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보잘 것 없는 콩 한 알 한 알이 모아져 말(斗)이 되고, 그 말을 다시 차근차근 쌓아올려 산(山)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곧 경영이거늘…."

우리나라 기업 중 백년의 역사를 지닌 기업, 두산을 만든 기업인의 일대기를 통해 오늘날 우리 기업이 어떤 가치를 품고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재 조명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닌가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평균 기업수명이 30년을 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본 듯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기업이 단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기업인 박승직의 일대기를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경기도 광주에서 소작농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박승직은 농사가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온 그의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갈망했으며, 그 갈망은 어려서부터 시장을 즐겨 찾는 습관에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한다. 혼란스러웠던 시절 그의 형제들이 보고 자라온 것은 또다른 세상의 모습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아마 한편으로는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상업이 우대받던 시절이 아니었던 시절 그리고 우울했던 근대초기, 그들이 세상밖으로 떨쳐나올 수 있었던 것은 장사길이 가장 쉬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신념으로 집을 나와 종로에 있는 석유전에서 첫 장사를 경험하면서 그의 일생에 큰 깨달음을 주는 행수 김정우(진사)를 만나고 아울러 김만봉과 장대경을 만나게 된다. 행수 김정우는 처음부터 박승직의 사업기질을 알아봤던 것일까? 석유전에 찾아온 아버지와 함께 고향집으로 돌아온 그는 시간이 지난 후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다시 김정우 진사를 찾게 되는데 김정우 진사는 박승직이 자신을 찾아볼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장사의 본질을 배우게 된 박승직은 평생의 그 가르침에 따르게 된다. 그이 첫 번째 이야기가 개성상인에 관한 이약로 개성상인의 태동부터 그들이 지니고 있는 스무가지 정도의 상술에 대해서 배우게 되고 이를 다섯가지 상략(商略)으로 묶어 설명해준다. 도전정신과 근검절약, 정직과 믿음, 협력과 동료 우선, 기회의 포착과 발굴, 권력과의 거리유지가 그것이다.

석유전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해남 신관사또로 부임하는 민영완을 따라 해남으로 향한다. 이때 이미 그의 아버지는 그를 장사치로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해남에서 보내는 3년 동안 그는 세경을 모아 그가 처음 다짐했던 3백냥을 모으고 이것이 그의 사업의 종자돈이 된다. 그는 해남에서 그의 가슴속에 아픔으로 남을 한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바로 옹기집 여식인 쌀녀를 만나게 된다. 쌀녀의 아버지를 상단으로부터 구출하는데 도움을 주는 게기로 만나게 된 그녀를 남겨두고 해남을 떠난 그는 먼 훗날 그녀를 다시 찾지만 이미 그녀는 사리진 뒤가 되고 만다.

종잣돈 3백냥을 쥐고 고향으로 올라온 박승직은 아버지의 권고에도 마다하고 결국 장사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가 올려 보낸 돈은 이미 그의 맏형이 전방을 차리는데 사용한 뒤였다. 하지만 그는 형을 믿고 기다리는 형제의 우애를 보여준다. 그의 믿음대로 형은 3백냥을 돌려주게 되는데 박승직은 곧바로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전국을 상대로 모두가 꺼려하는 포목상으로 나서게 된다. 그는 이미 작은 전방을 꿈에 두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전국을 아우를 수 있는 거상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포목상을 하면서 수 많은 고난을 ?는 과정에서 그는 신뢰를 쌓아갔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그는 드디어 15년만에 박승직 상점을 내게 되고 원활한 거래를 위하여 상단의 요처에 지점을 두는 형태를 구축하게 된다.

처음에 잘 돌아가던 그의 상점은 당시 시대의 상황에 의해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금난전권이 사라지고 일본의 조선으로의 강압적인 진출로 인하여 상권은 빠르게 그들의 손에 넘어가고 있던 시절이었다. 포목점으로서 어려움을 겪던 그는 결국 우리나라 최초의 주식회사로 전환하게 된다. 종로와 동대문 일대 포목상 26명이 결속하여 1905년에 광장주식회사를 출범시킨 것이다. 하지만 일본 상인들의 집요한 상권침탈로 인해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던 그는 아내와 해남에서 알게 된 쌀녀의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찻잔으로부터 길을 찾게 된다. 그 찻잔에는 찻물을 부으면 물고기가 노닐고, 글자가 나타났던 것이다. “지도무난(至道無難)” 벽암록에 나오는 글귀로 “길은 멀리 있지 않다”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결국 그 길이 무엇인지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찾아내야 함을 이른 말임을 깨닫는다. 여기에서 탄생한 것이 “박가분”이다. 처음에는 사은품으로 나누어 주었던 것이 여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상품으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다. 대량 생산을 통해 공급하면서 어느 정도 성공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던 박가분은 하지만 얼마가지 못한다. 일본 상인들이 비슷한 제품을 대량으로 들여오면서 더 이상 성공의 길로 가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일본에 의해 주도된 갑오경장으로 5백년 전통의 육의전이 와해된 데 이어 화폐개혁으로 인해 많은 상단들이 도산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박승직은 결단을 낼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선택은 상점을 공개하는 것이었다. ㈜박승직상점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어렵게 지내던 그에게 어느날 옛벗 김만봉이 찾아온다. 그들은 함께 장대경을 찾게 되는데 박승직은 그곳에서 가슴에 묻어 두었던 쌀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장대경의 첩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해남에서 쌀녀의 오빠 노릇을 하던 허맹추가 있었다. 박승직은 맹추로부터 그간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모든 것이 장대경의 계략에 의해 쌀녀가 첩이 되었음을 알게 되는데........ 박승직은 자신의 꿈은 조선 제일가는 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밝힌다. 대경을 보란 듯이 거꾸러 뜨리기 위해서. 하권에서는 어떻게 전개될지 더욱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젠 하권에서 그들의 대결이 이어질 것임을 암시하는데.....

이렇듯 이 소설은 인간 박승직의 성장과정과 함께 당시 시대적 배경을 기업측면에서 흥미롭게 다루고 있어 소설의 재미 뿐만 아니라 우리기업의 태동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과 용어들에서 저자의 그동안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것 또한 또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하권이 더욱 기대가 된다.

박승직[ 朴承稷 ]

경기도 광주 출생. 1885년 부보상으로 출발, 1896년 서울의 배오개시장(지금의 종로4가)에 포목상 ‘박승직상점’을 개설하였다. 또한 구한말 관직에도 진출, 1900년 성진감리서(城津監理署) 주사가 되었으며, 그 후 정삼품 중추원의관(中樞院議官)을 지냈다. 1905년 한국 최초의 경영인 단체인 한성상업회의소가 설립되자 1906년 상임의원에 피선되었다.

또한 한성상업회의소 재직시절인 1907년, 일본으로부터 얻은 1300만 원의 차관을 갚기 위해 거족적 국민운동으로 전개되었던 국채보상운동에 적극 동참, 70원을 당시 이 운동을 주도했던 대구 광문사에 기부하기도 했다. 1915년에는 배오개 자택에서 ‘박가분’이란 화장품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면포 상품 고객의 사은품이었으나 여성들의 반응이 좋아 상품으로 본격 시판해 큰 인기를 끌었다. 1925년에는 ‘박승직상점’을 ‘주식회사 박승직상점’으로 개편했다.

한편, 그는 한인 상계의 리더로 활약, 배오개의 거상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고종, 순종 승하 시에 상인봉도단을 앞장서 결성하여 단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33년엔 일본인이 설립한 소화기린맥주회사에 주주로 참여함으로써, 8·15 광복 후 아들 박두병(朴斗秉)이 이를 인수하여 동양맥주를 설립했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박승직상점을 두산상회로 재개업하여 두산그룹의 여명기를 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박승직 [朴承稷] (두산백과)

박승직, 두산, 박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