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원래 시인이라고 했다. 제목도 참 시 같다. 제목 뿐 아니라 프롤로그부터 책 마지막 장 까지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시집을 읽는 것인지 아니면 예술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인지 아리송했다. 시도 예술의 한 분야가 아닌가, 예술을 예술로써 풀어내는 것도 작가의 의도라고 반박한다면 할만은 없지만 어떤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주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이기적인 마인드를 가진 내 입장에서는 좀 불만스러웠다.

 

가령은 이런 식이었다. 나는 신윤복이라는 조선후기 화가를 좋아하는데 신윤복의 그림 중에 특히 유명한 그림으로 <월하정인>이 있다. 말 그대로 달 아래서 만나는 연인들에 대한 그림인데 어두컴컴한 한 밤 중에 장옷으로 몸을 가린 여인네와 양반 복장을 한 두 남녀가 만나는 그림이다. 신윤복이라는 화가는 원래 기생에 대해 잘 그리는 화가인데다, 뒤에 있는 집이 혹 기생집이 아니냐는 추측, 여인네의 요염한 눈꼬리,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 때문에 달 아래서 몰래 만나는 기생과 한 양반의 이야기로 많이 풀이된다. 하지만 작가는 전혀 다르게 해석했다. 둘은 사랑하지만 어떠한 이유 때문에 밤에 몰래 만나는 슬픈 사랑이야기이다, 라며 슬퍼했다. 기생과 양반가의 여인들이 비슷한 옷을 입고 다녔다는 역사적인 사실 또한 첨부했다. 나는 이 화가의 여성스러우면서도 화려한 면을 좋아해 관련 책이나 티비 프로그램은 챙겨보는 식이다. 물론 본다고 해서 지식이 느는 건 아니니 아는 바는 많이 없어 내 판단이 틀릴 지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고개가 갸우뚱했다. 작가의 주관적 감상을 마치 객관적인 것처럼 독자들에게 강요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림여행> 답게 다양한 책을 두루두루 소개한 부분은 좋았다. 특히 한국 현대작가들에 대한 소개가 많았고 외국 유명 작가들이라 할지라도 단순히 <유명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 보다는 <작가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품>에 순위를 두어 소개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책들처럼 그저 <유명한> 작품 소개에만 급급했다면 다른 책들과 전혀 차별화를 둘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 현대작가와 작품을 소개할 때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작가는 보통 <민중>을 그린 작품을 유독 좋아하는 특성 때문인지 이런저런 관련 작품들을 수록해주어서 좋았다. 또 둘리에 대한 연구적 분석 또한 다르게 생각하는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역시 좋았다.

 

 

하지만 그림이나 작가에 대해 어떠한 연구를 하고 싶다면 피하길 바란다.

 

모든 사랑은 언젠가 <안녕>이라고 고해야 하므로 절대 모든 걸 다 주지도 빠지지도 말라고 사랑의 끝을 생각하면서 사랑하라고 단호하게 경고하는 소설. 안녕, 언젠가. 다들 이별을 생각하면서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고 절대 끝을 생각하면서는 연애하지 말라고 하던데 이 소설은 전혀 반대의 길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일본에는 참 불륜 소설이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 처럼 불륜을 간통으로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는 법이 없어서 그런가 아니면 원래부터 연애에는 참 자유로운 일본사람들에게는 불륜조차 아름답게 받아드릴 수 있는 유연한 잣대가 있는 걸까.

 

사랑에 상처받은 여자와 사랑에 행복한 결혼을 압둔 남자가 태국이라는 이국에서 만나 4개월간의 뜨거운 사랑에 빠지고 각자의 길로 돌아가지만 30년 동안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여자는 암에 걸리고(아직 안 읽은 사람들을 위해 여기까지만 하겠다.). 뻔한 사랑 얘기지만 읽는 내내 제목이 너무 그리고 아련한 표지가 너무 슬펐다. 주인공들의 사랑방식처럼 언젠가 이별을 말해야해서 이별을 염두해 두고도 빠져버리는 진한 사랑이라면 언젠가 안녕 이라고 말해야 한다면. 그 가정이 너무 슬펐다.

 

기욤 미소의 구해줘 처럼 전개가 빠르고 뒷 내용이 궁금해 미칠 것 같은 그런 스토리라인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특히 연애소설을 좋아한다면.

검색해니 국내도서는 나오지 않아 원서로 올렸지만 사실 내가 읽은 책은 <중국CEO>라는 이름의 한국어 번역본이었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굳이 작가란을 보지 않아도 이 책이 번역된 책이란 걸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굉장히 번역 냄새가 풀풀 풍기는 문체였다. 번역체가 너무 심하면 한국어를 읽으면서도 불편하고 이질감을 느낀다. 원서로 읽으면 그런 문제점은 없을테니 이 책을 읽어야하는 사람이라면 원서로 읽을 것을 추천한다.

중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글로벌기업 CEO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요약, 정리해 묶은 책이다.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이나 경쟁 우위 확보, 중국 Staff 관리 등 다양한 조언들이 많아 중국 진출이나 이미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많은 기업인들이 이 책을 참고하고 또 찾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야기가 있으니 책이 두꺼운 건 당연하지만 그다지 질적으로 좋게 두꺼운 책은 아니다. 반복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 쓸데 없는 페이지가 너무 많았다. 서론으로 한번 정리하고 들어가서 본론에서 자세히 탐구한다음에 결론으로 정리, 그 다음장은 요약. 이렇게 같은 내용이 최소한 4번이상은 반복되니까 나중엔 아 무슨 이 얘기를 또 해. 이런 생각도 들었다. 

20인만 인터뷰했기 때문에 인터뷰어나 그 기업에 대한 설명도 계속 겹치고 또 겹쳤다. 차라리 인물 별로 나눠서 중국시장에서 성공하는 비결을 정리하거나 사업군 별로 나눠서 중국의 특정 시장에 대한 정보를 요약하고 전달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