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부터 무척 여성스런 주인공을 상상하며 책을 넘겼다.

여성스런 이라는 표현보다는 말없고 순종적인 그런 여인을 말이다.

아빠는 일찍 가정을 등지고 엄마마저 술집 창녀 출신인 뽐므는 어느모로 보나 남의 눈을 끌만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어려서 부터 존중받지 못한 환경탓일까..

그녀는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는데 너무 서투르다.그런건 그녀의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나 할까..

 

열여덟살에 파리로 올라온 뽐므 모녀는 어머니는 유제품 판매인이 되고 뽐므는 미용실에 나가 일한다.

미용실에서 만난  언니뻘인 마릴렌을 알게 되고... 마릴렌과 뽐므는 바닷가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뽐므는 운명적인 남자를 만나게 되고..

파리 국립고문서학교에 다니는 에므리 라는 학생이었다...그는  귀족 출신이었다.

그는 장래에 박물관장이 될 꿈을 가지고 있다

 

여름휴가가 끝나고 뽐므는 에므리를 따라 에므리의 방으로 따라가서 공동생활을 하게 된다.

나이에 비해 집안일을 잘하고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가는 뽐므.(뽐므가 생활비를 조달했다)

벽의 때를 닦아내고..왁스로 마루를 눈지르고..커튼을 만들어 달고..요리를 하고

 레이스를 뜨고..에므리의 옷을 수선해 놓고.뽐므는 이제 에므리의 부인과 같다.

 

그런 뽐므를 보며 에므리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자기가 그녀에게 주고 싶은것에 아무런 가치도 부여하지 않는다며 뽐므를 몰아세우는 에므리..

그런데도 뽐므는 불평을 하지도. 그에게 무얼 요구하지도 않아 더더욱 에므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마치 자신을 에므리에게 바칠테니 받으라는것말고 아무 요구도 그에게 하지 않을것 처럼 보인다.

그런 뽐므의 헌신을 부담스러워 하고 뽐므의 침묵을 견딜수 없어 하던 에므리..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진다..헤어지자고 하는 에므리의 말에도 한마디 변변한 항의조차 안하고

자신의 짐을 챙겨 에므리의 방을 나와 엄마에게로 돌아간 뽐므..

그후 <거식증>에 걸린 뽐므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나자 가슴 한편이 답답했다고 할까 아니면 안타까웠다고 해야할까..

물론 별다른 교육을 받지 못하고 미용실에서 허드렛 일을 하던 뽐므와 미래에 박물관장이 될  꿈을 키우고 있는 에므리가 대화가 잘되었을리가 없다.

그런 두사람이 서로의 욕망에 의해 함께 살다가 별다른 갈등없이 헤어지는걸 보고 이런것이 바로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방식인가 싶어 안타까웠던 것이다.

두사람이 더 오래 살았어도 잘 맞지 않았을건 뻔하다.

 

그런데 내가 안타까운건 두사람이 공동생활을 시작하기전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했으면 서로가 잘 맞지 않을거란점을  깨달았을텐데 말이다.  요즘은 이런 풍조가 젊은 이들 사이에 만연해 있으니 어디 뽐므와 에므리만을 탓할수 있을까..무조건 빨리 함께 지내고 싶어 하다가 결국에 상처는 여자인 뽐므가

받지 않았는가 말이다  에므리가 상처 받고 괴로워 하는 얘기는 책의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세상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사랑을 선택할때 좀더 신중했으면 하는 바램을 해보면서 책을 덮었다.

 

내가 아는  D.H로렌스는 <채털리 부인의 사랑>의 작가이다. 그런데 그가 시인으로서도 많은 시를

남겼다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제대로 된 혁명>의 첫장을 넘겼다.

열아홉살에 <동자꽃 > <불두화 나무>란 제목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로렌스가 그후 26년에 걸쳐 남긴 1000여편의 시중에서 이 책에는 그의 대표시 152편을 싣고 있다.

이 시선집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있는데 1부에서 5부까지 읽다보면 로렌스의 인생을 알수있다고나 할까..

그는 수준높은 소설들을 남겼고 사랑과 저항의 시인으로 알려졌으며 문학 비평가이기도 하고

아울러 그림에도 조예가 깊어 개인전을 열고 해설집을 낼 정도 였다고 한다.

 

이렇게 다재다능하였기에 그랬던 것일까ㅣ..그의 인생은 그리 평탄치 못했었다.

어려서는 부모의 불화로 불행했었는데 남편 대신에 아들을 사랑의 대상으로 택한 어머니의 로렌스에 대한

사랑은 아들인 로렌스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또한 로렌스는 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전직하기 위해 취업추천서를 받으러 스승집에

방문했다가 은사인 위클리교수의 부인인 프리다를 27세인 1912년에 처음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고,

여섯살 연상의 프리다와 2년간 사랑을 하게된것도 로렌스의 핏속에 외모가 훤칠하고 춤솜씨가 남달랐다던 아버지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 아니었나 짐작해 본다.프리다와 로렌스는 사랑의 도피행각을 하면서 사회적 통념에서 비롯된  냉대가 얼마나 감내하기 어려운것인지  뼛속깊이까지 느끼게 되었다. 

 

1부에서 로렌스는 주로 유년과 청년시절을 주제로 하였고..2부에서는 로렌스의 청장년 시절을 그리고 있다.

특히 2부에서는 결혼 생활에 대한 담백한 표현들이 특징을 이루고 있다.

3부에서 자연을 노래하면서 로렌스는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본다.

4부에서 드디어 로렌스는 자본주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한다.

자본주의 외에도  민주주의, 임금과 노동, 혁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한다.

얼핏 로렌스를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할수 도 있을것 같다.하지만 로렌스는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5부에선 종교를 다루었는데 로렌스에게서 특별히 종교적인 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신은 없다>고 얘기한걸 보아도 말이다.

 

1925년 로렌스는 자신이 중증의 폐병을 앓고 있다는걸 알게되고 결국은 몇년후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죽음을 일상의 문제로 여기게 된 말년에도 로렌스는 신과 인간에 대해 대단히 밝고 경쾌한 생각을 유지했다고 한다. 뼈저리게 가난한 삶을 경험했고 죽는 순간까지 먹고 사는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로렌스였으니 그가 끝까기 부여잡고 궁구했던 문제는 삶자체라고 할수 있겠다.

 

이 시집을 읽고나니 로렌스의 인생을 들여다 본것 같았다.

아니..그의 인생행로를 추적한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소설가로만 알려진 로렌스가 시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러기에 이 시선집이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본다.

깊어가는가을밤에 감성이 풍부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다가간 위대한 문학가의 삶을 한권의 시선집을 읽으면서 따라가 보는것도 아주 낭만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사다 지로의 책을 처음 읽었다. 벌써부터 벼르기만 하고 <철도원>을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에  그의 신작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을 읽게된것이다.

이 책은 모두 일곱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곱편 모두 이야기중에 귀신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귀신을 본적도 없거니와 실제로 귀신이 존재한다고 믿지도 않는다.

난 종교가 있기에  사람에게 영혼은 있다고 믿고있고 영혼은 형체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도 나오듯이

귀신은 눈에는 보이는데 손에는 잡히지 않는존재 - 그런게 귀신일거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으려니 으스스하기도 했다.

 

맨처음 나오는 <인연의 붉은 끈> 에서 이루어지지 못하는 청춘남녀의 사랑을 얘기하면서 작가는

냉정한 현실세계를 그리고 있다. 뛰어넘기 힘든 신분차이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을

당사자인 남자의 부모뿐만이 아니라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심지어 의사까지도..)도 남자의 부모와

동조하듯 죽어가는 여자를 며칠씩 방치하며 이미 목숨이 끊어진 시체취급하는데는 아연할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찮은게 젊은이들의 사랑이란 말인가? 하고 묻고 싶을정도였다.

 

두번째 <벌레잡이 화톳불>은 사업을 하다가 부도내고 숨어사는 쓰마야라는 가장의 이야기이다.

쓰마야가  이야기의 끝부분에서 가족을 뒤로하고 떠나려고 하는결말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과

그런식의 자기합리화를 통하여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고픈게 바로 인간의 한계가 아닐까 싶었다.

 

<뼈의 내력> 또한 이루어지지못하는 사랑때문에 자살을 택한 어느부잣집 외동딸의 이야기인데

그나마 젊은 시절의 연인을 못잊고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는 주인공 <요시나가>이기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고 할수 있다.

 

<옛날남자>는 이제는 경쟁력이 없어진 낡은 병원의 예전 병원장이(귀신) 그 병원의 간호사에게 나타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하마나카가 결혼을 안하면서까지 다카라베병원의 맥을 이어가야 하는거지 의문이들었다.아니..하마나카는 연인 하야시와의 사이가 조금 지겨워지기 시작한게 아닐까 하는생각도 들었다.

 

<손님> 역시도 이루어지지못한 젊은 남녀의 사랑 얘기인데 여기선 임신한 여자가 철길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어버린다. 그 여자의 원혼이 방해해서인지 살아남은 남자 가와즈는 혼담이 성사될만 하면

틀어지곤 한다. 결국 백중전날 우연히 만나게된 긴자의 술집 마담을 집에 데리고 와서 같이 정을 나누게 되는데 작가는 그 마담이 전에 임신한 몸으로 철길에 뛰어든 가와즈의 연인인듯한  암시를 풍기며 글을 맺는다. 나는 이대목에서 우리나라의 속담이 생각났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고 하지 않는가..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원별리>와 <여우님 이야기>도 역시나 귀신과 연관된 이야기였는데 이 책에 나오는

귀신들의 이야기는 예전의 귀신들 이야기처럼 무지하게 무섭지않고 웬지 슬픈 느낌을 자아내고 그존재가 아련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책의 제목마저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인지 모르겠다.

마치 더운 여름밤 <전설의 고향>을 보고 난 느낌이랄까..

<유명한 작가는 귀신 이야기조차 이렇게 우아하게 펼치는구나>하고 감탄하며 책장을 덮었다.

너무 오래지 않은 옛날과 현대를 넘나들며 귀신 이야기를 무리없이 독자에게 선보인 작가의 역량에

다시한번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