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에게 만큼은 아이를 위한 엄마가 되자고 결심했건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아이의 수시로 변하는 행동에 똑같이 반응하는 엄마가 되고 말았다. 그 많은 육아 지침서를 읽고도 아이의 마음 하나 읽지 못해 덩달아 눈물을 훔치며 속상해 했다. 그런데 답은 실로 간단했다. <아이 사생활>을 엿보고 난후에 좀더 심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아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내 아이만의 스타일을 찾게 되었다. 왜냐하면 책의 말대로 내 아이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 세계 66억 명의 인간 중에서도 나와 똑같은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하나뿐 나의 아이를 소중하게 양육하는 것 또한 커다란 과제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아이마다 다르고 왜 남녀마다 다른 것일까?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뇌이다.

 

뇌는 인간이 가진 수수께끼 중 가장 거대하고 엄청난 것이다. 뇌 속에는 무려 1,000억 개의 신경세포, 즉 뉴런이 만들어져 있다.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어떤 경로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받으면, 뇌는 그것을 토대로 수시로 업그레이드 하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 뇌의 신경회로, 즉 시냅스(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부위)를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갓 태어난 아이의 뇌는 생존 본능과 관련된 몇 가지 기능만 타고난 상태이지만, 여러 가지 감각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 매우 빠른 뉴런을 생성하고 각각의 회로를 연결하며 정보를 전달하고 기억을 저장한다. 인간만이 뇌를 가진 것은 아니다. 모든 동물에게도 뇌가 있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전두엽에 있다. 약 450년만 년 전에 우리는 원숭이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확연한 차이는 인간이 가진 창의성의 결과다. 인간에게 창의성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원숭이와 다름없는 유인원으로 지구상에 존재했을 것이다. 닦으면 닦을수록 더욱 계발되는 창의성은 바로 전두엽에서 발현된다. 하지만 두 돌쯤 된 아이에게는 자제력을 결정하는 전두엽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인내하고 참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승아와 씨름을 하고 화내고 심지어 말을 안들은 다며 매를 들었으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이들은 조금 부족한 듯 키우는 것이 좋다. 요즘은 자녀를 한두 명 낳기 때문에 자식에게 올인하는 부모가 많아서 그런지 아낌없이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어떤 대가나 조정의 과정 없이 획득하게 되면, 아이는 그때그때마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잘못했더라도 나무라지 않는 부모의 그릇된 애정은 어떤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판단할 능력조차 빼앗아버린다. 우리나라 속담에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아이에게 끊임없이 도덕적 판단에 대한 행동을 훈련시켜 습관처럼 몸에 배게 해야 한다. 한번 몸에 밴 습관은 평생을 따라가게 마련이다. 그리고 아이의 판단 기준은 부모이다. 우리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아이는 부모의 감정, 사고, 행동, 말투까지 닮아가게 된다. 우리는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서 부모는 책을 읽지 않고, 교통법규를 지켜야 한다고 늘 말하던 엄마가 바쁘다는 핑계로 무단횡단을 한다면 아이에게 혼란을 줄수 있다. 도덕적인, 바른 인성의 소유자로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기 이전부터 무엇을 해야 되고, 해서는 안 되는지 원칙을 정해 일관성 있게 키우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충분한 애정을 주되, 일관된 육아 원칙에 따라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 시켜야 한다. 요즘은 착한 아이는 바보 같다며 세상 살기 힘든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의 성공 기준은 무엇일까? 결국 행복하기 위해 성공이 필요하지만, 성공했음에도 불행한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착한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사람들 때문에 점점 세상은 회색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심어준 도덕성은 행복지수를 올려준다. 제아무리 출세하고 성공했다 하더라도 도덕적이지 못하면 세상 살아가는 의미와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결국 인생의 마지막에서는 도덕적으로 얼마나 가치 높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았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삶의 요건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필히 기억하고 싶은 것은 또 하나의 경쟁력, 자아존중감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성공을 배우는 아이로 키우느냐 실패를 배우는 아이로 키우느냐의 문제는 바로 자아존중감에 있다. 자존감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교육학에서는 자아존중감을 ‘긍정적인 자아상’이라고 표현한다. 간단하게 ‘내가 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정도’라고 이해해도 좋다. 자존감은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핵심 요소 중 하나이며, 기본적으로 우리 자신에 대한 신념들의 집합이다. 자존감의 가장 중요한 핵심 두 가지는 자기 가치와 자신감이다. 그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하지만 아이의 자존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부모이다. 부모의 자존감이 높으면 자녀 역시 자존감이 높았고, 부모 경험이 좋은 경우 어김없이 성인이 된 지금도 자존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존감의 기반은 아동기에 완성된다. 부모가 일상에서 별 뜻 없이 내뱉는 말이나 행동도 아이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통한 아이에게 돼지라든가 악의 없이 장난삼아 하는 농담도 점점 자신의 신체를 창피하게 생각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 세 살 난 아이가 힘겹게 혼자서 신발을 신었는데 좌우가 바뀐 경우 칭찬보다는 지적하고 나무라기에 바쁘다. 그럴 때는 먼저 따뜻한 태도로 아이의 성공을 칭찬해준 다음에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지만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내가 생각했던 자존감 높이는 방법은 특별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부모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아이의 자아상이 별 탈 없이 긍정적으로 발달해가려면, 무엇보다 자신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부터 꾸준히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느낌을 받으면서 자라야 한다. 따라서 자존감이 형성되는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양육태도다. 그렇다면 어떤 엄마가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공감형 부모이다. 대부분 부모들은 아이를 설득함으로써 잘 이해하고 있다고 착가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이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이해하는 부모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모의 태도이다. 우선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받아준 후, 감정이 정리되고 아이가 이성을 찾게 되면, 그때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으면 좋겠니?’라고 물어 문제해결 방법을 같이 찾아가면 된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자존감이 상처받지 않으면서 문제도 해결해갈 수 있는 일거양득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아이와 공감하려면,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반박하는 대신 인정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는 항상 무엇인가 가르쳐주어야 하고, 고쳐주어야 하고, 바꿔주어야 하는 존재라고 오해한다. 비판형, 설득형 부모가 종종 저지르는 실수다.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은 입장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만이 아니다. ’만약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면 기분이 어떨까?’, ’나는 어떤 말을 듣고 싶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된다. 부모의 공감은 아이들이 자신을 유능하다고 느끼게 하는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다. 일상에서 수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평범한 상황에서 부모의 공감이 차곡차곡 쌓여야 아이의 자존감이 점점 높아진다.

 

공감받은 아이가 공감한다. 마치 그것은 부메랑 같아서 공감받은 아이가 부모를 공감하고, 타인을 공감한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 정서적 느낌 등을 다른 사람에게 정확하게 표현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쌍방적 의사소통 능력도 뛰어나다. 바로 의사소통 능력의 핵심은 ‘경청’이다.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보통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따라서 종종 성급한 결론을 내리거나 상대방의 말을 자주 끊는 실수를 한다. 내 아이를 경청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다면 다음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1)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라. - 고개를 끄덕여주거나 적절하게 웃거나 슬픈 표정을 짓는 등의 행동을 말한다. 2) 감정 이입된 감탄사를 하라. - 행동만으로 부족하다. “정말 대단한걸”, “슬펐겠구나.”, “재미있었겠다.”등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음을 표현해준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과의 대화는 즐겁기 때문이다. 3) 아이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지 마라. - 가끔씩 아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중언부언하며 끝도 없이 해댄다고해서 이야기를 끊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 신념처럼 무서운 힘이 없다. 자신감은 “나는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 적극적, 능동적 암시를 가져다준다. 아이의 머릿속에 떠오른 승리에 대한 예감은 마치 최면처럼 마력을 발휘해 아이가 실제로 이길 수 있도록 움직이게 한다. 아이는 믿는 만큼 자란다. 아이가 할 수 있다고 믿어라.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아이의 자존감은 종종 부모의 긍정적 사고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무엇이든 부정적으로 말하는 부모는 무엇이든 부정적으로 말하는 아이를 만들어 좀처럼 자신감을 키울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눈으로 보면 희망이 보이고 자신감이 생긴다. 따라서 평상시 아이를 대할 때는 긍정적인 말을 주로 쓰는 연습을 하라. 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음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바로 낙관성과 함께 절대 포기하지 않는 끈기력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30대 대통령 존 캘빈 쿨리지는 “재능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끈기가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의 대부분 문제를 해결할 때 끈기 있게 접근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은 해낼 수 있다고 자신의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신감과 긍정적인 생각은 끈기 있는 태도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뇌 속의 작용도 지배한다. 긍정적인 사고는 신경세포 사이의 회로를 활짝 열어주고 새로운 회로를 형성시킨다. 그래서 두뇌회전을 활발하게 해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솟아나게 한다. 또한 긍정적인 생각은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과민한 신경을 완화해주며 혈압을 정상화해 결과적으로 일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하지만 안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사고는 회로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억제시킨다. 이런 모든 문제는 바로 부모의 인내력과 연관이 있다. 실험결과에서도 나타났지만 대부분 엄마들은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초조해하거나 지적을 하거나 심지어 참지 못하고 답을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리더라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부모가 있어야 한다. 아이의 끈기를 위해서는 부모의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성공의 비밀 열쇠는 언젠가는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스스로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긍정적 이미지’, 일에 대한 ‘끈기’이다. 부모의 강요로 이루어진 성공의 경험은 아이의 성공 경험이 아니라 부모의 성공 경험이다.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험을 했느냐가 관건이다. 아이는 많은 경험을 하면서 쌓은 성공과 칭찬을 기반으로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호기심대로 행동하도록 두는 것이 곧 성공의 기회를 늘려 주는 것이다. 아이의 소중한 자존감을 위해 실수도 눈감아주고, 칭찬은 크게 해주고, 항상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때론 아이의 자존감을 위해 부모는 말을 줄이는 연습도 해야 한다. 정말 할 일이 많다. 하지만 내 소중한 아이를 위해서라면 아이를 위한 공부를 꾸준히 하는 것이 바로 아이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자세한 서평은 http://blog.naver.com/book4u80/50110816951

책의 첫 페이지에 펼쳐든 순간, ‘경험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이야.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희생할 가치가 있어.’라는 글이 나온다. 이 책의 핵심 포인트이자 모든 것을 말해주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경험만큼 큰 스승은 없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지식은 돈으로 살 수 있어도,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는 절대 살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 발데마르 본젤스는 독일의 신낭만주의 소설가이자 전원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1910년에 독일 남부 뮌헨 근처에 있는 슐라이스하임으로 이사를 갔으며, 그곳에서 <꿀벌 마야의 모험>도 탄생했다. 사실 이 작품은 본래 본젤스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쓴 것이다.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값진 가치관과 이념을 담아 쓴 작품인 만큼, 읽은 이로 하여금 큰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1918년에 슈타른베르거 호수 근처에 아름다운 저택을 마련하고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문학 활동을 했는데, 그가 정착한 호반의 마을은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곳이었다고 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과 수많은 여행을 다니며 머물렀던 곳은 모두 동화처럼 아름다운 곳들이었다고 하니, 그의 작품의 아름다움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꿀벌은 여왕벌과 일벌, 수벌, 이렇게 세 개의 계급으로 나뉘는데, 여왕벌을 중심으로 둥지나 벌통에서 함께 생활한다. 우리의 사랑스런 캐릭터 마야는 꿀벌 왕국의 한낱 일벌에 속한다. 갓 알에서 태어난 마야는 나이가 지긋한 암벌 카산드라에게 꿀벌이 알아야 할 규칙을 배우게 된다. 그것은 누구든 다른 꿀벌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해야 하며, 늘 전체의 안녕을 으뜸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멀리 가서도 안 되고 근처에 머물러야 하며, 집을 찾을 수 있도록 날아다니면서 보는 것들을 잘 기억하고, 선배 꿀벌이 가장 좋은 꿀을 얻을 수 있는 꽃과 꽃나무들을 수백 개쯤 가르쳐 줄 테니 다 외우라고 명령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하루종일 고달프게 꿀만 모아야 하는 마야의 운명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여기서 잠깐, 만약 마야가 카산드라가 알려준 규칙에 따라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일벌의 삶을 선택했다면 <꿀벌 마야의 모험>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야는 카산드라가 들려준 인간에 대한 동경과 자연에 심취한 나머지 운명을 거부하고 힘찬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 버린다. “나는 다른 꿀벌들과는 달라. 기쁨과 놀라움, 경험과 모험을 위해 태어났다고. 위험 따위는 두렵지 않아. 나한텐 힘과 용기와 침이 있잖아?”

 

어떻게 그 작고 작은 몸에서 용기와 힘이 솟아났을까? 마야는 행복해 지고 싶었고, 자유로워지고 싶었고, 자기만의 인생을 즐기고 싶었다. 따라서 무슨 일이 닥치든 감당해 낼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런 밑바탕이 깔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남다른 꿈이었다. 인간에 대해 알고 싶은 마야의 욕망은 그 어떤 어려움이 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죽음도 두렵지 않은 용기를 심어 주었다. 그리고 모험을 통해 만난 곤충들에게서 배운 지혜는 놀랄 만큼 마야를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마야를 따라 마주치는 온갖 곤충을 만나보면서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곤충의 생태와 구체적으로 표현된 특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자신에게 쉼터를 양보해준 금파리(한스 크리스토프)를 잡아먹은 잠자리 슈누크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놓아주라고 외쳐보지만, 어쩔 수 없이 자연의 순리를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동화니까 가능한 일이지만, 장미풍뎅이 페피, 잠자리 슈누크, 쇠똥구리 쿠르트, 거미 테클라 등 우리에게 그저 한낱 곤충에 불과한 이들에게도 이름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 그저 거미, 잠자리, 메뚜기, 파리가 아닌 그들에게도 이름이 있다고 생각하니 보다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곤충들이 내리는 인간에 대한 평은 거의 절망적이었다. 슈누크의 평을 들어보자, 곤충을 먹지는 않지만 인간들 내면에는 죽이고 싶은 충동 때문인지, 붙잡아 날개나 다리를 그저 재미 삼아 뜯기도 하고 핀으로 꼽아 죽을 때까지 말리기도 한다. 거미과에 속하는 한니발은 인간이 장난으로 다리를 뜯는 바람에 장애인이 됐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심하게 흔들려 꿈이 좌절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카산드라가 들려준 인간에 대한 동경을 잊을 수 없어 자신이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답을 내리겠다 다짐한다. 참 현명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흔히 빠질 수 있는 색안경이라는 함정을 넘어선 마야의 꿈은 밤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꽃의 요정들은 죽음을 각오하며 꽃을 떠난 순간 날개가 돋는다. 평생 꽃에서만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삶을 포기하고 아침노을의 아름다움을 선택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꽃을 떠나 일찍 죽음을 맞이할 각오가 된 요정한테는 굉장한 능력이 생기는데, 최초로 만난이의 가장 절실한 소원을 들어줄 수 있게 된다. 바로 마야가 그 행운의 주인공이 되어 인간의 가장 아름다울 때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소원을 말하게 된다. 그 순간 달빛을 받으며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연인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저거야말로 이제까지 본 것들 가운데 가장 멋진 광경이라고 생각한다. ‘이제야 알 것 같아. 인간들은 서로 사랑할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마야의 모험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긍정적인 마음의 이끌림이었다. 누구나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겸손함과 매일 아침 이 아름다운 새날이 자기에게 또 어떤 경험을 가져다줄까 싶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했다. 비록 거미 테클라가 쳐놓은 거미줄에 걸려 죽을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그때도 긍정의 힘을 발휘해 죽을 때 죽더라도 호락호락 목숨을 내놓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힘껏 거미에게 소리쳤다. 또한 말벌들에게 붙잡혀 끔찍한 감옥에 갇혀 고통을 당했지만 그 순간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말벌들의 계략을 듣고 도망 나와 자신의 왕국과 동족을 지킬 수 있었다. 매일 새로운 곤충과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는 마야의 삶은 그야말로 박진감 넘친 생동감이었다. 어느새 마야는 여행을 통해 건강하게 빛나는 날개와 뾰족하고 위협적인 침을 갖게 되었고, 모험을 통해 쌓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게 되었다. 꿈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자, 삶의 가치를 높이는 원재료인 것 같다. 씩씩하고 용감한 마야를 보고 있자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셀마 라게를뢰프는 1858년 스웨덴 모르바카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대표작 <닐스의 모험>은 교육계의 청탁으로, 조국 스웨덴의 자연, 풍속 등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쓴 작품이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최초의 스웨덴 작가이자, 최초의 여성 입장으로 190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 어떻게 세계 최고의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아마 그 정답은 100년이 넘은 기나긴 세월이 답했으리라 생각한다.

 

스웨덴 남부 지방 스코네에 사는 시골 농부의 아들 닐스는 소문난 말썽꾸러기에다, 게으름뱅이였다. 착한 닐스 부모님은 가난한 소작농이었지만, 보기 드물게 성실하고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금세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학교에서도 엉망진창, 동물 학대에다 사람들에게는 버릇없이 행동하는 바람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사건 당일 일요일은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가지 않고 홀로 집에 남아 있다가 꼬마 요정을 발견하고, 잠자리채로 잡으려다 도리어 마법이 걸려 엄지만큼 작아졌다. 겁에 질린 닐스는 본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집요정을 찾아 마성으로 나서게 되는데, 평소 자신이 괴롭혔던 동물들에게 호되게 야단맞고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된다. 그때 마침 멀리 여행을 떠나는 기러기 떼들이 닐스의 집을 지나가면서 동물들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자며 유혹하고, 그중 모텐이란 수컷 거위가 기러기들을 따라가려고 하자 거위마저 없어지면 엄마에게 혼이날까 무서워 말리려다 얼결에 모텐의 목에 매달린 채 하늘로 날아오르게 된다. 그렇게 해서 닐스의 신기한 모험이 시작된다.

 

닐스는 하늘을 나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큰 불행에 빠져 있는지 울고 있을 틈도 없이, 스웨덴 남쪽 지방 스코네의 아름다운 대지와 너도밤나무의 울창한 숲과 개천마다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걱정과 근심,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고민거리로부터 자유롭게 해방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히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보다는 기러기 무리들과 함께 남쪽 지방의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여행하고 싶었다. 그런데 케브네카이세에서 왔다는 기러기들은 모텐을 장난삼아 놀렸을 뿐 함께 라플란드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더군다나 인간 꼬마라니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 다음날 떠나라는 명령을 받고 모텐의 품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데, 여우 스미레가 빠른 걸음으로 기러기 한 마리를 물고 달아나 버렸다. 한 번도 동물을 사랑해 본적 없는 닐스가, 기러기를 위해 용기와 지혜를 다해 여우 스미레와 싸워 이기는 모습에 감동한 기러기들은 함께 여행을 하기로 약속한다. 그 뒤로도 엄지 닐스는 악카가 이끄는 기러기들과 여행을 하면서 진정으로 자연과 동물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읽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한다. 

정말 엄지처럼 작아진 닐스는 만물의 영장일 때는 동물들에게 온갖 못된 짓을 서슴지 않았는데, 자연의 일부가 되고 나니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나약한 인간임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과 하나 되어 상생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에 동화되어, 더 이상 동물들에게 버릇없이 말하지도 않고,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매일 아침 기러기 무리들을 찾아가 정중히 모자를 벗고 인사하는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매번 어려움에 처해있는 동물들을 서슴없이 도와주고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행동했다. 닐스는 기러기들과 함께 스웨덴의 남단 스코네에서 시작해 북단 라플란드까지 갔다가 다시 스코네로 돌아오는 여정 속에, 온갖 모험을 겪으며 돈으로도 살수 없는 지혜와 용기를 얻었으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참다운 인간의 모습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인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자연 그대로의 삶은 아름답고 풍요로웠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새들은 자신이 가야할 길을 정확히 기억한다. 그런데 만약 그곳이 인간의 손에 파괴되어 사라져 버렸다면, 우리는 그들을 학살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대로 개발만 한다면 회색빛 도시의 화려함만 남을 뿐, 호수와 산, 숲속의 지저귐, 기름진 땅, 흐르는 물소리, 곤충의 작은 음악대, 끝없이 펼쳐진 바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 따사로운 아침햇살은 볼수 없을 것이다. 

 

 

“닐스 홀게숀, 슬픔에 잠겨 있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 작은 사람이건 큰 사람이건, 살아가기에 세상은 무척 아름다운 곳이란다. 열린 하늘과 우주는 값진 선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