경을 넘어'를 보면서도 그런 감정들을 느꼈다.

'핏빛 자오선'보단 덜 장황하고, '로드'보단 더 수사적인 '국경을 넘어'는 한 소년이 늑대를 국경넘어로 돌려보내는 이정의 이야기다.

돌려보내야 할 이유도 딱히 없고, 그 고난을 겪으면서 늑대 한마리를 위해 국경을 넘는다는 이야기는 이해되기도 힘들다.

그러나, 소년은 묵묵히 늑대를 데리고 국경을 넘는다. 서부의 광활한 대지를, 
그 속의 거친 인간들과 조우하며, 늑대를 위해, 그 자신을 위해 국경을 넘어가는 
그의 모습은 소년의 성장기적인 로드무비인 동시에, 냉혹함 속의 처연한 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