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언제나 쉽사리 마음을 표현하시지 않으셨다. 모르는 척, 무심한 척 하시면서도 어느새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고 계셨고 간접적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셨으며 해결책을 알려주셨었다. 아버지는 한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다. 힘겹고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하더라도 말없이 두 어깨로 감당하시며 묵묵히 거친 손으로 해결해 내셨다. 조금씩 내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하나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해치듯 집안 대소사를 알려주셨고 아버지로써의 위치에서 어떻게 현명하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셨다. 쉽게만 보이던 아버지의 위치가 그 때부터 더더욱 높게 보였고 내가 넘지 못할 큰 장벽으로 다가왔었다. 이젠 조금씩 기력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언제나 슈퍼맨이었던 아버지가 아직도 생생한데..애틋한 마음이 앞선다.

 책 표지에 ’대한민국 아버지에게 보내는 용기와 희망의 응원가!’ 라고 적혀있다. 격동의 시대를 지내오셨던 아버지들의 땀내나는 이야기들과 그 아버지를 바라보며 느꼈던 감동들이 펼쳐지리라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짤막한 이야기에 저저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들을 더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아버지들의 이야기라고 하기보단 아버지가 되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나싶다. 각박한 세상사에 묻혀 잊혀져가고 있는 아버지를 다시금 상기시키며 아버지가 되어가고 있는 부족한 우리들에게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도록 가르쳐주고 있다. 실제 아버지가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귀에 속삭이듯이 당신만의 노하우를 옛이야기로 들려주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몇몇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가득차기도 했었다. 또한 중간중간 여러 책에서 스크랩한 명언들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사진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보는 이의 감동이 더욱 배가 되었다.

 책 말미에는 아버지가 들려주는 39가지 삶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짧은 내용이지만 구구절절 가슴에 새길만한 내용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가르침인것 같다. 이후로도 여러 번 곱씹어 행동지침으로 삼아야겠다.

 저자의 여러 저서들을 봐왔기에 기대가 컸었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읽는 내내 가슴이 뜨거워졌지만 2% 부족한 찜찜한 마음은 무엇인지.. 여하튼 자주 아버지께 안하던 전화를 하게 만든 훌룡한 책이다.



아버지

 대학시절 의료봉사를 했던 적이 있다. 28시간의 머너먼 비행 끝에 아프리카 땅을 밟았었다. 보름간의 카메룬과 수단의 오지를 돌았던 것이다. 숨이 탁탁 막히는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고 매서운 붉은 먼지가 호흡기를 자극했으며 열약한 도로 사정과 숙소 그리고 입에 맞지 않는 음식들..어느새 봉사를 왔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피곤함에 쩔어 불평불만이 하나 둘씩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있는 맑은 눈동자를 가진 아이들이 나의 손을 잡아 주었고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이들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준 음식들을 바라보며 못난 나의 모습을 자책하고 다시금 힘을 내며 내가 이 땅에 오게된 초심을 되새기며 환자들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꿈만 같았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문명세계에 돌아와 그 때의 기억들을 옛 이야기인양 가슴 한 구석에 묻어둔채 지금까지 지내왔었다. 

 에티오피아라는 나라의 인상은 그리 좋지 않다. TV를 통해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자주 보았었고 여느 아프리카 나라처럼 내전이 끊이지 않다고 들었다. 물론 마라톤 왕국이라는 타이틀은 그나마 좋은 인상이다. 처음 책을 보았을 때 3만 2천명의 에티오피아인을 살린 산부인과 의사의 이야기에 아무래도 같은 직업으로써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무려 50여년간 아프리카의 빈국에서 진료를 행하고 있었다니..열약한 환경은 직접 보지 않아도 눈에 선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직접 아프리카를 가서 보고 좌절했던 옛기억들이 새록새록 솟아난 것이다.

 이 책은 산부인과 질환 중 사산의 합병증으로 발생한 방광질루 또는 방광직장루로 고생한 환자들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의료의 혜택을 받아 정상적으로 분만을 시행하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질병인데 의료인과 의료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해 에티오피아 여인들은 엄청난 고통과 사회적인 멸시를 받게 된다. 남성위주의 통례상 이러한 여인들은 버림을 받게되고 여자로써의 일생이 끝나게 되는 것이다. 선진국을 비롯한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조그마한 손길만 있어도 여인들의 일생이 완전 180도 바뀔 수 있는데도 말이다.

 저자인 캐서린 햄린과 그의 남편 레그 햄린은 고통받는 에티오피아 여인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게 된다. 풍족하고 편한 생활을 포기하고 열악하고 위험한 아프리카 땅에 50여년의 기간동안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엄청난 일을 한 것이다. 에티오피아를 사랑한 이들 부부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이 슬픈 현실을 보고하며 기금을 조성했고 이 끔직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유수의 전문가들과 함께 각고의 노력 끝에 뛰어난 치료 성적을 이루어냈다. 현대화된 병원에서 능숙한 의사와 간호사들과 함께 치료를 행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열악한 수술방에서 현지인들을 가르치며 수술을 했다고 생각하니 그들이 겪었을 힘겨움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수없이 밀려드는 환자들과 밤낮없이 쏟아지는 수술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는 이들 부부의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또한 엄청난 불행에서 새롭게 태어난 환자들이 느꼈을 기쁨들..보지 않아도 저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그리고 책 중간에 공개한 사진을 보며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책은 처음 에티오피아를 오게된 과정부터 현재 계속 진행형인 아디스아바바 누 병원의 모습들을 기술하고 있다. 중간중간 에티오피아 왕실의 모습과 저자의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알맞게 뿌려진 양념처럼 재밌게 보여주고 있다. 남편을 먼저 여의고 이제 홀로 남아 병원을 지키고 있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며, 저자의 마지막 기도처럼 아디스아바바 누 병원이 계속 번창하길 기도하는 바이다.



에티오피아, 병원, 산부인과

 주식을 하는 사람에겐 아주 중요하게 참고하는 지수가 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다우지수)이다. 다우지수는 뉴욕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 가운데 가장 신용있고 안정적인 30개 종목을 표본으로 산출한 주가지수이다. 다시 말해서 다우지소에 편입되어 있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기업들은 이렇게 참고할 수 있는 지표가 있어 일반인들도 쉽게 투자처를 찾을 수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상장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보를 쉽게 얻을 수도 없고 참고할 지표도 없다. 

 경제 서적을 접한 초창기에 우연찮게 불후의 비즈니스 명저인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읽게 되었다. 조금은 낯설었고 딱딱한 내용이고 듣지 못했던 경제용어 탓에 쉽사리 책장을 넘기기가 어려웠었다. 경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된 이후 다시 읽었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는 방대한 자료를 치밀하고 탁월하게 분석하고 있어 왜 이 책이 비즈니스의 명저인지 알 수 있었다. 아직까지 인상이 남아있었던 터에 저자의 아이디어와 짐 콜린스의 연구방법이 결합하여 '중소기업 편 -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가 나왔다고 하니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잉크 500대 기업순위를 참고하여 9개의 브레이크스루 기업을 선정하고 5년여 시간동안 방대한 인터뷰와 기업자료들을 분석하여 한권의 책이 탄생하였다. 9개의 브레이크스루 기업들은 대기업들이 아니다보니 모두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기업들이었다. 낯선 이름과 기업의 행보에 쉽게 몰입이 되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브레이크스루 기업들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몰입하기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물론 경제인이나 CEO가 아니었기에 접해보지 못했던 내용들도 있었지만, 중간중간 요약을 해주고 중요한 것은 강조를 해주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먼저 회사를 이끌어가는 리더에 관해 나온다. 초창기 기업을 이끌어 가는 것은 창업주의 능력에 달여있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창업주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이끌어가는 어려움이 있게된다. 따라서 리더 중심의 기업을 조직 중심의 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게 된다. 리더의 목소리보다는 조직의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내부의 역량에 한계가 오면 외부 조력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창업주들의 배타적인 성향을 버리고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조력자들을 만나고 적절한 외부 인사들을 영입한다면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열정 가득하고 깐깐한 인설턴트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입에 발린 공치사와는 달리 진정으로 기업을 위해 쓴소리를 할 수 직원들과 윗사람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기업을 위한 길로 걸어 나갈 수 있는 직원들이 많아야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방향성과 사업의 진행을 위해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임원들의 생각만으로는 안되며 전체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100년 동안 살아 남은 기업이 얼마 안된다고 한다. 하물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실제로 광복 이후로 아직까지 살아있는 기업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고 들었다. 지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업도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여 발전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도태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기에 맞서서 전략을 수정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노력이 항상 필요하다.

 저자가 연구를 통해 주장하는 브레이크스루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서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이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또한 향후 기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책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꼭 간직해야할 책인 것 같다.



브레이크스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