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제 : 뉴욕 촌놈의 좌충우돌 에코 농장 프로젝트

 뉴욕에서 도시생활의 안락함을 누리며 기자 생활을 하던 저자는 화석연료 중독으로부터 자유를 선언하며 귀농을 선언한다. 지도상에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른 뉴멕시코에서 벌어지는 에코 농장 프로젝트는 그저 나에겐 낯설기만 하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귀농열풍이 불었었고 몇몇 뜻이 있던 사람들이 저자처럼 일명 에코 프로젝트를 시행했던 적이있다. 가끔 잊을만 하면 TV에 나와 그들의 삶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또한 약간 다른 관점이지만, 워낙 중국산 제품이 우리 삶 곳곳에 자리잡아 있어 '중국산 제품 안쓰기 운동'을 해봤던 주부의 기사가 생각난다. 상당히 힘들었다던 인터뷰가 기억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석유로 부터 우리 삶을 자유롭게 한다는것은 감히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 또한 석유중독에서 자유를 외쳤지만 실상 완전 자유는 이루지 못했으며 개인적으로 어느정도 석유소비를 줄일 수는 있었다.

  요즘같은 정보화 시대, 첨단화 시대에 문명과의 작별을 결심하는것은 가볍게 볼 얘기가 아니다. 석유로 인해 눈부시게 발달한 문명을 뒤로한채 귀농을 선택하지만 저자도 완벽한 귀농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과 아이팟, 화장실 휴지, 아이스크림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외의 문제들은 하나씩 풀어나갈려고 노력했다. 어찌보면 안쓰럽기까지 할 정도로.. 우선 뉴멕시코 농장을 선택하여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였고, 본인이 재배할 수 없는 작물들은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들을 선택했다. 되도록 기름을 안쓸려고 노력했고, 뉴멕시코 지역 특성상 태양열을 활용했다. 그리고, 석유를 마구 먹는 자동차를 버리고 폐식용유로 달리는 자동차로 개조하였다. 특히나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저자는 염소를 키워서 염소젖을 이용해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먹는 눈물겨운 신념을 보여준다.

 낯설고 그전엔 전혀 알지 못했던 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좌충우돌 스토리가 전개된다. 친환경을 위한 조금은 과장된 저자의 생활이 우습기도 하지만 책 곳곳에 나오는 미국적인 위트는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었고 초반에 지루한 전개가 전체적으로 느꼈던 유쾌함이 반감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세상 어느 한곳에서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반가운 책이었다. 지구를 생각하고 인류를 생각하는 이런 시도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를 바래본다.



에코, 친환경, 유기농, 스바루

  '적어도 난 노력은 했고, 그것만으로도 네놈들보다 나아' p.9
 
우연히 케이블 방송을 통해 유명한 프로그램인  ’헬’s 키친’을 우연히 보게되어 ’고든 램지’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었다. 요리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서바이벌 형식으로 꾸며진 ’헬’s 키친’은 첫눈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도 독설을 퍼부어대는 상당히 까칠한 양반이 있었는데 한편으론 프로근성으로 점철된 뜨거운 열정으로 보였지만, 또다른 한편으론 너무나도 매몰차고 인간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예의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이 양반..바로 고든 램지였다. ’헬’s 키친’을 보는 내내 참가자들의 불쌍한 모습을 위로하면서도 램지의 독특한 모습에 이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일을 하든지간에 열정과 프로근성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솔직히 요리 쪽엔 관심이 없는 탓에 요리에 대한 내용은 그다지 눈에 안들어왔지만 램지가 보여준 요리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쉐프로써의 프로근성은 본받을 만한 것이었다.

 고든 램지도 어릴적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물론 장인어른을 잘 만나서 성공에 가속도가 붙은 면도 있다. 대부분의 천재들은 그 분야에서 천재일 뿐이지 세상의 돌아가는 사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램지는 속칭 ’끼’가 있는 인물이다. 요리라는 주제를 가지고 성공을 위해 쉴새없이 노력하며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했었다. 혹독한 수련기간동안 오로지 요리를 위해 살았고 묵묵히 성실하게 자신의 실력을 쌓아나갔다. 쉐프에 자리에 올라선 뒤 램지군단을 이끌고 세상에 첫발을 디디게 된다. 프로정신이 투철했기에, 요리 실력이 뛰어났기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민감하게 캐치하고 있었기에 그는 당연히 성공하였다. 지금은 전세계의 고든 램지 왕국을 이끌고 있는 슈퍼 쉐프이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뭐랄까 좀 낯설었다고 할까? TV에서 보았던 램지 특유의 모습이 아니었다. 투덜대고 까칠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사업가의 모습만이 있었다. 역시 TV에는 아무나 나오는게 아닌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레스토랑을 열고 야심차게 시작하여 대성공을 이룬 후에 하나하나 확장을 해나가는 모습을 반추하여 시간대 별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냥 시간대 별로 나열하고만 있는게 아니라 그 과정 속에 있었던 문제점이나 느꼈던 점을 솔직히 이야기 했고 여러 본받을 점이 많았다. 특히나 인맥관리에 뛰어났고 아랫사람을 다룰줄 알았다. 그리고 사업을 진행하면서 저돌적이고 열정적이었다. 아무래도 사업을 준비 중이거나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공감하고 체크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 도움이 될 것같다. 지루하게 요리이야기만 나오지 않아 어찌나 감사한지..

 런던에서 시작하여 파리, 뉴욕, 심지어 도쿄, 그리고 암스테르담, 케이프타운 까지 레스토랑을 오픈한 램지..이젠 대한민국 서울에서 ’고든 램지 앳 서울’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요리사로써, 사업가로써 진솔하게 그의 인생을 보게 해준 램지에게 박수를 보낸다. 

  '가끔씩 당신이 원하는 것이 당신을 많이 힘들게 할 것이다. 고통을 감수할 만큼 자신이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지를 분명히 하라' p.204

고든램지, 쉐프

 꿀벌(Apis mellifera) : 꿀을 나르는 벌

 경제서적에 지친 머리를 쉬게 해줄려고 선택한 책이다. 큰 기대없이, 아니 어쩌면 재미없는 생물학 책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들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생각과 달리 한장 한장이 매우 흥미진진했고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였다. 책 제목처럼 정말로 경이롭고도 경이로운 시간이었다. 이런 주제를 가지고도 이렇게 재밌게 쓸 수 있다니..

 늦봄과 여름에 특히나 벌에게 쏘여서 온 환자들이 종종 있다. 계절적으로 꽃놀이를 많이 다닐 때라 꿀벌과의 만남이 잦아진 탓이다. 말벌에게 쏘여서 온 몇몇 환자들은 과민성 반응으로 순간 위급한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기에 매번 주의를 요한다. 어릴 때에 나역시 벌에서 쏘인 적이 있어서 벌에 대한 인상이 과히 유쾌하지 않다.

 초개체 :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 중에서 한 개체마다의 생활능력은 상실되고 하나의 집단이 마치 한 개체에 해당하는 능력을 가지는 경우로 개미와 같이 분업(分業)이 진전된 사회성 곤충이 그 예이다.

 우선 ’초개체 생태학’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먼저 만나게 된다. 좀 더 쉽게 얘기하면, ’꿀벌 군락은 하나의 생물이다. 그것들은 척추동물이다. 일벌은 생명 유지와 소화를 담당하는 몸이고, 여왕벌은 여성의 생식기이며, 수벌은 남성의 생식기이다.’ p.3 라고 요하네스 메링이 비유하였다. 각 개개의 꿀벌은 그저 일반 곤충의 하나이지만, 군락을 이루어 꿀벌 전체의 개체군은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와 같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의 지식 속에 꿀벌하면 꽃속의 꿀을 수집하여 저장해 우리에게 달콤한 꿀을 제공하며, 각각의 벌들은 여왕벌, 수벌, 일벌이 전부였다. 여기도 모계사회구나 하며 웃어 넘겼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니 일벌의 종류가 이렇게나 다양하고 체계가 있게 움직이고 있는지 정말 상상도 못했다. 모든 벌들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각자의 맡은 일들을 다툼없이 이행하는 모습이 정말 놀라웠다. 꿀과 꽃가루를 수집하는 수집벌, 밀원을 찾는 노련한 정찰벌, 벌통 입구를 지키는 경비벌, 유충의 보온을 유지하는 난방벌, 지친 난방벌에게 꿀을 제공하는 주유벌, 유충을 돌보는 유모벌, 여왕을 보살피는 시녀벌 등 일벌들이 일을 분화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누가 명령을 하는 것도 아닌데 알아서 움직이다니..최고의 지능을 자랑하는 인간들도 제대로 못하는 것을 하찮은 곤충이 척척 솔선수범해서 하고 있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특히나 유충을 돌보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물론 어느 생물이건 자식을 극진히 대하건 매 한가지이다. 그러나 곤충에서 이렇게 과학적으로 돌보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여왕벌이 알을 낳으면 유모벌들이 로얄젤리를 제공하여 유충을 키우고, 난방벌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게 한다. 온도가 낮으면 열을 발산하여 온도를 높이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바람을 일으켜 환기를 시키는 모습이 인간과 다를바가 없다. 반면 파격적인 모습도 있다. 조금이라도 병든 유충은 바로 없애버리고 죽은 성충도 바로 벌집 밖으로 내어 버린다. 행여나 일벌이 낳은 알이 있다면 찾아 먹어버린다. 또한 수벌의 유충이 너무 많으면 이것도 없애버린다. 일정하게 숫자를 조절하고 개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집단 지능인것이다. 그리고, 여왕벌이 탄생하는 것도 처음에 그저 일벌과 똑같은 유충에서 시작되는 것도 처음 알았다. 고농도의 로얄젤리를 먹임으로써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또한 새로운 처녀여왕벌이 탄생하면, 그 어미여왕벌은 처녀여왕벌에게 벌집을 맡기고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난다. 눈물겹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곤충의 능력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기하학적인 벌집이다. 밀랍샘에서 나온 밀랍을 큰턱샘의 분비물과 함께 섞어서 벌집을 만들기 시작한다. 두께나 길이, 기울기가 어찌나 정확한지. 20여만개의 방을 가진 벌집을 일정하게 만들어내는 모습에 일이 벌어진다. 거기에 벌집 중앙에는 개체군의 가장 중요한 유충이 담겨지고, 그 주변으로 로얄젤리에 필요한 꽃가루, 마지막으로 꿀벌의 에너지의 근원인 꿀이 담겨진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이렇게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줄이야..

 화려하고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자세한 사진은 이번 책에서 얻은 또하나의 수확이다. 워낙 알기 쉽게 기술되어 있지만 사진을 통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말도 안통하고 워낙 작고 폐쇄적인 꿀벌을 연구하여 일반인에게 최신 지식을 제공해 준 저자에게 너무나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 특히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자녀들에게 자연학습이나 집에서 가르치기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쁜 시간이었다.

 p.s. 벌을 만나면 손으로 휘젓거나 빠르게 움직이지 맙시다. 벌은 빠른 움직임을 파악하여 공격한다고 하네요..ㅎㅎ 



꿀벌, 초개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