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마음 먹으면서도 계속 고치지 못하는 게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장소불문하고 책이나 영화에 너무 빠져 너무 많이 울어버리는 것이다. 화장도 다 지워지고 눈은 퉁퉁부을만큼 울 때도 있고 남들 몰래 훌쩍훌쩍 할 때도 있다. 눈이 퉁퉁부을 만큼 울었던 책인 공지영의 <니가 어떤 삶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였고 남들 몰래 훌쩍훌쩍 울면서 본 영화는 <죽은 시인의 사회>였다. 너무 유명한 영화라 스토리도 다 알고 주인공이 언제 화를 낼지 웃을지 다 아는 <지겨운> 영화지만 100년 지난 고전이 여전히 사랑 받듯이 언제봐도 감동을 주는 영화다. 

이 책은 목인이가 생각나서 빌려준 1Q84 대신 목인이가 나에게 빌려준 책이었다. 사실 빌린지는 꽤 되었는데 워낙 스토리를 다 알고 있는 영화의 원작이고 요즘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편이라 읽어야지 결심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책을 읽으면서 아 이 책은 원서로 읽는 편이 더 좋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스토리를 다 알고 있는 데다 그닥 어려운 단어나 문법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원서로 한 번 읽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이비리그에 목숨 거는 한 명문고등학교와 괴짜? 선생님의 이야기는 매번 나를 울게한다. 오 캡틴, 오 마이 캡틴 이라는 너무 쉬운 대사가 왜 이렇게 내 마음을 찡하게 하는지는 아마 한국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청춘을 깜깜하고 좁은 교실에서 어떠한 짙은 검은색으로 내내 칠해야 했는지 말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1860년대로 지금으로 부터 거의 150년 전의 이야기이다. 10년이면 세월이 지나고 강산이 변한다는데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현실은 아직도 푸른색이 아니라 검은색이라 안타깝다.

 책을 읽는 내내 얼마전 윤아가 나에게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윤아가 존경하는 교수님의 이야기였는데 어렵게 돈을 빌려 대학에 진학한 교수님은 남들이 예상했던 경영이 아니라 철학, 복수전공으로는 신학을 선택해 다들 걱정했다고 한다. <그 때 그 사람들은 내가 레드오션에 빠질 줄 알고 염려했겠지만 사실 나는 블루오션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어. 남들이 다 가는 안정적인 좁은 문 보다는 니가 좋아하는 더 넓고 즐거운 길을 가라>라고 말씀하셨다는 교수님을 나는 알지 못하지만 아마 그는 키팅 선생님과 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 캡틴, 마이 캡틴. 선생님 앞에서 책상 위로 올라가 해고된 선생님을 <선장>이라고 부를 용기는 없는 나에게도 인생은 너무 짧게 느껴진다. 오 캡틴, 마이 캡틴. 내 방식대로 더 용기를 내서 내 나름대로 더 행복해져야지라고 생각했다

책이 너무 괜찮으면 책의 내용, 저자 뿐 아니라 출판사까지 샅샅이 검색해보곤 한다. 이 책이 너무 괜찮아서 대형도서점 사이트에서 이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이 무엇이 있나 다 찾아봤을 정도로 괜찮은 책이었다. 보통 이런 류의 책은 일본과 같이 외국서적인 경우가 많았는데 놀랍게도 100% 국산 책이었다. 한국의 시각과 비교하고 한국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그 전에 읽었던 이런 류의 책들은 프랑스나 일본의 사례가 더 많아 역사공부를 하는 느낌이었다.

팍스아메리카나 시대가 저물고 21세기에는 새로운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태양이 중국일지 유럽일지 혹은 다른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가 될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뿐이다.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사실 세계는 새로운 독재자의 출연보다는 다극화된 지역주의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작년에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당선되며 부각되기 시작한 우애론, 원아시아 정책이 그렇고 아세안이나 남미연합, EU 또한 그렇다.

전공 자체가 외국어 공부이다 보니 20살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외국 문화, 그 중에서도 유럽과 프랑스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책도 읽고 영화도 이것저것 보게되었다. 고학년이 되자 문화보다는 그 세계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그 세계란 프랑스라는 공동체를 말하는 것이고 넓게 말하면 유럽공동체 즉, EU이다. EU는 자칫하면 굉장히 모범적이고 100% 완벽한 답안으로 성공한 사례로 보여질 수 있지만 실제로 유럽인들은 EU에 반발하고 있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각설하고 이 책은 지역공동체의 대표격인 EU 뿐 아니라 내가 이제껏 잘 몰랐던 남미공동체나 중동의 사례들까지 자세히 나와 마음에 들었다. 특히 나는 원아시아에 관심이 많은데 책으로 접한 것은 처음이어서 신선했다. 원아시아, 그러니까 동북아시아 공동체 이야기를 처음 듣고는 해 볼만한 발상이라고 생각하며 찬성한 적이 있다. 하지만 EU의 사례를 알게 되면서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좀 더 다양한 면을 보게 되면서 좀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에 구구절절 세계의 여러 사례들, 그리고 사실은 무엇보다도 이 책 곳곳에 숨겨져있는 저자들(이 책은 4명이 공동저자로 각각 돌아가면서 한 지역씩 맡아 저술했다.)의 생각에 동감해 감동하며 책을 읽었다. 

미국이 언제 세계 정상이란 자리에서 내려올지는 모르겠지만(어쩌면 이미 내려왔을지도 모르겠지만) <뭉쳐야 산다.>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지역주의는 미국이 무너지든 안 무너지든 간에 무시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라고 말만 앞서기 바빴던 미래학자들이 요즘 반성을 하고 있다. 현재 트렌드를 알아야 미래를 알아갈 수 있는 것이고 사실 현재 트렌드는 과거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미국이 현재까지의 팍스아메리카나를 이룩하기 위해 했던 갖은 악행들을 하나하나 들려주고 각각의 지역들이 그들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어떤 투쟁을 했는지, 갈등을 겪었는지 세세하게 말해주는 것은 과거를 알고 현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미래를 만들어갈 순 없어도 미래의 감을 잡을 수 있진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시아, 유럽, 중동, 남미의 순으로 대륙을 하나씩 천천히 짚어가면서 이야기해주는 이 책의 거의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책이 내가 그은 밑줄로 이미 1년은 읽은 책 같다. (실제로는 이 책은 그저께 사서 어제 다 읽은 책인데도)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자주 하는 말이긴 하지만, 별이 5개라면 6개를 주고 싶은 책이다.

<다극화 체제, 미국 이후의 세계>를 너무 재미있게 읽고 나서 시대의 창 도서에 관심이 갔다. 읽고 싶은 책은 많았지만 그 중에 제일 읽고 싶었던 책이 바로 오바마 시대 변화하는 미국과 한반도였다. 요즘들어 미국 경제나 오바마에 대해 궁금한게 많아졌기 때문이고 궁금한 것을 충족시켜주기에는 책이 가장 좋은 해답이라는 나름의 철학때문이었다.

오바마의 임기가 아직 2년밖에 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과 진행사항를 평가한다는게 아직 시기상조일지는 모르나, 오바마를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를 알기에는 <버락 오바마 담대한 희망>이나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오바마 이야기>와 같은 무조건 적인 베스트셀러보다는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책이 훨씬 적절할 듯 하다.

오바마에 대해 총 6명의 지은이가 각자 분야에 맞게 이야기를 한다. 오바마 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오바마와 미국경제, 대외정책, 북한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 등 알고 싶은 분야에 대해 심층적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특히 경제나 북미관계(혹은 중동과 미국과의 관계)는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부시행정부와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제일 궁금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차례를 무시하고 먼저 읽었다.

하지만 사실 경제나 정치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약간 어려운 책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