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소설은 빨리 읽어버린다. 다음도 궁금하고 나의 지적 수준에서 내용을 이해하는데에도 그다지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이 책은 예전부터 위시리스트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래서 꼭 읽어보아야지 하고 있던 참에 중고책이 나와 있어서 얼른 구매했다.

수상경력도 화려하고 리뷰들도 하나같이 대단하다고 극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별점 다섯개에다가 평점 10점짜리인 것이다.

책 표지에서도 부터 뒷페이지에 까지 이 책에 쏟아진 찬사는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내가 받은 느낌은 왜 이렇게 이 책에 찬사를 쏟는지 고개가 갸우뚱거리게 될 뿐이었다.

이 책의 줄거리를 알지 못하고 읽기 시작한 나는 책의 3분의 1을 읽는 동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 '남자'와 '소년(아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끝도 없이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는지 왜 세상은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고 인육을 먹으며 살아가는 인간들이 존재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재난이 나오게 되면 왜 이러한 재난이 일어나게 되는 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그 다음에 주인공이 그 재난을 어떻게 극복하는 지에 관해 쓰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불친절하게도 그러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다.

'재' 와 '녹아버린 아스팔트'라는 단어로 미루어 볼때 세상이 무언가에 의해서 불에 타버려서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는 사람들이 살인, 약탈, 그리고 심지어 사람들을 가두어 넣고 그 인육을 먹게 되는 세상이 되어 버렸고, 주인공들이 이 암흑의 세상을 벗어나기 위해 끝없이 길을 따라 여행(?)하는 상황을 그렸다고 짐작할 수 밖에...

하지만 마치 자신이 주인공들이 지나가는 장면을 옆에서 보기라도 한 듯이 주변 환경과 풍경을 세세한 묘사로 설명해 주고 있는 장면들은 인정해 주어야 겠다.

집안에 들어가서 먹을 것을 찾을 때 무언가 꼭 튀어 나올 것 같은 긴장감에 사로잡혔던 적도 몇 번 있었으니까.

음... 아무튼 왜 이렇게 극찬에 극찬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 나에게 문제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아직 나의 수준이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을 지도...

이 책 표지에 나와 있지만 내가 받은 이 책의 평가는

"320페이지의 절망"

요코미조 세이지 작품 중 세번째로 읽은 '팔묘촌'
이 책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작가와 독자들이 선정한 인기 순위에서 '옥문도'와 함께 1,2위를 다투는 작품이라고 한다.
옥문도를 아직 구입하지 않았으니 결국 위시리스트 소설 부문에서 책 한권이 추가되어버렸다.

그런데 분명히 일본발음상으로는 킨다이치(金田一)로 쓰는 게 맞는데 왜 '긴'으로 쓰는지 모르겠다. 키무라 타쿠야도 '기무라'로 쓰여지고...

이것도 '서울말'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아는 일본어를 배운 아는 서울 사람들은 다 된소리 발음에 상당히 약했다. 한국을 뜻하는 캉코쿠도 '강'으로 발음하는 것을 보니...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이누가미 일족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지만...

이 책은 특이하게 3인칭 시점이 아니라 1인칭 시점으로 쓰여져 있다.

첫 페이지부터 '나'라는 사람이 등장해서 내가 이 무서운 경험을 왜 쓰게 되었는지 설명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국시대 8명의 패주무사가 황금을 가지고 마을에 몸을 숨겼지만, 황금에 눈이 먼 마을 사람들이 그 무사들을 죽이게 되고 그 후 마을은 팔묘촌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세월이 지나 주인공인 '나'의 아버지로 알려진 다지미 요조가 마을 주민 32명을 살해하고 산으로 몸을 숨겨 발견되지 않았고 그로부터 26년 후 주인공이 '다지미 가'를 잇기 위해 팔묘촌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연쇄살인이 발생하게 된다.

이 팔묘촌은 다른 두 작품하고 틀리게 마을 지하에 뚫려 있는 종유동굴에서 쫓고 쫓기는 장면이 많이 나오면서 긴장감을 더욱 유발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왜 명탐정인 긴다이치 코스케는 범인이 죽일 사람은 다 죽이고 나면 그제서야 사건을 해결하는 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보통 죽이기 시작하면 무언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고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법인데 이 멍청하게 생긴 탐정은 범인이 죽이기로 결심한 대상이 다 죽고 나서야 전부 불러 모아놓고 '당신이 범인입니다'라고 하고 있으니 과연 명탐정이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다.

그리고 왜 여자(3권 중에서)만 범인인지도 궁금하다....
그러면 마지막 한 권 남은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도 여자가 범인일까?



요코미조세이지, 긴다이치

올해는 그동안 안 읽은 책을 읽기로 작정했기 때문에 지식과 정보를 습득한다는 결심하에 소설책은 그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 등골 오싹한 공포/미스테리 소설 소개를 보고 우연히 집에 있던 책 '악마의 공놀이 노래'를 읽기 시작하면서 요코미조 세이지의 소설에 빠지게 되 버렸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를 읽고 난 후 바로 읽기 시작한 '이누가미 일족'

이 책을 다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소설 책이 원래 그렇지만 다음 내용이 너무너무 궁금하기 때문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 가 없는 법이므로.
이제 그만 읽고 자자고 누워도 그 다음 내용을 더 읽고 싶은 마음에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누가미 재벌의 창시자인 이누가미 사헤의 유언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형제간의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헤의 정실처가 아닌 첩의 자식들 3명과 사헤의 은인의 손녀딸인 다마요, 그리고 사헤가 사랑했던 여자 키쿠노에게서 낳은 아들 시즈마, 이렇게 다섯명을 서로 죽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은 사헤의 유언장.

이 유언장 자체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지 않으면 선뜻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쓰여져 있어, 첩의 자식들 3명에게는 더없이 불리하게 그리고 다마요에게는 더 없이 유리하게 쓰여져 있지만 거기에도 다마요가 첩의 자식들 3명 중 한 명과 결혼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아주 골머리를 썩이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악마의 공놀이 노래 보다 훨씬 재밌고 긴장감이 넘쳤던 작품이다.

요코미조세이지, 긴다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