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의 작가 고혜정님의 또 다른 감동의 책 『엄마 김영순』은 자신의 엄마의 이야기를 넘어 여든 다섯인 할머니의 살아온 인생을 같이 곁들인 이야기 책이다. 어느날 김영순 할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고 싶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이 이야기는 사실 대부분의 우리 어머니와 특별히 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 어머니의 이야기라는 것이 더 가까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시작된 김연순 할머니와 고혜정 작가의 3개월간의 데이트, 그 과정에서 작가 고혜정은 자신의 모습을 할머니의 모습에서 엿보고 있다.

 

김영순 할머니와 작가 고혜정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남편과 암으로 인해 사별한 것이다. 김영순 할머니는 혼자된 몸으로 두 아들을 모두 훌륭하게 키워냈고, 작가 고혜정은 아직 자녀를 키워가고 있는 상황이 다를 뿐......

 

 

8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큰 아들 부부와 둘째 아들의 식사를 직접 준비해주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어찌 보면 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비밀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다가온다. 사업가인 남편이 부도를 맞으면서 너무도 어렵게 이어진 생활고, 그러면서도 두 아들의 교육에 대해서 만큼은 자신을 모두 희생한 어머니 모습은 지금의 우리 어머니들의 공통된 모습이다. 그런 어머니들 마음속에는 말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자식들이 물려준 것이 없다고 불평하는 것에 대해서 “너희들의 지금의 모습을 남겨준 그 위대한 유산”이 있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그저 마음속으로만.

 

『아, 철없던 나....., 그 불효를 어떻게 씻을까?

우리 부모님이 주신 유산이 다른 곳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열매 맺을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우리 부모님을 원망하고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았다 - 본문 중에서 -』

 

 

그리고 어머니는 기억한다. 지나간 과거 중에서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자식들을 키우면서 기쁘고 해복했던 순간들만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곤 합니다. 작가 고혜정은 결혼전 시골 가난한 집을 딸이라는 이유로 시댁으로부터 강한 반대를 겪었으며, 그로 인해 친정엄마에게 아픈 말을 수도 없이 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 아픈 말은 어머니는 모두 쓸어 안아야만 했던 것인데. 그런데 김영순 할머니는 자식들의 자랑만 늘어 논다. 아니 자식뿐만 아니라 며느리 자랑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런 어머니에게 작가 고혜정은 딸이 없어 그 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없지는 않았는가 살펴 본다. 대부분 어머니들은 딸에게 속에 있는 말을 하곤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 경험으로 보아도 일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자신을 그토록 고생시킨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좋은 아빠, 남편으로만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은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누구나 같이 살아갈 때는 그 사람에 대해 험담을 하곤 하지만 이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해서는 좋은 말만 하는 것과 같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그 부분에서 작가 고혜정 또한 살아생전의 남편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때는 그토록 힘겹고 고난하게만 느껴졌던 생활이 지금에 와서는 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음을 인정한다.

어렵게 시골에서 상경해서 대학을 다니던 기억, 어쩌면 그리도 똑 같이 남편의 사업 실패로 힘들었던 생활, 이젠 그들은 서로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친구가 되어 가고 있다. 할머니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작가 고혜정은 그런 할머니의 말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치유 받고 있는 것이다. 사로의 마음을 읽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까?

 

그리고 할머니의 말(바람)과는 조금은 다른 자식들의 입장도 들어 본다. 그렇게 어렵게 키운 아들의 아내로 들어와 생활해야 했던 며느리의 입장과 고부간의 사이에 끼어 있던 아들의 입장이 고연 순탄치 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저 그 누구나처럼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서로를 인정하는 시간이 도래하였음을......

 

그토록 아들자랑만 하던 할머니는 마음속에 있던 서운한 감정을 내비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남편의 산소를 큰 아들이 자주 찾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아들이 과거 좋지 힘든 기억만을 떠올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말 한번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한번도 어머니의 뜻을 어겨 본적 없는 큰 아들과는 달리 조금은 반항도 하곤 했던 둘째 아들은 종종 혼자 다녀오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모습을 책속에 투영해보곤 했다. 어린시절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두 잊고 살아가는 것만 같았던 기억들이 문득 떠올라 어떤때믄 가슴이 아프고 어떤 장면에서는 웃음을 같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라는 말은 그 어떤 말보다도 강한 힘을 품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금은 전화조차 할 수 없는 세상에 계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가슴의 허망함을 내내 쓸어 내려 본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그리고 영원히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김영순, 고혜정, 친정엄마

두 딸과 아들을 둔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한다. 이 아들과 큰 딸은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인해 성인이 되면서 집에서 나와 따로 살고 있었다. 그 동안 그들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성에 관련된 분제에 대해서만은 자녀들에게 너무도 엄한 제재를 했다. 그런 아버지에게 그 동안 가족이 몰랐던 또다른 비밀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죽고난 후 어느날 아버지가 속했던 직장 여직원이 어머니를 찾아와 아버지와 정을 나누었다고 고백을 하게 되는데 이는 그 동안 아버지의 모습에 비춰볼 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배신 행위인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여직원의 고백이 이어진다. 아버지와 불륜관계를 맺은 것은 사실은 자신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좋은 분이며, 가끔 자신의 내면에 검은피가 흐르고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또 한사람 아버지의 고향 친구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아버지 고향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듣게 된다. 할아버지의 엄청난 바람기 이야기, 그리고 아버지의 어린시절 이야기 등

 

남겨진 자녀 셋은 아버지의 누나가 살고 있다는 고향을 찾아가기로 한다. 여관을 운영하고 있는 고모를 찾아간 이들은 그 동안 자신들이 들은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를 접하게 되고 아버지의 어린시절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나름대로의 자신들의 아픔을 치유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아버지도 사실은 또다른 피해자였음을 알게 되고, 반항하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것 같은 마음이 정리되는 것을 느낀다.

 

그동안 어찌보면 반항적으로 살아온 자신들의 생활이 잘 못되었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젠 그동안의 방황을 정리하고 자신들의 삶에 충실하여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가족이라는 말 한마디로 그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을 것만 같은데 사실은 가장 모르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가족이기 때문에 너무도 쉽게 대하는 것으로 부터 가장 쉽게 상처를 받는 것이 우리들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젠 편안한 마음으로 한적한 해변가 파라솔 아래에서 시원한 맥주한잔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고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