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올리버는 싸익스 일당의 목표물이었던 집 앞에 총상을 입고 쓰러진 곳에서 끝이 났다. 과연 올리버에게 행운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싸익스 일당의 계획대로 올리버가 그 집안에 무사히 들어갔을지라도 집안사람들을 다 깨워 그들의 범행을 고할 작정이었기 때문에 결국 올리버가 갈 곳은 그곳밖에 없었다. 자일스씨는 자신이 쏜 총에 강도를 잡았다며 의기양양 런던 경찰서에 이 사실을 알렸고 이에 한몫한 브리틀스까지 덩달아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 그런데 메일리 부인과 로즈 아씨가 본 아이는 도저히 강도들 밑에서 도둑질을 배웠을 리 만무한 표정과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올리버 입에서 터져 나오는 사건들의 진상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올리버는 또 한번의 행운을 만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로즈 아씨의 열병으로 행복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로즈는 의식을 잃고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그녀가 이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회복해서 생명을 찾거나, 아니면 그들과 작별하고 세상을 떠날 것이다. 찰스 디킨스는 여기서 멋진 말을 남긴다. ‘우리는 주위사람들을 대하는 데 조심할 필요가 있다. 모든 죽음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부주의해서 잃어버린 것들, 못해준 일들, 잊어버린 일들, 보상해줄 일들을 자꾸 생각나게 하기 때문에, 이러한 회상은 우리에게 가장 뼈아픈 것이다. 속절없는 회한처럼 깊은 회환도 없다. 이러한 고통을 피하고 싶다면, 시간이 있을 때 이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자.’
로즈는 사실 어릴 적 미망인 메일리 부인의 자비로 길에서 주워온 아이였는데, 로즈의 소식을 듣고 찾아온 젊은 신사 해리가 노부인의 친아들이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신분의 격차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가슴아파했다. 해리는 그 모든 명예와 권위와 사람들의 시선 따위 필요 없다며 로즈를 설득했지만, 로즈는 자신의 사랑이 해리의 앞길을 막는 길이라며 냉정히 뿌리쳤다. 그리고 그것이 노부인에 대한 은혜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시대를 뛰어 넘어 지금 사회도 출생이 불분명한 사람에 대한 거리낌은 여전하다. 생각해보라, 출생이 의심스러운 아이를 몇 십년간 딸처럼 키웠는데 내 아들과 결혼한다고 한다고 허락해 달라고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흔쾌히 진심으로 축복해 줄수 있을까? 결국 그들은 이별을 택하고 헤어졌다. 로즈는 다행히 사망의 길이 아닌 다시 생명의 길로 돌아섰지만 이별에 또 한번 깊은 상처를 받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범블씨는 더 이상 말단 교구관이 아니었고 승진하여 구빈원 원장이 되어 간호부장 코오니 부인과 결혼했다. 유대인 일당은 그 사이 올리버를 되찾기 위한 계략을 꾸미게 되는데 새로운 인물 몽스가 출현하게 된다. 전편에서 올리버와 관련된 중요한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게 되는데 바로 그 사실을 범블 부인이 듣게 된다. 그 사실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죽어가는 할멈이 코오니 부인(그때 당시는 범블씨와 혼인한 관계가 아니었음)에게 마지막으로 할말이 없다며 꼭 와달라고 했다. 자신이 누워 있는 이 방에서 아주 오래전 젊고 예쁘장한 여자가 아이를 낳고 죽은 적이 있었다. 그때 쌜리 할멈은 몸이 차갑게 식기도 전에 그 여자 몸에서 물건을 빼앗았다고 한다. 그 여자애가 자기 목에 걸고 있는 것을 자신에게 처음 보여줬을 때부터 이미 맘속으로 훔쳤고, 그 물건을 잘 보관해서 아이가 잘 자라면 전달해 달라고 했다. 그 아이 이름이 바로 올리버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몽스라는 자가 나타나 금화 25파운드와 그 물건을 교환하게 된다. 작은 로켓 안에는 두 개의 머리타래(연인들의 정표로 주고받는 선물)와 검소한 금반지가 들어 있었다. 반지 안에는 ‘애그니스’라고 새겨져 있었고, 알수 없는 날짜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낸씨가 싸익스의 심부름을 갔다가 몽스와 유대인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된다. 페이긴은 몽스에게 올리버를 다시 끌고 오면 일정액을 주고 또 도둑으로 만들면 얼마를 더 주겠다고 했다. 그 애를 이용해서 실컷 이득을 남기고 쉽사리 처리할 수 있는 어떤 죽을죄를 짓게 해서 목을 달아매게 하면 이 모든 일이 완벽하게 끝난다고 했다. 낸씨는 목숨을 걸고 올리버를 살리기 위해 로즈 아씨에게 달려가 이 모든 사실을 밝히게 된다.
그때마침 올리버와 브라운로우씨와의 재회로 사건이 신속하게 해결되기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자질한 사실이 들통 난 낸씨는 싸익스의 분노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싸익스는 도망 다니다 현장에 붙잡혀 그 자리에서 죽게 되고, 페이긴(유대인) 일당은 모조리 감옥에 가게 되는데 페이긴은 끝내 사형을 면치 못한다. 범블 부부는 공범죄로 자리에서 물러나 더 이상 갈 곳이 없게 되자 구빈원에 들어가 생활하게 된다. 그렇다면 갑자기 출현한 몽스는 누구일까? 몽스의 부친은 가문의 자존심과 가장 비열하고 편협한 야망 때문에 어린 나이에 비참한 결혼을 강요당했고, 그 사이에서 유일하고도 극히 부자연스러운 소산이 바로 몽스였다. 결국 그들 부부는 잘못된 결합에서 생긴 끝없는 고문과 고뇌로 인해 헤어지게 된다. 그의 부친 에드윈 리포드는 방황하다 새 친구 퇴역한 해군 장교를 사귀게 된다. 그의 부인은 반년 전에 죽었고, 그에게 두 아이를 남겨두었는데 하나는 열아홉 된 아름다운 아가씨였고, 다른 하나는 그저 두세살밖에 안된 어린애였다. 그의 부친은 노장교의 딸과 열렬한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그런데 친척 중 한명이 죽게 되어 로마로 가다 그만 치명적인 병에 걸리고 만다. 불쌍한 애그니스 플레밍은 자기와 아버지의 수치심을 감추기 위해 비밀리에 집을 떠나 구빈원에서 아이를 낳게 된 것이다. 애그니스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자살했다고 확신하고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만약 올리버의 어머니 애그니스가 자신에게 남긴 편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태어날 아이와 애그니스에게 연금을 남겨 두었는데, 만약 딸이라면 그 돈을 아무런 조건 없이 상속하지만, 만약 아들이라면 그가 성년이 되기 전에 공적으로 불명예스럽고 비열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었다. 그러한 이유는 아들 몽스의 사악함과 못된 성질 때문이었다. 그래서 몽스는 이복동생 올리버를 도둑으로 만들기 위한 작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촘촘하게 연결하여 하나의 원을 완성할 수 있는지 읽는 내내 찰스 디킨스의 천재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우리의 착한 로즈 양이 애그니스의 그 두세살밖에 안 된 동생이었고 결국 올리버와는 친척관계였다. 이 엄청난 출생의 비밀로 인하여 로즈는 진짜 동생을 찾게 되었고, 모든 이들의 축복을 받으며 해리와 결혼하게 된다.
결국 선을 위한 싸움이 승리했다. 당연한 권선징악의 결과라 생각하겠지만 선의 승리가 있었기에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기쁨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러한 독자의 심리를 간파한 찰리 디킨스의 작품은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뭔가 복잡하고 명확하지 않은 소설을 읽고 나면 가슴이 답답하고 책을 읽는 진정한 기쁨이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눈의 즐거움과 함께 철학적인 교훈도 담겨 있다. 그 어떠한 환경에서도 선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한 올리버 트위스트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정의가 사라져 가는 이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도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어떠한 위치에 있든 간에 도덕성이 짙은 사람의 생이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에 읽은 <아이의 사생활>에서도 도덕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행복지수가 높다는 과학적 증거를 밝혀낸바있다. 우리는 누군가 심판하기 전에 내 스스로 내 삶을 조명하기 때문이다. ‘이슬은 초록빛 잎사귀들 위에서 더욱 밝게 반짝였고, 풀잎 사이의 공기는 더욱 아름다운 음악으로 살랑거리는 것 같았고, 하늘도 더 파랗고 밝아 보였다. 우리 마음의 상태가 외적 대상들의 외관에 끼치는 영향은 바로 이러한 것이다. 자연과 동료 인간들을 바라보고 모든 것이 다 어둡고 음침하다고 외치는 인간들은 옳다. 다만 그 침침한 색깔들은 그들 자신의 뒤틀린 눈과 마음의 반영인 것이다. 실제 색조는 섬세하기 때문에 좀 더 맑은 눈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