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장기침체......

 

'금융 부식 열도'는 거품 경제가 사라진 일본 금융계의 부패 과정과 그 과정에서 회생을 위해 노력하는 은행 중간간부(다카나카)의 노력을 통해 고발하는 소설이다.

 

일본 금융계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소설이지만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 금융계를 계속해서 떠올리게 된다. 현직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어 그런지는 모르지만 어찌보면 이 소설의 내용이 어느정도는 현재 우리의 어느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일이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더욱이 소설 내용에 등장하는 모든 상황이 가상 상황이 아니라 실제 발생한 사례이며, 소설 전반에 전게되는 상황설정이 금융계의 깊은 이해와 성찰이 없으면 도저히 다룰 수 없을 것ㅇ이라 생각되는 것이다. 실제 금융기관에 근무하지 않고 경제분야 기자로 활동한 작가가 집필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70년대 금융기관에 입사하여 20여년 동안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어느날 지점에서 본점 섭외팀으로 인사발령을 받으면서 거대한 금융기관 내부에서 발생하는 부정한 행위를 경험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그 동안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거대한 권력에 의한 흐름을 하나씩 터득해 나간다. 시대적 배경이 일본 경제의 번성기를 지나 장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금융기관이 위기에 봉착하는 시점이다. 당시 일본은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개인이나 기업은 부동산 투자에 전념하던 시기였다. 소위 부동산에 거품이 형성되고 잇었던 것이다. 하지만 뒤이어 다가온 부동산 경기의 장기침체는 금융권의 부실로 나타나게 되었으며, 금융기관의 존립에 위협을 받게 된다. 여기에 일본 특유의 폭력조직(야쿠자 등)이 개입되면서 금융기관 종사자들을 위협하고, 또한 금융기관 종자사들의 모럴헤저드까지 겹쳐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지경에 이른다.

 

대형 금융기관 회장 딸의 불륜관계에 있는 한 남자의 대출요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점에서 본점으로 옮긴 주인공(다카나까)은 어쩔 수 없이 해서는 않되는 부정대출에 관여하게 되고, 거대한 힘의 논리에 따라 대출형식을 빌려 뇌물을 공여하는 방법 등이 적나라게 들어난다.

 

또한 회장을 무조건적으로 보호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한 개인에게 힘이 치우쳐 견제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조직을 해하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점점 더욱 상황은 악화되는 과정에 부딪치고 만다.

 

결국 내부고발자에 의해 부정대출이 언론에 보도되고, 그동안 한 권력자와 자신의 출세를 위해 과잉 충성을 받친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종말이 다가온다. 이 과정에는 주인공의 조직을 위하는 헌신적인 노력이 전개된다.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폭력조직으로 부터 가족들이 공격을 당하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이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게 되며, 더욱이 부정행위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 내용은 소설로 집필되었지만 소설 곳곳에 나타는 경제에 관한 내용은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왜냐하면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경제현상들이 다름아닌 우리의 문제의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부동산 거품이 무너지면서 많은 금융기관이 어려움을 겪었고, 그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경험했던 것이다. 최근 우리의 경우에도 부동산경기의 장기침체로 인해 금융기관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부덩산 가격의 하락은 결국 금융기관의 부실과 연결되고 금융기관의 부실은 우리 경제전반의 뿌리를 흔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노력으로 부정행위로 인한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주인공과 같은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소설을 읽는 동안 또하나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금융기관의 부실을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여야 하느냐 문제이다. 금융기관의 부실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 금융기관의 파산은 연쇄 파급효과를 일으켜 결국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금융의 인간의 혈액과도 같은 것으로 어느 한곳의 돈의 흐름이 막히면 전체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IMF를 겪으면서 금융기관의 부실을 국민의 세금(공적자금)으로 처리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금융기관은 높은 투명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소설은 단지 즐거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우리에게 과제도 남겨주고 있다. 금융경제분야 전문가 답게 공감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금융계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고 나름대로 자신의 가치관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