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총애한 여류화가 비제 르 브룅(1755 ~ 1842)

 

우리는 그녀를 보통 그 정도로 알고 있다.

그녀는 당시 귀족들의 초상화를 통해 사교계의 중심인물로 활동했으며, 동갑내기인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왕실의 화가로 거듭나게 된다. 이렇게 화려하기 할 것 같은 그녀의 일생은 사실 일생동안 화려환 삶을 살아온건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책을 통해 알게 된다. 화가 집안의 딸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 재능을 인정받은 그녀는 화가로서의 재능 뿐만 아니라 그녀의 미모가 주목받은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대단한 미모를 가진 여인으로 느껴진다. 이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초상화 중 그녀의 자화상이 가장 눈에 띄는 것 또한 그런 이유가 아닌가 할 정도이다. ‘당시 시대는 여자들 세상이었다. 그러나 혁명으로 물러났다’라고 책머리에 밝히고 있듯이 그 시대의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은 두드러졌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비제 르 브룅의 그림은 유행의 변화에 따라 당대 여성들의 도덕관과 감정의 진보를 훑어 볼 수 있게 해준다고 소개하고 있다.

 

파스텔 초상화가인 아버지 루이 비제에게서 처음 미술을 배웠고, 뒤에 J. B. 그뢰즈와 조제프 베르네 등 여러 유명한 화가들로부터 사사했으며, 그녀의 미모는 젊은 시절 많은 사람들로부터 시선의 집중을 받기에 충분하였으며, 1776년에 화상의 아들인 J. B. P.르브룅과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3년 뒤인 1779년 베르사유 궁에 소환되어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초상화를 그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그 계기로 왕비와 친구가 되었으며, 그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를 25점 이상 그렸다고 한다. 1783년에 왕립 아카데미 회원이 되기도 한다.

 

『비제 르 브룅이 그린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초상은 반 다이크의 작품처럼 솔직하고도 이지적인 솜씨를 보여줍니다. 여성이 그린 것으로 보기 어려운 장점이 담겼습니다』-본문 중에서 -

 

이렇듯 화려하기만 한 것 같은 그녀에게도 유명세에 따라 그녀를 시기하는 부류도 많았으며,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고난을 겪게 된다. 혁명으로 인해 프랑스 왕권이 무너지고 그녀는 프랑스를 떠나 로마, 나폴리, 러시아, 런던 등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외국에서의 활동 기간 중에도 많은 작품을 남기고, 사교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후 그녀를 아끼는 많은 예술인들의 도움으로 그녀에 대한 혐의가 풀리면서 다시 고국인 프랑스로 돌아오게 되지만 다시 런던으로 떠나기도 한다. 고국 프랑스로 돌아와 여생을 마치기 까지 그녀의 88세 인생은 많은 역경과 화려함이 공존한 세월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모함과 비난 속에서도 그녀의 재능은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만의 의지에 따라 힘겨운 세월을 살아온 삶의 무게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 속에 소개되고 있는 많은 인물들로 인해 다소 따분한 느낌마져 들지만, 책의 중간중간에 소개되고 있는 그녀의 작품은 이런 감정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녀는 한마디로 재치와 매력이 풍부한 여자였으며, 그녀의 그림들은 신선함과 매력, 섬세한 표현으로 당대에 기교가 뒤어난 초상화가의 한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전하는 비제 르 브룅의 일생과 그림은 시대의 편견을 뛰어넘어 역사에 길이 남은 위대한 여성 화가에 대한 기록이 아닌가 한다.

 

『그녀가 그린 초상화가들과 그녀가 기록한 ‘회상록’은 역사의 무대에서 퇴출당한 과거 주역들의 면면을 확인하고 또 그 역사적 실상을 좀더 실감나게 이해하는 데 귀중하기 그지 없다. 그녀가 더불어 살았던 상류사회의 호사와 부패, 왕녀와 귀부인의 행동방식과 취미는 그 시대만의 도덕과 정서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책의 표지 내중 중에서 -

한국의 여인이 사우디아라비아 왕궁의 물리치료사로 활동하였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온다. 여인의 활동이 제약받을 수 밖에 없는 중동의 왕궁이라는 것이 그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게 한다. 조남표 그녀는 딸 부자집에서 태어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였지만 자신의 꿈을 손에서 놓지 않고 나름대로 용기를 갖고 자신의 길을 걸어온 여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가 우연히 아랍어를 배울 기회를 얻게 되고 그 인연을 계기로 무작정 중동으로 방향을 잡게되고 사우디아라비아 왕궁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이제 “아이샤 꾸리”로 불리면서.......

 

그녀는 그곳을 통해 영국에서 물리치료사의 교육을 받게 되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와 왕의 물리치료사로 활약하게 된다. 그곳에서의 삶을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무슬림의 세계에서 위안을 찾게되고, 그와 더불어 자상한 왕을 위해 나름대로의 헌신적인 물리치료사의 역할을 수행해 낸다. 중동이라는 곳이 사실 우리와는 조금은 동떨어진 세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녀의 삶을 통해 중동이라는 세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곳에서의 삶 자체를 담고 있으면서도 순간순간의 심리적인 변화를 통해 한 인간의 삶을 새롭게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전쟁의 포화속에 무너져 내리는 중동지역, 그곳에서 그녀는 전쟁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곳에서의 생활이 더 이상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 아님을 깨닫는다. 마음 한켠에는 외로움이 묻어 있었을 수도 있엇을 것 같다. 결국 그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나 고국행을 경심하게 되고, 귀국한 후 잠시 강릉에 소리박물관에 몸담게 된다. 잠시나마 영국 등을 여행하면서 나름대로 고향에서의 생활을 하지만 또다시 그녀를 중동으로 이끌고 간다. 이제 왕궁이 아니라 산업현장의 조력자로서 자신의 일을 찾아 그곳으로 가게 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름대로 화려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이지만 그녀는 많은 아픔과 상처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여인으로서는 행복할 수 없을 것 만 같은 중동에서의 생활,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삶에 무게를 더해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신만의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생각하지 않은 또다른 삶을 살아온 그녀의 일생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지 않는 또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이젠 그녀의 삶이 그녀만의 가치가 아니라 우리모두에게 또다른 가치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