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야기는 너무 무거워 버거울 때가 있다. 왜 그토록 끝을 보고야 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고 나를 더 슬프게 때론 그녀가 만든 그녀들의 되어 비참해 지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문득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슬픔이 담긴 눈과 마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녀의 장편소설 <깊은 슬픔>의 제목이 잘 어울리는 이미지였다. 그런데.....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반전이었다. 읽으면서 몇 번이고 진짜 그녀가 쓴 글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녀도 깃털처럼 가벼운 위트 있는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슬픔이 아니었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맛깔스럽게 잘 읽었다. 재미있었다. 즐거웠다. 그리고 행복했다. 한 권의 책으로 울고 웃을 수 있다는 자체가 신비롭다. 책을 읽을수록 책이 주는 매력은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재미로 보았던 <왕자와 거지>를 성인의 시각으로 다시 보니 새로운 맛이 났다. 재미도 재미이거니와 뭉클한 감동과 함께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원수들의 필독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에드워드 6세가 톰 캔티가 되지 않았다면, 서민들의 눈물, 아픔, 고통, 비참함을 알지 못한 채 나라를 통치했을 것이다. 반면 거지였던 톰 캔티는 처음 양심에 찔려 왕자의 삶을 거부했지만, 그 역시도 서서히 호화스러운 궁전 생활에 젖어, 행렬에서 마주친 부랑자 어머니를 모른다고 부인했다. 만약 그에게 선한 양심이 없었다면 진짜 왕자의 진실을 외면했을 것이다.

 

나는 톰 캔디의 아슬아슬한 궁전 생활보다도, 에드워드 왕자의 부랑자 생활에 감동을 받았다. 실제로 헨리 8세가 다스리던 그 당시의 모든 법은 왕 중심에다, 죄에 비해 벌이 잔혹하기 그지없던 시대였다. 화려한 행사와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이 날 정도로 어려운 상태였으므로 당연히 백성들의 생활은 말할 것이 없었다. 본래 인간으로써 누려야할 기본적인 욕구를 채우지 못하면 사람은 악해지기 마련이다. 시대적 배경으로 보아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도둑떼와 거리의 부랑자들이 득실 되던 때니 분명 선을 추구하기 에는 어려운 시대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왕과 귀족들은 호화로운 생활에 젖어 백성들의 생활은 살피지 않고 범죄를 막기 위해 오히려 비인간적이고 무자비한 방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국민이 존재해야 나라도 있는 법,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잔혹한 법만 없어졌다 할뿐 진정한 정의는 없는 것 같다.

 

우연히 서로 옷을 바꿔 입으면서 왕자는 거지로 거지는 왕자의 삶을 살게 되지만, 분명 사람에게는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무작정 동경만 해온 왕자의 삶도 하나부터 열까지 허례허식에다, 사생활은 없을뿐더러, 왕자의 체통을 지켜야 하는 엄숙한 의식 천지였다. 마음껏 진흙탕 속에 뒹굴고 옷을 입은 채로 운하와 강에서 헤엄도 치고, 물장구도 치고, 자유롭게 놀던 톰 캔티에게는 궁전 생활이 정말 숨 막히는 하루하루였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에서 우리는 더 많은 교훈을 찾을 수 있다. 권위와 권력은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일 뿐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 하물며 왕자도 옷을 벗고 톰의 너덜거리는 옷을 입자 부랑자가 되어버렸다. 다시 금빛 나는 옷을 되찾았지만, 자리(위치)란 어느 한 사람의 것도 아니요, 영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도 자신의 권력으로 사람을 이용하고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누구도 천년만년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다. 자비와 선을 베풀어 그 자리를 떠나도 오래도록 향기 나는 사람이 오히려 아름다운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환상의 나라 나니아, 정말 짜릿한 경험이다. 황금빛 사자 아슬란이 창조한 환상의 나라 나니아와 우리 세계를 오가며, 정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말하는 동물들과 우정을 쌓고, 아름다운 나라를 지키기 위한 왕들의 혼심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갖가지 상황에서 나타난 위험을 보고도 뒤로 물러 설줄 모르는 용기는 가슴의 희망을 피웠다. 이런 멋진 판타지 소설을 만들어낸 작가는 독신에다 집에 아이들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갖가지 모험이 가득한 환상의 세계를 창조해 낼수 있었을까?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었을 때 영국 런던에서는 폭격을 피해 한적한 시골로 아이들을 보내는 집들이 많았었는데, 그때 당시 루이스가 받은 아이들이 넷이었다고 한다. 루이스는 이 아이들에게 자신이 어렸을 때 옷장 안에 들어가 놀았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한 아이가 “옷장 안에 뭐가 있는데요?”라는 질문의 시작으로 네 아이들이 옷장 안에 들어가 모험이 시작된 나니아 연대기 2권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쓰기 시작했다. ‘나니아 나라 이야기’는 판타지 동화이지만,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루이스는 나이 서른까지는 신이 없다가 우기는 무신론자였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을 변호하는 변신론자가 되었다. 비록 기독교 세계관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종교 색깔이 강한 책은 아니다. 모험을 통해 이뤄낸 숭고한 우정과 정의, 진실, 위트와 박진감 넘친 스펙터클한 사건을 경험하며 성장한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아슬란의 말처럼 비록 아슬란을 믿지 않은 자라 할지라도 악을 따르면 악의 신 타슈의 형제일 것이고, 선을 따르는 자는 아슬란을 믿거나 알지 못한다 할지라도 선의 신 아슬란의 형제일 것이다.

 

뭔가의 사건이 필요했던 폴리와 디고리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비밀스러운 방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방은 다락방처럼 생겼지만 모든 게 다 갖추어져 있는 방이었다. 폴리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 온 것은 노란색과 초록색 반지 한 쌍이었다. 알고 봤더니 그 방은 유령의 집이 아니라 디고리네 집의 금지된 서재 안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그곳은 마귀처럼 생긴 앤드루 외삼촌의 실험실이었다. 아이들은 그제야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음을 알아 차렸을 때는 이미 앤드루 외삼촌이 문을 닫고 자물쇠를 잠그고 난 뒤였다. 앤드루 외삼촌의 계획대로 폴리는 노란색 반지를 만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아무런 빛도 소리도 없이 폴리는 사라져 버렸다. 사실 겁이 많은 앤드루 외삼촌은 다른 세계를 오갈 수 있는 반지를 만들고도 무서워서 가지 못하고, 자기 대신 거기서 본 것들을 말해 줄수 있는 실험대상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초록반지 없이는 돌아올 수 없는 폴리를 위해 디고리는 외삼촌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디고리가 간곳은 세계와 세계 사이에 있는 숲이었다. 그곳은 수많은 연못가와 울창한 초록 숲으로 되어 있었는데 막상 그곳에 가보니 너무나 평온한 세상이었다. 디고리는 폴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른 연못에 뛰어들면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설레임에 다시 한 번 모험을 시작한다.

 

그들의 찾은 나라는 모든 사람이 돌처럼 굳어 있었다. 그런데 디고리는 또 한 번의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돌에 새겨진 글을 읽고 금종을 쳐서 잠든 여왕을 깨우게 된다. 훗날 이 사건으로 앞으로 창조될 나니아에 엄청난 사건을 불러일으킨다. 그 여왕은 키가 2미터가 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왕이었지만, 멸망한 찬 제국의 마지막 여왕이자 사악한 마녀였다. 제이디스 여왕을 떼어 놓고 오고 싶었지만 몸에 닿기만 해도 마법을 발휘한 반지 때문에 외삼촌의 실험실에 돌아온 사람은 세 사람이었다. 이 세계를 알리 없는 제이디스 여왕은 형편없는 앤드루 마법사를 보고 이 세계를 정복할 테니 당장 마차를 불러 오라고 명령한다. 영국의 거리는 여왕의 출현으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는데 이 모든 것을 바로 잡기 위해 아이들은 마법의 반지를 꺼내 들었다. 그때 여왕은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해 엄청난 힘으로 가로등을 뽑아 든 순간이었고, 늙은 말 스트로베리에다 케털리 아저씨와 마부 아저씨 그리고 겁 많은 앤드루 외삼촌까지 비어 있는 세계에 도착한 것이다. 진짜 희한하게도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곳 같았다. 마치 창세기에 나오는 공허한 세계처럼 너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마침내 어둠 속에서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점점 하늘은 수만 개의 빛나는 별들로 가득 찼고, 하늘은 점점 하얀빛에서 분홍빛으로, 분홍빛에서 황금빛으로 바뀌더니 젊은 태양이 솟아 올랐다. 바로 그 노래의 주인공은 털이 덥수룩하고 빛이 나는 거대한 사자였다. 사자가 거닐면서 노래를 부르자 골짜기에 푸른 풀이 자라났고, 사자를 중심으로 세계의 모든 것이 창조 되었다.

 

만물이 생명을 갖고 탄생하고 있을 무렵, 마녀는 배짱 좋게 사자 쪽으로 걸어 가더니 쇠막대기를 사자를 향해 던졌는데 정통으로 맞고도 입에서는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아닌,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겁이 난 마녀는 비명을 지르고 숲속으로 달아나 버렸다. 모든 창조를 마친 사자는 “나니아여, 나니아여, 나니아여, 깨어나라. 사랑하라. 생각하라. 말하라. 걸어 다니는 나무가 되어라. 말하는 동물이 되어라. 성스러운 물이 되어라.”라고 외쳤다. 마부는 사자의 명령대로 나니아의 1대 왕이 되어 프랭크 왕과 부인은 헬렌 왕비가 되었다. 디고리는 나니아 탄생일에 마녀를 데리고 온 죄로, 마녀가 이곳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그 씨앗을 가지고 와야 하는 임무가 내려졌다. 사실 디고리의 엄마는 죽을병에 걸려 병상에 누워 있었는데, 오래전 젊음의 나라에서 가져온 과일만이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었다. 마녀는 에덴동산의 뱀처럼 디고리에게 이것이 젊음의 사과고 생명의 사과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 사과를 먹은 사람은 결코 늙지도 죽지도 않고 영원한 삶을 누리며 이 모든 세계의 왕과 여왕이 될수 있다고 꾄다. 그 무엇보다 엄마가 살수 있다는 말에 디고리는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마음의 승리로 아슬란에게 사과를 건네준다. 아슬란의 힘으로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온 아이들은, 제일 먼저 엄마에게 생명을 사과를 건네준 뒤, 사과 속은 뒤뜰에 묻어 두었고 아슬란의 명령대로 삼촌에게 반지를 빼앗아 그 주위에 함께 묻어 버렸다.

 

나니아는 동물들끼리 더없이 평화롭고 즐겁게 살았다. 마녀가 뜻하지 않게 심은 가로등은 밤낮으로 나니아와 숲을 비추어, 훗날 그곳을 등불황야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줄 연결고리는 디고리가 뒤뜰에 심은 사과 나무였다. 사나운 폭풍이 영국 남부를 강타하여 그 사과나무가 쓰러졌는데, 디고리는 단순히 땔감용 나무로 쓸수 없어 옷장을 만들어 시골에 있는 저택에 갖다 두었다. 그런데 훗날 그 옷장은 나니아와 우리 세계 사이의 모든 왕래가 시작되는 신비한 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