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서울 모습은 내 기억 속엔 거의 없다. 성남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부터 남부 지방에서 자라온 탓에 서울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가끔 외갓집을 가기 위해 잠시 서울을 지나쳤던 기억 밖에 없으며, 그 기억의 단편에도 뚜렷하게 살아있는 기억은 없다. 서울은 한때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우며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대한민국의 25%의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거대한 도시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며 나아가 동아시아의 유명한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발전된 도시이다. 옛 조선시대 4대문 안에서 지금 시각으론 작은 구역으로 시작하여 한강을 넘어 강남까지 이르는 거대한 도시를 형성했다. 그래서 그런지 강남하면 첨단을 달리는 현대 도시의 색채가 강하며 강북은 옛 모습을 그나마 간직하며 서서히 개발의 붐이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은 4대문 안쪽의 옛 모습을 간직한 동네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조선시대의 자취를 되돌아보는 것은 아니다. 서울이 한창 개발되고 발전되려고 했던 초창기의 모습들이 남아있는 곳을 돌아보며 옛 추억의 조각을 맞추고 있다. 즉, 서울에서 자라온 성인들(주로 40대이상..) 이 책을 보면 잠깐이나마 옛 생각에 잠기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저자는 건축가 부부이다. 남편은 토박이 서울 사람으로 서울을 사랑한다. 복잡하고 시끄럽고 탁한 환경을 가진 서울을 누가 뭐라고 그래도 그는 여전히 사랑한다. 아내는 어린 시절 서울에 입성하여 줄곧 서울에서 살고 있다.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가끔 길을 잃는다. 아직도 서울이 낯설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고향이라고 부르기엔 어색하지만 서울은 고마운 존재이다. 이 두 부부가 서울을 그리고 서울을 느끼며 글을 써내려간다. 

 여전히 나에겐 서울이 낯설다. 책에서 소개된 지명이 어딘지 몰라 연신 지도를 찾기 일쑤다. 옛 추억이 없다보니 그리 쉽게 공감이 가진 않는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 다 똑같은지라 과거의 서울 그림을 보면서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의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똑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비슷한 풍경의 모습들이 떠오르고 옛 추억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잠시 감춰졌던 옛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게 하는 고마운 시간이다.

 우린 항상 앞만 보고 달리는 경향이 많다. 서울도 재건축, 재개발로 여기저기 파헤치고 있다. 비단 서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동안 가보지 못했던 어릴적 동네를 가보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모를 정도로 많이 변해있는 경우를 본다. 인간의 기억도 한계가 있어서 차츰 옛 기억도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이러한 세월의 기억들이 잊혀지고 신세대들은 그러한 기억들을 고리타분하게 바라볼 때 순간 서글픔이 느껴진다. 과거가 있어야 현재가 있는 것인데.. 여하튼 서울의 잔잔한 한권의 화첩을 보며 잠시 추억의 여행을 떠나 보았다.



서울, 화첩

 바이 코리아를 외치며 펀드 열풍이 일어났던 때가 있었다. 물론 결과는 씁쓸했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지만 이런 저런 증권가에 소문에 의하면 상당히 추한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 있었다. 한동안 펀드 열기는 식었고 주가도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2005년 말부터 다시 서서히 펀드 열풍이 불기 시작한다. 2007년에는 개인들의 폭발적인 관심하에 주가는 역사적인 2000 포인트를 찍게된다. 2000 포인트 근방에 전문가들은 너도나도 3000 포인트는 무난하게 넘어간다는 감언이설을 펼치며 펀드 열풍에 마지막 기름을 부었다. 뜻하지 않게 미국발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로 2008년은 힘겨운 나날이었다. 반토막 펀드가 속출했고 피해를 입은 대다수는 선량하고 무지한 개인들이었다. 여전히 막대한 펀드 수수료를 챙기면서 투자의 전적인 몫은 투자자에게 있다는 무책임한 말만 거듭하는 증권계를 바라보며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땅을 치고 후회를 했을 것이다. 나도 투자를 시작한지 벌써 5년이 되어간다. 우연찮게 펀드시대의 초입에 발을 담글 수 있었고,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격으로 인덱스 펀드의 우수성이 마음에 맞아 대다수 다른 이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물론 엑티브 펀드도 일부분 가지고 있다. 5년을 돌이켜 보면(물론 짧은 기간이라 당위성이 부족하긴 하다만..) 딱 한마디로 축약할 수 있다. (분산 차원으로 가지고 있는 약간의)엑티브 펀드에 들어간 자금이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일찍 시작한 탓에 현재 손해는 안보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적었지만 손실에 따른 어떠한 설명도 없었고(물론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라 이들도 어찌 할 수 없었겠지..) 손실을 보고 있는데도 수수료를 가져가는 이런 어이없는 경우라니...그것도 엑티브 펀드는 인덱스 펀드의 거의 두배에 육박한다.

 올해 코스피도 많은 회복을 하였다. 다시말해 주식과 펀드에 관한 관심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인들에게 나의 경험을 말하며 인덱스 펀드의 우수성을 전하고 있었다. 거기에 올초에 읽었던 존 보글의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그리고 최근 똑같은 저자의 <월스트리트 성인의 부자 지침서>를 읽고 더욱 확신을 얻고 있다. 

 또한 ETF에 대한 관심도 커졌었다. 인덱스 펀드의 강점을 가지면서 주식의 장점을 접목한 획기적인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엔 아직 ETF 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아 투자할 상품이 다양하지 않지만 배당 투자외에 또다른 투자처를 발견한것 같다. 그러나 정확히 ETF에 대해 잘 몰랐었고 투자를 하면서도 궁금증이 많았던 터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ETF에 대한 설명부터 미국 ETF 시장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ETF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다소 흥미롭지 않은건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나 미국을 따라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기에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도 ETF 시장이 활성화 될꺼라 믿는다면 이 책은 상당히 유용한 공부꺼리를 제공한다. 물론 기술적 분석에 많이 치우친 면이 있어서 워낙 기본적 분석을 중시하는 나에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1회 결정 포트폴리오라는 좋은 아이템을 제공한다. ETF가 다양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론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준다. 소형주와 대형주, 성장주와 가치주, 해외 주식, 그리고 채권 금리를 통해 주식을 바라보는 방법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위험은 최소화 하면서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저자만의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아직은 ETF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ETF 시장도 좁고 활성화 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투자처를 먼저 선점하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진다면 남부럽지 않은 훌룡한 수익을 거둘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ETF 투자 기간이 짧아 아직 뚜렷한 원칙을 세우지 못했지만 좀더 공부하여 나만의 방법을 터득해야겠다. 그리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ETF에 관한 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TF

 대학을 졸업 후 한 친구에 대한 아주 부러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의대 졸업 후 대부분 밟아가는 병원 수련과정을 과감히 포기하고 강호의 세계로 무작정 뛰어든 친구의 이야기다. 물론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닥 부럽거나 따라가고 싶은 생각은 하나도 없었으나, 1년 후 들은 그 친구의 소식은 한동안 나의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었다. 그 친구는 8개월간 미친듯이 응급실 당직을 섯고 휴일이고 명절이고 한결같이 병원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던 그 친구는 갑자기 홀연히 사라졌고 3개월 후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 친구는 8개월간 열심히 일을 하며 그 나이에 쉽게 만질 수 없는 돈을 가지고 무작정 한국을 떠난 것이다. 아무 계획도 없이 그저 세계 지도와 가벼운 배낭과 여행자 수표만 가지고 전세계를 누비고 다닌 것이다. 한동안 우리 사이에서는 큰 이슈가 되었지만 우린 그럴 용기가 없었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한동안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이야기를 이번 책을 통해 다시금 꺼내게 된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줄어드는 것이 있다면? 피부의 탄력, 언제든 연락해 만날 수 있는 친구, 이유없이 터지는 웃음, 그리고 두근거리는 설렘이 아닐까...' p.11

 코미디 방송 작가로 활동 중인 작가는 참 독특한 사람이다. 어찌보면 참 멋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아무래도 여행은 아직까지 보편적으로 쉽게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직업을 가진 성인에게 짧지 않는 시간을 투자하여 여행을 떠난 다는 것은 금전적인 부분을 차치하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저자는 여행을 상당히 편하고 일상적인 생활처럼 받아들인다. 굳이 관광이나 탐구를 위해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떠나기 전의 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여행을 떠날 땐 여행지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하게 되고 가야할 곳과 먹어야 할 것들을 계획하여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된다. 그리고, 패키지 여행에 익숙한 우리들은 하루하루가 상당히 빡빡한 일정으로 정신이 없을 때도 있다. 물론 휴식을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허나 휴식을 위한 여행이라도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나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항상 한두가지는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저자는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여행을 대하는 모습이 참 신선했다. 비행기를 대하는 모습이라든지, 그저 구름이 예뻐서 돌아다니는 모습, 설익은 고백, 소개팅을 위해 산 시폰 원피스, 교토에서 만난 할머니, 유레일 패스에서의 해프닝, 오슬로, 홍콩 야경, 오키나와에서의 비키니 수영복....등등..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럽고 행복한 그녀의 일상을 보았다. 

 짧지만 위트가 있고 간결한 내용이 참 좋았고 무엇보다도 풍부한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다. 특별히 잘 찍은 그림 같은 사진들은 아니지만 저자가 추구하는 여행의 단면을 참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읽는 내내 참 즐거웠고, 아름다운 추억의 앨범을 다시 들춰보는것 같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책장을 덮는다.

  '서른 두 살.. 많은 길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길 위에서 비로소 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껴안았다.' p,323



여행, 김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