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것을 보고 지나가던 소현언니가 <나도 이 책 읽었는데 김주하가 생각처럼 글을 잘 쓰진 못하더라구. 그냥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왜케 아무렇게나 찍었는데 사진이 다 이쁘냐 하는거야> 라고 했다. 그 때 당시엔 아 그래요? 하고 넘어갔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고는 언니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마지막 장을 덮고는 나도 비슷하게 느꼈다. 

아나운서라서, 말을 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라서 글도 구구절절 잘 쓸 것 같다는 편견을 갖기 때문인지 기대감이 좀 컸나 보다. 기대처럼 한 문장 문장에 동감하는 그런 책은 아니었고 기자나 김주하라는 사람에 대해 알기에도 충분한 책은 아니었다. 언니 말처럼 책 중간중간에 삽입된 김주하 아나운서의 자연스러운 사진들이 너무 이뻐서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와 정말 예쁘다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봤다. 이러려고 쓴 책이 아닐텐데 작가에게는 좀 미안하다.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이게 자서전인줄 알았는데 이 책은 자서전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자나 혹은 앵커라는 매력적인 직업을 소개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아마 이 책에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책 자체가 갈피를 잘 잡지 못해서 매력을 충분히 어필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책에는 김주하가 아나운서가 된 계기, 아나운서 혹은 앵커, 기자로써의 삶,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이 쪽 직업군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기자라는 직업을 느끼고 학습하기 위한 참고용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단지 참고용으로만.

일본에 우동한그릇이 있다면 한국에는 등대지기가 있다고나 할까. 감성을 자극하는 전 국민적인 소설, 조창인 작가의 등대지기.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만큼 무난하고 또 쉽게 읽으며 동감할 수 있긴 하지만 큰 인상을 주기엔 역시 약간은 좀 부족하다. 책이든 영화든 슬프면 장소불문하고 엉엉 우는 내가 눈물 한방울 안흘리고 본 책이라고 하면 설명이 좀 될 것 같다. 아마 유명한 만큼 기대감이 크고 또 왠만한 스토리 라인을 너무 읽기도 전에 다 파악을 하고 있어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책, 감동에 주는 책임에는 분명하다. 

읽을 책이 없어 심심하다고 했더니 귀염둥이 정화가 빌려준 책이다. <제가 읽고 감동을 받아 선생님께 드립니다.> 라는 문구로 보아 아마 귀염둥이 정화가 선생님이고 선물을 받은 것 같은데 오히려 책 보다는 이 문구의 정성들여 또박또박 쓴 글씨가 더 인상깊었다. ^^;  개인이 느낀 감동을 선물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책 말고는 없을 것 같다. 

등대지기인 한 남자의 어머니,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 등대처럼 쓸쓸하고 고독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슬픈 내용을 담담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써내려가지만 아마 주인공의 으스러지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어찌해였든 이런 쓸쓸한 등대와 슬픈 등대지기의 이야기가 쌀쌀한 요즘 나를 더 외ㅋ롭ㅋ게ㅋ 만들었다. 

지금 오른손등과 손가락이 만나는 부분에 1Q84 덕분에 시뻘건 상처가 하나 생겼다. 재밌어서, 너무 재밌어서 회전문에서도 책을 읽다가 그만 회전문에 손이 끼어 쓸려버렸다.

 

그런 책이다. 1Q84는. 흥미진진한 창의적인 스토리, 대중성있는 남녀 로맨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전 세계적 인기 작가까지 한 몸에 업고 일본발간 단 한달만에 한국 출간, 모든 서점의 베스트셀러 1위란을 지키고 있다. 처음엔 어느 서점에 가도 1Q84 책이 놓여져 있길래 도대체 이 책은 얼마나 마케팅을 뿌리길래 이토록 잘팔리는가 하고 생각했다. 오히려 너무 잘팔리는 듯 보여서 거부감이 들어 읽지 않았다가 도대체 살 책이 없는 홈플러스 서점에서 이 책 재밌어요 말씀하셨던 연구원님의 말씀이 떠올라 덜컥 구입했다.

 

이 책은 아오마메와 덴고라는 두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둘은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고 나쁜 방향으로 튀는 아이들이었다. 아오마메는 증신교 라는 종교단체의 부모님을 둔 이유로 일요일마다 문을 두들기며 억지로 전도활동을 했고 덴고는 NHK 수금원인 아버지를 따라 일요일마다 문을 두들기며 억지로 수금하러 다녔다. 둘은 성인이 되어 어린시절, 무수한 상처를 주었던 활동을 더이상 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초등학교 시절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었던 상대편 아이를 그리워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아오마메와 덴고에게 1Q84가 덜컥 도래해버린다. 1Q84. 일본어로 읽으면 이찌큐하치욘으로 9 발음이 큐여서 일본어로 읽든, Q를 섞어 읽든 결국은 같은 발음이다. 바로 겉으로 보기엔 다를 바 없지만 분명히 다른 1984년의 1Q84가 바로 덴고가 아오마메가 의식해버린 1984년이다.

 

이 책은 조지오웰의 1984년에 대한 오마주이다. 빅브라더가 등장하는 1984년처럼 1Q84에는 리틀피플이 등장한다. 보이지 않고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속한 전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형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가 내가 생각하는 세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두 소설을 시작한다. 하지만 1984의 메시지는 1Q84의 메시지보다 더 강하고 확실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노벨문학상으로 거론되었던 일도 이미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독자적인 팬 층을 갖게 된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터라 그가 가지고 있는 대표소설도 이미 여러개이다. 가장 유명한 상실의 시대부터 해변의 카프카,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태엽감는 새 등  그의 소설은 사실 하루키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한권한권 읽게 되었다. 상실의 시대는 사랑과 상실 이야기에 내가 원체 약한 탓인지 다른 작가들이 느꼈던 격한 감동은 느끼지 못했고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중학교때 구입해 불륜과 섹스묘사라는 내용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앞 10페이지 이상 읽지 못했다. 작년에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는 하루키를 재발견하고 재미있는 일본소설을 이야기할 때 항상 손에 꼽는 책으로 아마 나는 이 이후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하루키 소설 중 상실의 시대와 해변의 카프카 중간 지점 쯤 서 있는, 대단히 하루키적인 하루키 소설이다.

 

우리는 살면서 인생에 대한 물음표를 갖기가 참 어렵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과연 2009년이 맞는지 2009년들어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의문은 소설 밖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는 가당치도 않은 불필요한 질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이 과연 2009년이 맞는지. 200Q년은 아닐련지. 달은 밤하늘에 과연 한개만 떠있는건지 리틀피플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너무 몰입해서 읽다보니 책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든가 보다.

 

두 권으로 분권되어 있는 이 책은 사실 1권도 거의 다른 책들의 2권 분량이다. 그래서 인지 이 책을 읽는데 딱 일주일, 7일이 걸렸다. 두꺼운 하드커버와 600쪽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에 지하철에서 손목아지에 곰이 한마리 얹어있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도 책을 내려놀 수가 없었다. 앞에서 말했듯 그래서 에스컬레이터에서도, 회전문에서도 읽다 작은 사고도 일어났지만 그래도 1Q84에게는 아무런 원망이 없다. 한가지 원망이 있다면 아직 3권은 출판되지 않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