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는 한동안 국제 경제를 휘청이게 했고 여전히 그 여진이 남아있다. 무수히 많은 이들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진원을 파악하고 여러가지 주장을 펼쳤지만 그 중에서도 대부분 신자유주의로 인한 과도한 신용창조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아담 스미스, 하이예크, 밀턴 프리드먼으로 이어지는 자유주의 경제학은 '작은정부'를 표방하여 시장에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을 선호한다. 외부 충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지만 결국 시장은 효율적으로 균형을 향해 나간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효율적 시장이론을 주장한 신자유주의는 심지어 중앙은행의 존재까지도 부정하고 있다. 경제호황에 힘입어 신자유주의는 깨지지 않는 경제이론으로 추앙받았지만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급속한 회의론에 직면해 있다. 이와 반대로 존 케인즈를 필두로 케인즈주의가 각광을 받게 되었고 생전에 빛을 보지 못했던 하이먼 민스키의 이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저자 역시 포스트 케인지언의 진정한 멘토인 하이먼 민스키의 금융불안정성 이론을 바탕으로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금융위기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상품시장과는 다르게 금융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금융시장은 본질적으로 미래가치에 대해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기 때문에 상품시장과 같은 조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더우기 양성(+) 피드백으로 인해 그 불안정성은 증폭되어 외부의 충격 없이도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역사적으로도 여러번 있었다. 이러한 호황과 불황의 진폭을 잠재우기 위해 중앙은행이 탄생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신자유주의 인물들이 중앙은행의 요직을 꿰차고 있어 중앙은행의 의미가 퇴색되고야 말았다. 저자는 이러한 중앙은행을 민스키의 금융불안정성 이론을 제시하며 비판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지속적인 신용팽창을 조장한 중앙은행의 정책으로 말미암아 금융위기는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금융위기의 버블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정책이 바뀌어야 하며 금융시장의 감독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다시말해서 효율적 시장이론을 버리고 통화정책에 있어서 적절한 제어시스템이 필요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결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과도한 신용팽창을 조절하고 선제적으로 자산가격의 거품 방울에 구멍을 내어 위험을 줄여야 한다. 또한 정치적으로 독립하여 정부의 재정정책에 확고한 통제권을 행사해야 한다.

 요즘 여러 케인지언의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케인즈 위주의 책들이 많았었는데 이번 책은 민스키의 이론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금융불안이 어느정도 해소되고 있는 이 때에 이번 책을 통해 한번 더 금융위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쉬운 논조로 읽기 쉬웠으며 수학과 물리학 이론이 함께 소개되어 지적 즐거움을 누렸다. 아무쪼록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분들도 이번 위기를 계기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이끌어 내어 다시금 언론을 통해 민스키 모멘트가 거론되지 않길 기대해본다.



민스키, 케인지언, 금융위기

 증오 :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관계 상황이나 상태. 미워하는 감정 또는 느낌. 적극적으로 미워하는 것, 싫어함. 적대감, 나쁜 의도와 악의. p.35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우리나라에 테러는 조금 낯선 단어이다. 그렇기에 2007년에 있었던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건은 정말 충격이었다. 9.11 테러를 필두로 알카이다가 자행한 여러 테러를 보아왔지만 직접 피부로 느끼기엔 너무 낯선 일들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이 그 테러의 표적이 되어 고통받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되자 두려움과 공포가 급습했다. 그 때 대다수 국민들은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 물었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하여 군사적인 위협이라고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파병은 평화적인 파병이라 들었다. 물론 우리쪽 생각이겠지만 아프가니스탄 국민들도 대한민국 군인에게는 우호적이라고 들었었기에 그 충격은 더욱 심하였다. 왜냐? 인질을 풀어주는 조건이 군대 철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또한 인질로 잡혔던 사람들은 그저 선교활동을 했던 일반 시민이었기에 명분도 없는 인질극이었다. 종교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주의없이 들어간 잘못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잃을 정도로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에겐 그들만의 명분이 있었고 군대철수와 인질 몸값이라는 결과물도 쟁취했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가 바라본 테러의 본질인 ’증오’에 대해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증오를 ’지속되는 격노의 감정이며, 그 감정이 개인의 일상 대부분을 차지하고, 증오의 대상을 관찰하고 괴롭히는데 즐거움을 느끼며, 항상 강박적이고, 또한 비합리적이다’p,48 라고 정의하고 있다. 솔직이 우리들도 가끔 상대방에게 증오한다고 말할때가 있다. 저자는 그것이 증오가 아니라 편협이나 편견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박탈감, 불평등, 불공평, 불공정한 느낌, 배신감, 착취와 조종당하는 느낌, 좌절감, 굴욕감이 화를 불러일으키고 시기를 함으로써 격노를 하게된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격노에 이르면 그 바탕이 곧 증오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증오는 사랑처럼 애착이 실려야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이런 잘못된 애착인 증오로 인해 종국엔 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테러가 자행되는 것이다. 과거엔 지금같이 인터넷이나 정보 교류가 활발한 때가 아니라서 나치 독일처럼 한 국가에서 증오의 문화가 싹트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전세계의 뉴스를 시시각각 알 수 있는 시대이기에 증오의 문화도 한 지역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여러 지역에 걸쳐서 다양하게 발달하고 있다. 따라서 증오로 인한 전쟁이나 테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기에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따라서 저자는 증오의 근원을 먼저 알아야 하고 증오를 먼저 해결해야 전쟁이나 테러가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테러범을 소탕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증오의 문화가 살아있는 한 테러는 또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자행될 것이기에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조금 어렵고 낯선 분야의 글이라 이해하기도 읽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좀 더 쉽게 설명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보이며 반유대주의나 나치독일의 만행이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역자 후기에 남겼듯히 번역을 하는데도 많은 고충이 있었다고 한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따라가기 힘들었다는 역자의 솔직한 고백은 책을 읽는 내내 역자의 글을 보며 내가 느끼고 있던 어려움이었다. 이에 어려운 번역을 고생스럽게 해낸 역자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테러, 증오

 재테크를 처음 접했을 때,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워낙 돈에 대한 생각이 짧았던 탓에 은행 예적금 외엔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에 돈을 불리는 재테크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우선시 되었다. 도박을 선천적으로 혐오했기에 그 흔한 복권조차 한번도 사본적이 없다. 또한 IMF와 IT 버블을 미디어를 통해 보아왔었기에 주식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고, 치맛바람을 날리며 투기를 하였던 복부인들 때문에 부동산 또한 심히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막상 재테크를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리도 싫어하는 것들을 제외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조금씩 공부를 하며 펀드를 시작하였다. 그 당시 공격적인 엑티브 펀드가 슬슬 각광받던 시기였기에 주변에서도 모두 엑티브 펀드를 추천하였다. 그러나 나의 선택은 인덱스 펀드였다. 국내외 여러 책들을 섭렵한 결과 인덱스 펀드 같이 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펀드는 없었다. 물론 그 당시 약간의 비중으로 엑티브 펀드를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편입하긴 했다. 그 후 긴 상승장을 경험하였고,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를 겪었고 현재 다시 반등장을 보이고 있다. 꾸준히 펀드에 불입하였기에 이 책을 읽으며 나의 펀드를 되돌아보면, 역시나 인덱스 펀드가 꾸준하고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책 저자인 존 보글은 세계 최초로 인덱스 펀드를 개발한 뱅가드 그룹의 수장이다. 여타의 펀드 운용자들과는 달리 투자자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철학을 가지고 지금껏 대단한 수익률을 보였던 투자의 거장이다. 현재 80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유혹과 탐욕으로 뒤엉킨 현재 금융계를 질타하며 올바른 투자자의 길을 제시하려고 한다. 특히나 금융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다. 금융업이 발달하면서 투자자들이 상당히 늘어났다. 또한 금융상품도 투자자의 기대에 발맞춰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투자 자금이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도 향상되었고 전세계는 끝을 모르는 상승장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러나 야금야금 갉아먹는 금융비용으로 인해 투자자의 손에 쥐어주는 수익률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또한 경제활황을 뒤로하고 찾아온 경제위기로 인한 엄청난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넘겨주고 그 상황에서도 금융비용은 여전히 금융계의 배를 불리고 있다. 비용을 줄이고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시도는 전혀 없으며, 오로지 돈을 벌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투자자를 꾀어 금융비용을 갈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펀드 자본주의가 활개를 치며 기업을 조정하는 폐단마저 발생하여 주주들의 이익보다는 CEO와 펀드 운용사의 주머니만 채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기위해 금융비용을 최대한 낮추고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설계하여 인덱스 펀드를 개발하게 된다. 현재 30여년이 지난 시점에 그가 창안한 인덱스 펀드는 놀라운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 인덱스 펀드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단기적인 생각으로 투자가 아닌 투기를 자행하는 투자자의 습성에도 경고를 한다. 물론 단기 투자를 부추기는 금융계에도 문제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의 못된 본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과거를 비추어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 또한 부질 없음을 지적하고 복잡하게 설계하여 운용하는 사람도 그 실체를 제대로 모르는 파생상품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금융위기 때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CEO 들의 막대한 수입 대해서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엄청난 수입으로 인해 기업의 활동에도 제약이 생기고 심지어 기업이 망했는데도 한몫 챙겨서 나가는 비정상적인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금융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근본적인 원인은 철학이 부족함을 이야기한다. 오로지 상혼에 젖어 타락한 금융계는 다시 청지기 정신을 되찾아 투자자에 의한, 투자자를 위한, 투자자의 펀드 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부를 돈으로 측정해서는 안 되고, 명성을 대중의 칭찬으로 측정해서도 안 되며, 권력을 단지 다른 사람에 대한 통제만으로 측정해서도 안 된다' p211  그리고 투자자 또한 유혹과 탐욕에서 벗어나 건전한 투자 문화를 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부자가 되는 기법을 제시하거나 금융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며 그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기본적인 마인드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부를 축적하면 결국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가 되지 않을까? 진정한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하고 돈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 하지만 나는 그가 꿈도 꾸지 못할 생각을 하고 있어. ...나는 지금도 충분히 가졌다고 생각하니까' p11



존보글, 부자, 인덱스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