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한국의 아름다움을 책 한권에 담아준 배용준 씨께 고마운 책이었다.

 

한복, 한옥, 김치같은 발표음식, 옻, 한글 등 한국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오히려 한국인이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너무 미국식, 유럽식을 쫓다보니 오히려 한국식은 구식, 낡은것이라며 평가를 절하하는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한국에서는 너무 기특하고 또 고마운 책이었다.

 

수혜와 영풍문고에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한 켠에 이 책이 우두두 쌓여있는 걸 보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샀다. 서점에 가면 <사고싶은 책>과 <읽고 싶은 책> 그리고 <사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사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두고두고 보면 좋을 것 같았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담아내었는지 빨리 보고 싶었다.

 

연예인들이 너도 나도 책을 낸다고 싸이에 올릴 법한 그냥 비싼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 몇 장과 일기장에 쓸 법한 간단한 메모를 가지고 책을 내는 경우가 요즘 허다한데(그것도 꼭 유명한 외국 관광지 위주의 해외여행으로) 이 책은 한 장 한장에 공을 들인 느낌이었다. 아마 <한국의 것>을 다루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역사적인 고증, 전문가와의 대담 등으로 전문적인 부분을 강화하고 또 배용준 자체의 감상와 체험을 자세하게 기술함으로써 독자와의 공감을 끌어낸 점도 훌륭하다.  

 

발간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끈 이 책은 <배용준 책>이기 전에 <한국 전통 전문가들의 모임>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복디자이너 이효재부터 한글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이와야마칠예미술관 관장 전용복, 전통차 연구가 박동춘, 도예가 천한봉, 전통주 연구가 박록담 등등 한국의 아름다움을 설명할 때 마다 꼭 전문가이 등장했다. 이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직접 체험했다니 배용준 이라는 이름을 빼도 이 책은 베스트 셀러가 되었을 것이고 국립중앙박물관부터 경주, 일본까지 한국의 아름다움으로 찾아 떠난 소중한 경험을 추억으로 가지고 있는 그가 부러웠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그가 꼭 이 책의 후속편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기엔 이 책이 두껍다 한들, 부족하지 않겠는가.

면장선거는 이 소설의 한 부분이고 철없는 도라이 정신과 의사에 관한 내용이다. 이 의사는 다소 특이한 방법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무작정 주사를 놓고 그냥 약을 처방해 주는 등 전혀 상식밖의 방법으로 치료하는 엉뚱한 의사이긴 하지만 그가 툭툭 내뱉는 말에 의사만큼이나 특이한 환자들이 그들의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는 내용이다. 정신과, 치료라는 점에서 전에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작품,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의 연장선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여기서 세명의 환자를 치료한다. 각종 기자들과 싸움을 벌이는 재벌 신문 편집장, 젊은에 대해 압박을 느끼는 40대 여배우, 치열한 부패 면장선거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는 공무원. 셋 다 무언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들은 이 압박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공통점도 역시 가지고 있었다. 자유롭고 어딘가 이상하고 덜떨어진 의사 덕택에 그들은 그들의 압박, 스트레스를 느끼고 그 모든 것들을 훨훨 놓아버릴 수 있게 된다.

 

현대인들이 사회 속에서 갖는 갖가지 스트레스는 저마다 다르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 처럼 "압박"이라는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남보다" 더 성공하고 부유해지며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산다. 사실 "남보다"라는 조건은 매우 박쥐같아서 때로는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이불삼아 사는 사람보다는 한없이 행복해지다가도, 티비 드라마에 돈을 어찌 쓸 줄 모를만큼의 재벌2세 주인공을 보며 한없는 불행으로 치닫는다. 나 역시도 조급증, 열등감이 심한 사람이라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쓸데없는 고민과 걱정속에서 수많은 시간을 허비하는지 알고 있고 또 나도 매우 잘 알고 있는 터라, 이 책에 나오는 세 인물이 모두 나의 다른 모습 같았다. 더 성공하길 원하고 더 예뻐지길 바라며 사회와 양심 두 가치의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매번 선택해야하는.

 

작가가 제시하는 시원한 해결책을 소설이 아닌, 현실에 사는 내가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가 말했듯 나를 둘러싼 모든 억압을 내려놓는것 만으로도 (가끔이라도) 답답한 건물 밖에 나와 시원한 공기를 쐬는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항상 유쾌하게 시작해 메세지를 주고 가는 방법이 마음에 든다. 누구나 읽을 수 있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누구나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쉽지만 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쉬운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주어야 겠다.

 

별이 5개가 있다면 나는 10개를 주고 싶고 100개가 있다면 난 이 책에게 별을 200개를 주고 싶다.

 

공지영 특유의 여성스러운 문체는 종종 내 마음을 너무 쉽게 울려서 날 당황스럽게 한다. 조근조근하면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차분하고 솔직한 문체들 때문에 그녀의 소설에 더 쉽게 빠져드는데 이 책은 그런 공지영의 책 중에 아마 The best 였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스토커만 빼고 누구든 이 말을 해준다면 가슴이 벅차 오를 것 같다. 가족, 친구, 애인. 누구든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세상에 감사할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찬 책. 매주 화요일 공지영은 큰 딸 위녕에게 편지를 보낸다. 같은 집에서 같이 밥을 먹고 매일 마주치는 두 사람이지만 작가 공지영은 아마 글쟁이라 글로써 사랑을 표현하는게 더 편한가보다. 그녀의 편지를 묶어서 낸 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책 한장한장 넘기면서 나는 너무 많이 울어서 아침에 공들여 한 화장은 지하철에서 몽땅 다 지워졌다. (그날 나는 회사에서 오늘 어디 아프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럴수가.)

 

매주 썼던 편지를 모은 만큼 책은 여러 챕터로 나뉘어져 있고 그 부분 부분이 주고자 하는 메세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투영되어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헌신적인 어머니의 완벽한 사랑은 아니지만, 조금 어설프고 가끔은 실수도 하는 인간적인 어머니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랑이 아마도 그렇게 내 마음을 울렸나보다.

 

게다가 마지막에 이 편지를 일주일마다 매번 받았던 행운의 주인공?인 위녕이 역으로 엄마 공지영에게 보내는 편지는 마지막으로 내 모든 눈물을 짜내기에도 충분했다. 아 정말 지하철에서 얼마나 운 걸까.

 

공지영 작가가 카톨릭신자인지는 몰랐는데 이 책에서 공지영 작가의 깊은 신앙심도 줄곧 보인다. 보통 <무지개원리>나 <오두막>이 그렇듯, 과도한 신앙심 노출은 비신자들에게는 거부감밖에는 줄 수 없는데 오히려 공지영 작가는 신앙심보다는 성직자들의 시, 말 등을 인용해 주고자 하는 메세지를 보완했기에 이 부분도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너에게 상처 줄 수 있는 사람은 너 하나 뿐이다"라고. 지난 날 나는 나에게 상처를 참 많이 주었다. 남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거짓말하면서 오히려 내가 나에게 상처를 준 것 같다는 사실을 깨닫자 괜히 더 서러워졌다. 이젠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보다 행복을 안겨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또 "잘 헤어질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라"고 하며 "행복한 사람을 친구로 사귀어라"라고 충고한다.

 

하나하나 동감이 갔다. 행복처럼 전염이 강한 바이러스는 없어서 주변에 모두 행복한 친구라면 나 역시도 행복해지니까 행복한 친구를 사귀는 건 성공한 친구, 돈 많은 친구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 책은 나의 대표적인 동네친구 수연이가 빌려줬다. 밤에 "책 빌려줘"라는 말에 집에 있는 책 중에 김진명 책 빼고(내가 김진명 작가를 좋아하지 않아서) 다 가져오느라 밤 9시에 낑낑대며 걸어오는 수연이를 보면서, 항상 내가 더 낼께, 내가 도와줄께, 응 그렇게 해줄께 라는 말을 달고 사는 수연이를 보면서, 나도 행복한 친구가 곁에 있어서 행복한 것 같아 고마웠다.

 

주변 모든 것에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에 사랑과 감사가 벅차오르는 이 책은 책을 읽는 내내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작가는 종종 읽고 나면 그 책을 끌어안고 그 여운을 만끽하고 싶은 책이 있다며 이 책에서 몇 권 소개했는데 내가 소개하고 싶은 가슴에 끌어 안고 싶은 책은 바로 이 책이었다. 너무 많이 울어 머리도 아프고 화장은 다 지워졌지만 가슴 속은 뷔페에 다녀온 것 처럼 가득- 정체를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그 포만감으로도 너무 벅차오른 그런 책이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