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 학생들에겐 굉장히 일반적인 책이라던데 문학을 전공하는 나에게는 제목조차 낯선 책이었다. 한달에 한권씩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학교 내 동아리 활동으로 이 책을 사서 읽었다.(책을 사러 갈 때 지인의 추천으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라는 책도 샀는데 굉장히 두껍다. 겨울방학 내내 집에 쟁여놓고 읽어야겠다. 참고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컬처에 대한 반대적 시각을 가진 책이다.)

문화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갖가지 문화의 충돌과 문화 마케팅, 그리고 그 핵심의 컬쳐코드에 대해 말해준다. 저자는 미국인이면서 프랑스에 오래 거주해 미국과 프랑스의 컬쳐코드에 대한 언급이 많다. 아마 두 문화를 번갈아가며 살았던 유년기를 겪으면서 작가는 컬쳐코드에 대해 인지하고 두 문화의 충돌사이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작가 개인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는 아니고 여러 기업의 사례와 같은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사례들로 채워져있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의 전혀 다른 컬쳐코드가 자본주의 대 자본주의, 신식과 구식, 혁신과 전통고수로 느껴졌다.

나라의 코드 뿐 아니라 각 기업의 코드들, 그리고 그 기업들이 문화에 맞게 코드를 진화시키고 변형시키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좀 더 깊이가 있는 책이었더라면 더 인상적이었을 것 같다. 컬처코드를 완벽히 이해하고 많은 사례들을 통해 실질적인 감각을 익히기에는 얕은 느낌이라 살짝 부족하다.

노란색 책에 작은 두 그루의 나무가 그려져있는 유진과 유진은 책 표지와 두 명의 유진이가 들어가는 이름만으로도 따뜻해보이는 책이었다. 읽을 때 마다 가슴아프지만 여전히 매우 따뜻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월밤의 12월 선정도서로 내가 추천했고 다시 읽게 되었다. 이런 겨울에는 더 따뜻해 지는 책이다.

 

유치원에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두 유진이와 유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유진과 유진은 나에게 몇가지 깊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이름도 같고 비슷한 환경에 같은 유치원, 같은 중학교인 유진이들이지만 부모님의 역할과 성추행 후 사후처리에 따라 두 유진이는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이름을 두 주인공에게 부여하면서 작가는 대조된 유진이들의 삶을 분명히 비교하고 경고하고 싶었던 듯 하다.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어떤 유진이의 부모님이 잘못했고, 잘했어 라고 내가 확언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나 나는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이렇게 할 것이다 혹은 이렇게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은 들었다. 부모님들의 뒷 처리 문제는 두 어린 유진이의 성장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이름만 같은 두 유진이의 전혀 다른 성격과 삶을 만들어주었다. 나는 어떤 부모가 될 것인지 또 나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했다. 어떤 삶에도 답도 없고 지표도 없지만 나는 큰 유진이의 부모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

 

큰 유진이는 말썽쟁이다. 말괄량이에 공부도 못한다. 아마 제 3자가 보기엔 유진이는 구제불능인 그저그런 소녀일 것이다. 작은 유진이는 성적이 탑 권에 드는 성실한 학생이다.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말썽을 부려본 적도 없다.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 보다는 조용조용히 그저 넘어가는 유진이다. 하지만 결국 작은 유진이는 부모님이 주신 일상을 벗어나 버린다. 아마 속으로만 삼켰던 무언가들이 작은 유진이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보이는 것으로만 평가받지만 사실 보이는 것은 실제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유진이가 모범생이라서, 유진이가 말괄량이라서 라는 조건을 전부 뒤집었던 마지막 결말이었다. 작은 유진이가 삶으로 도망가고 결국 극적인 화해를 하는 장면은 매우 소설다웠고 청소년 드라마의 마지막 절정부분에 이른 것 같은 느낌을 줄만큼 유치했다. 하지만 쨘 했다. 유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결국은 그런 청소년기를 지나왔고 어쩌면 아직도 그 시기에 머무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한 초등학생 여자아이에 대한 기사가 뉴스포털 사이트 메인에 전부 도배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도 그 여자아이에 대한 기사들이 간간히 보도되고 들린다. 아마 보도되지 못한 수 많은 여자아이들(혹은 남자아이들)의 성추행, 성폭행 케이스가 있을 것 이다. 어쩌면 그 아이들은 두 유진이들처럼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영행을 끼치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유진이들이 그랬듯 너무 어린 유치원 때의 상처가 너무 커서 중학생이 될 때까지 끌어안고 있었다. 슬펐다.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쉽게 상처받고 감당할 수 없어서 허우적 거리는 것 같았다. 아마 다른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아마 소설이 뭉뜽그리듯 유하게 표현한 것보다 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직도 어리다. 어리기 때문에 누군가의 따뜻한 손으로 보듬어 주다보면 아직도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따뜻함, 손길, 관심. 아직도 너희들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그리고 더 받아야할 사랑이 넘친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라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이들이니까 말이다.

 

많은 부모님들, 선생님들, 그리고 언젠가는 부모님이 될 사람들에게 한번쯤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부모가 되거나 선생님이 되거나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든 주변 사람의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살아가야할 우리니까 말이다.

 

모두의 삶이 유진과 유진의 노란 표지처럼 따뜻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두 그루의 나무가 자라듯이 쑥쑥 더 성장하길 바란다. 물론 나도.

인생의 지혜와 가르침을 주는 말을 잠언이라고 한다. 이 책은 시를 엮었지만 잠언집이라고 부른다.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아 괜히 뭉클해졌다. 나는 시를 잘 모르고 시를 잘 좋아하지 않아 책을 고를 때 시집코너에도 가본 적이 없다. 이 책을 추천해준 미주언니가 너무 고마워진다.

여러 시가 있지만 특히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은 정말 주옥같은 시다. 누구나 후회는 한다. 후회없는 삶이란 없다. 후회에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고야 만다. 시간이 흐르고 늙은 나는 생각하겠지. 그 책을 읽었을 때 내가 이걸 알았더라면.

이 책을 읽고 유독 감동했던 이유는 뉴욕여행의 여운에서 헤엄쳐나오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느끼는 바와 매우 일치했기 때문이다. 특히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부분과 <신경쓰지 않았으리라./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부분은 요즘 내가 생각하는 것과 거의 정확히 일치해서 깜짝놀랐다.

하지만 이 시를 좀 더 일찍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너무도 유명한 시라 사실은 몇 번 본 적은 있다. 이게 왜이렇게 유명한가 하고 궁금해 몇 번 펼쳤다 내려놓았다. 검색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가슴에 남는 구절도, 감동도, 읽었을 때의 소름도 없었다.

대게의 삶이 그렇듯 독서에도 <타이밍>이라는 게 존재한다. 책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와 시기에 책을 읽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책도 이해할 수 없는 나이에는 좋은 책이 될 수 없다. 7살 어린아이에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행(이희호 저)>을 읽으라고 한다면 울어버릴 지도 모른다. 50살의 아주머니에게는 내가 반전에 환호했던 <파이이야기>가 지루하고 시시껄렁한 소설 나부랭이일지도 모른다. 몇 번을 읽었는지조차 셀 수 없는 <어린왕자>는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그리고 대학생 때 읽었을 때 마다 그 타이밍 마다 모든 느낌이 달랐다.

나에게 이 시와 이 잠언집은 타이밍이 좋았다. 좋은 타이밍에 좋은 책이 찾아와 좋았다. 책을 많이 읽었을 때 좋은 점은 지금 바로 이 시기에 적절한 책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밍에 맞는 좋은 책은 잘 쓰여진 책 만큼 책을 고를 때 중요한 일이다. 이 책을 이후로 나는 시가 더 좋아 질 것 같다. 오늘도 교보문고에서 이혜인 수녀님의 시를 보고 그 시가 너무 좋아 수연이를 불러 보여줬다.

내가 가진 청춘과 젊음을 사랑할 줄 아는 생기있는 즐거운 사람이 되어야지. 지금 그걸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에 책을 다시 읽고 그대로 서있었다. 오자마자 책장에 꽂아놓았다. 지금 이 생각을 잃어버렸을 때 마다 꺼내 읽어야겠다. 지금의 삶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