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부터 뭔가 포스가 느껴지더니 기자, 에디터로 일했던 경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제목도 특이하더니 책 구성 또한 독특했으며 신선했다. 약간 편집증적인 모습이 보였지만 그것 마저도 귀엽게 보일 정도로 아기자기했고 런던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여타의 여행기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 대부분 가장 유명한 관광지를 먼저 나열하고 약간의 자투리 공간에 숨겨둔 장소를 소개하는 식이었는데, 이번 책은 그런 기대를 비웃듯 런던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관광지는 거의 보이지 않으며 여러번 런던을 다니며 찾아낸 저자의 보물지도를 하나하나 공개했다. 비단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저자와 같이 다니며 그곳의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곳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세세한 감정교류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신사의 나라' 런던이라면 빅뱅 시계탑, 버킹엄 궁전, 2층버스, 프로축구팀 아스날, 그리고 셜록홈즈가 떠오른다. 하루에 4계절을 다 볼 수 있다는 변덕스러운 런던 날씨로도 유명하다. 짙은 안개에 버버리 코트를 입고 한손엔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이 내 머릿 속에 있는 런던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렇듯 내 머릿 속의 약간 우울해 보이는 런던을 저자는 너무나도 밝고 아름다운 그리고 행복한 공간으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뜬금없이 잘 나가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고 치열했던 20대를 뒤로 한채 런던으로 떠난다. 15주 동안 5번째 런던 방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젊은 시절은 낭비의 연속입니다. 얼마나 멋지게 그 시간을 낭비했는가. 그것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p. 7  15주 동안 그녀의 발자취를 기록했다. 어디를 갔으며,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무슨 일을 했는지..꼼꼼하게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했다. 런던 구석구석을 다니며 보물같은 장소들을 발견했고 흔히 놓치고 지나갈 법한 런던의 일상을 소개하였다. 정말 많고 많은 사진을 보여주며 눈을 즐겁게 하였고 일주일씩 낭비결산을 통해 가끔 웃음도 주었고 시시콜콜한 설명에 마치 저자와 오래된 친구처럼 친근감이 느껴졌다. 고풍스런 유럽의 모습도 보았고 단조로운 런던도 보았고 살인적인 물가로 애쓰는 저자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마지막 런던을 떠나며 지나온 시간이 아쉽고 런던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마지막 책을 덮으며 마치 내가 런던을 다녀온양 런던의 모습이 아른거리고 런던으로 다시 달려가고픈 생각이 든다. 유명 영화배우의 수상소감처럼 정말 잘 차려진 밥상에 손가락만 가져가서 맛있게 밥을 먹고온 기분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런던이 너무나도 친숙해졌고 언젠가 런던이란 공간에 들어가 하루를 보내며 다음 날의 프로젝트를 세우는 나의 모습을 기대한다.

 끝으로 지나가다가 우연히 알게된 믹 아저씨의 말이 머릿 속에 맴돈다. '가난할 준비가 되면 행복해질 수 있어요.' p224



런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외국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사회과부도를 얼마나 읽고 또 읽었는지.. 그 당시 또래 애들은 위인전기나 문학전집에 빠져있었는데 난 사회과부도에 나오는 지도를 보며 나라 이름과 도시 이름을 달달 외웠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외국에 관심을 가졌었고 본격적으로 국사를 배우며 역사에 대해 알게되었다. 또한 세계사를 배우면서 서양에 대한 동경심을 키웠고 중고등학교 시절 국사 과목과 세계사 과목 시험 시간이 제일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수업은 주입식 교육이나보니 좀 편협한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뜻과 의미,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모른채 그저 암기만 했었다. 역사에 관해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했건만 시간이 흘러 현재 머릿 속에 남아있는 서양의 이야기는 흔히 말해 '왕족보'만 남아있고 상식 수준에도 못 미치는것 같다. 이러한 때에 쉽게 한 권으로 서양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이 나왔으니 손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번째 장은 그 옛날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인 알타미라 벽화를 시작으로 고대 문명의 이야기, 도시국가 그리스 이야기, 로마 제국 이야기, 르네상스 시대 이야기, 중세 유럽의 이야기를 연대기 순으로 굵직한 사건들을 설명하고 있다. 사건들의 개요와 결과를 설명하였고 특출난 인물들을 소개하며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그들의 활약상을 알려주었다. 두번째 장은 흔히 들어 익숙한 단어들이지만 정확한 유래를 모르고 의미도 잘 모른채 쓰여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소개하였다. 첫번째 장보다는 두번째 장이 훨씬 유익한 내용이 많았고 눈길을 끄는 내용이 많아 읽는 내내 흡족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장은 서양의 역사에 빼먹을 수 없고 지금의 서양에서도 근간이 되고 있는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와 뛰어난 예술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짤막한 단편으로 그리고 한 권으로 방대한 서양의 역사를 기록하기엔 무리가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모든 것을 담을 수 없기에 저자가 선별한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맛보기 식의 소개를 하고 있다. 깊이 알 수는 없었지만 상식 수준에서 어느 정도 기대를 충족하였다고 할 수 있다. 간간히 삽화나 사진을 첨부하여 이해를 도왔고 특별히 부연 설명을 추가하여 읽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뒤로 갈수록 만족도가 높았고 눈길을 끄는 내용이 많아 흡족했다.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이나 상식의 부족을 토로하는 일반인들이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이지 않나 생각된다.



서양, 역사

 <게으른 백만장자>로 위대한 자기계발 전문가로 우뚝선 마크 피셔의 신작이 나왔다.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그가 영원한 행복을 상징하는 장미의 다섯 꽃잎에 숨어있는 수천년동안 이어져온 성공의 비밀과 행복의 열쇠를 추적한 것이다. 책 표지에서도 거창하게 수천년간 이어온 예수의 성흔에 감춰진 행복과 성공의 비밀이란 글구가 적혀있고 고대 그림 일부가 보여져 작가의 명성에 더하여 한층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난 기분은 한마디로 '실망'이다.

 서두에 불행의 연속 속에 우연을 가장하여 20년 전에 만났던 한 백만장자를 만나게된다(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듯 빠른 전개를 한다). 백만장자로 부터 <예수의 성흔, 장미의 비밀, 마지막 교황>이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주문을 듣는다. 수녀를 통해 백만장자가 수집하고 나름 해석한 원고를 받고 다시 재해석하는것이 주골격이다. 거기에 곁가지로 알 수 없는 자에게 추격을 당하고 원고를 배달해 주웠던 수녀는 죽게 된다. 또한 백만장자도 죽었다가 거짓으로 밝혀지고 내내 연락이 안되었던 가족들과 아무 꺼리낌없이 재회하게 되는 둥 조금은 산만한 분위기다. 

 장미의 비밀은 총 다섯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발현의 법칙이다. 작년에 한바탕 휩쓸고 간 론다 번의 <시크릿>과 일맥상통한 이야기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자기계발서에서 한번쯤 언급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성공은 본인의 인내와 믿음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둘째, 잘못된 믿음과 자기 모순에서 벗어나라. 위기 앞에 좌절하지 말고 자신감과 행복을 되찾아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라고 한다. 세째, 악을 다스리는 사람이 세상을 다스린다. 세상은 본질적으로 악이 다스리는 공간이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간절히 원하면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네째,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죽음은 또다른 세상에서의 시작임을 알리는 것이므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다섯째, 내일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라. 행복한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은 바로 지금이므로 현재에 집중하여 살아가라고 한다. 다섯가지 비밀 중 가장 설득력있고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첫번째 비밀을 얘기한 후 나머지 비밀은 급격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첫 개요가 너무 거창한 것에 비하면 마지막은 너무 초라했다. 불필요한 곁가지들이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듯 산만했고 제대로 의미전달도 안된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에 나온 명언이나 책에서 발췌한 구절은 가뭄에 단비마냥 답답한 마음을 적셔주었다. 머리가 우둔하여 다섯가지 비밀을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마크 피셔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에 책을 덮는다.



마크피셔,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