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여행기를 여러 권 읽고 있다. 요즘 여행기가 유행인듯 하다. 그러나 여행기에도 다 똑같은 여행기가 아니다. 한때 유행했던 여행기는 우리가 잘 가보지 못하는 곳이나 특별한 곳을 다녀온 작가가 그 광경을 전하고 느낌을 살려 마치 그 특별한 장소에 있는 것처럼 글을 써내려갔다. 또한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곳이라 할지라도 독특한 방법과 독특한 시각으로 그곳을 설명해 나가는 여행기도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여행기들은 딱히 어떤 곳을 설명하지 않는다. 굳이 애써서 보여줄려고도 하지 않는다. 여행하는 면면을 보아하니 잘 알려진 곳도 아니다. 아주 낯설고 어떻게 보면 상당히 지루한 곳을 다닌다. 어쩌면 우리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여기가 외국인지..국내인지..아니면 우리 동네인지..분간이 안갈 정도로 아주 흔한 곳도 많다. 꼭 어떤 것을 얻어 갈려고..마음 먹고 휴가내고 갔으니 꼭 어떤 것을 보고 갈려고..어떤 것을 꼭 해보고 갈려고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상당히 자유롭고 친근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 책은 300여일간 인도(네팔 약간)를 표류하며 그녀가 겪었던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아니..어쩌면 300여일간 보았던 그녀의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니..결국 인도에서 아주 인도인스럽게 살아온 그녀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처음 책을 고를 때 온라인 서점의 소개 이미지를 보았다. 갠지스 강처럼 보이는 곳에서 녹색 이태리 타월을 들고 현지인들과 때를 밀고 있는 그녀..조각배를 타고 억척스럽게 노를 젖고 있는 그녀의 사진이 참 인상적이었고 이것저것 인도에서 참 많은 일을 체험한 여행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내려가며 단순 체험기라고 식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나의 생각은 완전히 깨졌다. 앞서 기술했듯이 그녀는 인도의 독특한 모습을 소개하고 있지 않다.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타지마할 궁전은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인도의 소소한 모습과 순박한 인도인들만이 보인다. 가끔 그녀는 작가로써 너무 불성실하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가 보여준 사진과 그 광경을 보며 적어낸 그녀의 글들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가끔 큰소리로 웃게도 만들어 주고, 그녀의 쉽게 꺼내기 싫은 아픔을 보여줄 땐 왠지 안타깝고 다독거려주고 싶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같이 공감하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하는 그런 럭셔리한 여행이 아닌 거의 무전여행이다시피(너무 평가절하했나?^^;)한 여행..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더럽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써.. '10개월의 여행 말이죠. 말도 마세요. 얼마나 힘들었게요. 더러워 죽겠고, 힘들어 죽겠고, 치사해 죽겠고, 무서워 죽겠는데 그게 좋아 죽겠습니다.'  이 말에 그녀의 여행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좋아 죽겠다는 그녀의 여행을 잔잔히 소개한다. 잔돈을 안주고 대신 사탕을 준다고 툴툴대던 그녀, 더럽고 간질거리는 손목끈을 계속 묶고 다녔던 그녀, 말라이가 먹고 싶어 코코넛을 연신 마셔된 그녀, 바퀴벌레가 득실거리는 2000원 게스트하우스에서도 꿋꿋히 버틴 그녀, 터진 볼펜 때문에 패셔너블이 된 그녀, 먼 인도 땅에서 섹스어필에 성공한 그녀, 깨끗한 네팔이 왠지 불편하다는 그녀, 어느 곳이든 누울 자리만 있다면 집단행위예술에 동참하는 그녀, 그리고 짜이를 좋아하는 그녀.. 책 구석구석 쉽게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는 곳에 항상 그녀가 서있다. 그리고 그녀의 글이 있고, 그녀의 삶이 있다.

 다시 일생 생활로 돌아왔다. 여행의 잔상이 여전히 남아있다. 책을 함께 읽은 나역시 잔상이 남아있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참 로맨틱스럽다. 힘찬 날개짓을 하기 위해 다시 일어설 그녀를 기대하며 가슴 뭉클한 그녀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러니 언제 어디서든 즐겁고 행복한 숨만 쉬고 살아야 해.' p.338



여행, 인도, 로맨틱, 하정아

 여행은 언제나 설레인다.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마저도 사치로 치부될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애써 우리 삶을 위로하지만 실상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닐까? 여행은 이런 마음의 여유를 가진 자에게 축복된 시간이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주는 신선함도 있고, 1년 12달 365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모든 신체 오감을 동원하여 마냥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움도 있다. 여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이번 책은 여행을 통해 잔잔함과 여유, 그리고 쉼을 얻고 있다.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휴가는 참 짧다. 주로 여름에 일주일의 휴가가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직장 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훨씬 자유롭겠지만, 대부분은 그리 넉넉치 않는 시간이 주워진다. 그러다보니 여행을 위한 여행이 되어 짧고 빡빡한 일정에 정신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 여행을 다닐 수 밖에 없다. 더우기 그러한 관광지 마저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며 어느 누구나 똑같은 패턴의 사진을 찍고 획일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게 된다. 다시말해서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에게 무언가 강박관념이 있고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여행을 다녀온 뒤 행복감과 재충전으로 삶이 활기차야 하는데 오히려 밀려드는 피곤함으로 여행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게 된다. 심하게 얘기하면, 여행은 쉼이 아니라 노동이며 일의 연장선이 되기까지 한다. 결국 여유가 없는 탓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여행을 통한 쉼을 추구한다. 단순히 육체적인 쉼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바쁘고 복잡한 삶을 살아가느랴 과열된 우리의 머리에 정신적인 쉼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놓치고 간과하는 부분에서 그 의미를 생각해보고 잊고 있었던 어쩌면 잊고 싶었던 부분까지도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참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터키에서 중국으로, 라오스에서 쿠바로 다시 이탈리아로 또다시 베트남으로 일본으로....많은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같이 호흡하고 먹고 마시고..여행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그 느낌을 그대로 문장으로 보여준다. 또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한장의 사진으로 표현한 수많은 사진은 저자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책을 다 읽고난 느낌은 꼭 알차게 세계여행을 한 느낌이다. 언제나 그랬듯히 여행기를 읽으면 언제 휴가를 낼 수 있는지, 어디로 여행을 가볼까 하는 상상으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즐거운 시간, 행복한 시간이었다. 

 "봄 오면 플렌스부르크에서 여름 오면 쿠바에서 가을 오면 안동에서 겨울 오면 윈난에서 우리는 만난다."



여행, 쉼표

 브래드 피트와 모건 프리먼이 열연한 영화 ’seven’에서 연쇄살인범인 케빈 스페이시는 단테의 신곡과 초서의 캔터베리 서사시를 근거로 연쇄 살인을 벌인다. 범인은 인간을 파멸에 이르게 한 일곱가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차례로 잔혹하게 살해한다. 여기서 일곱가지 범죄란 탐심, 탐욕, 나태, 음란, 교만, 시기, 그리고 분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에겐 이러한 일곱가지 범죄가 없나하고 생각해보는 약간은 섬뜩한 시간이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일곱가지 인간의 욕망을 제시한다. 이러한 일곱가지 욕망을 품고 투자의 세계에 뛰어든 사람에겐 성공은 고사하고 좌절과 실패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큰 전제하에 성공 투자자가 되고픈 사람들을 위한 욕망 통제법을 소개한다.

 근래에 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우리나라는 한 집안에 펀드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만큼 투자에 노출이 되어 있다. 또한 식지않는 부동산 불패신화로 인해 왠만큼 돈 좀 가지고 있다는 사람은 부동산 투자(or 투기)를 해봤을 정도로 투자가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된지는 꽤 되었다. 투자 서적들도 많이 출간되었고 주식이나 부동산 세미나도 넘치며 최근에 경매가 붐이 되어 경매시장이 후끈하다. 이렇듯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하면서 관심을 많이 쏟고 있지만 실상 돈을 버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는듯 하다. 아무리 냉철하게 마인드 컨트롤 하는 사람이라도 ’돈’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듯 하다. 즉, ’돈’ 앞에서 냉정함을 잃지 않고 한결같이 본인의 기준대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올바른 자는 자신의 욕망을 조정하지만 올바르지 않는 자는 그 욕망에 조정당한다.’ p.5

 이 책의 저자는 20년간 투자계에 몸담으며 수많은 투자자들의 재정적 성공을 도와준 투자 전문가로써 투자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정적 성공을 하기 위해 통제해야 할 인간의 욕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질투, 오만, 욕정, 탐욕, 분노, 대식, 그리고 게으름에 대해 설명하며 성공 투자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실례를 곁들여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어찌보면 다 아는 내용일 수도 있다. 어찌보면 어디서 들은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러한 일곱가지 욕망에 조정당하고 있고 ’돈’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또한 이러한 일곱가지 욕망을 어느정도 조절했다고 해도 금새 좌절하게 만드는 4가지 투자 환경을 설명하며 험난하고 유혹적인 투자의 세계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주지한다. 

 어느 누구도 우리가 ’돈’을 벌도록 가만히 있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공짜로 우리에게 ’돈’을 안겨주지 않는다. 결국은 나 자신이 나의 ’돈’을 소유하며 증식시켜 나가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투자를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것이다. 나의 ’돈’을 지키는 자체가 힘들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투자를 함에 있어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우리의 욕망을 한번 더 검토해 본다면 우리가 하는 투자의 궁극적인 목표인 장기적인 부의 창출에 어느 누구보다 먼저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성공투자,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