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깜찍한 책이 나에게 왔다. 파리를 듬뿍 담은 화사한 그림과 맛깔스러운 그녀의 글이 어우러져 장문의 편지를 받은듯 하다. 디지털에 익숙한 요즘 아련한 추억이 담겨져 있는 편지를 뒤적이게 하듯이 그렇게 이 책이 나에게 왔다.

 파리는 낭만의 도시이다. 학생시절 일주일간 파리에 머무른적이 있다. 아프리카 의료봉사를 다녀온 뒤 귀국하기 전에 휴식차 들렸던 파리.. 아프리카의 뜨거운 햇살과 붉은 먼지 가운데 있다가 도착한 파리는 완전 새로운 세상이었다. 오랜 역사가 숨쉬는 그곳에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벅찼던 기억이 난다. 또한 여러 영화에서 나왔듯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상하면 응당 파리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예전엔 줄리에트 비노슈를 좋아했기에 좀처럼 지루해 집중할 수 없는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도 보았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자가 얘기했듯이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하늘이 하얗다'고 말해줘. 나는 '구름이 검다'고 답할게. 우리의 사랑은 이런 식일거야."라는 말이 있었던것 같다. 얼마나 사랑스럽고 얼마나 낭만적인가.. 여하튼 파리에서의 일주일은 아직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겨져 있고 다시금 지난 날의 나의 발자취를 밟아보고 싶다.

 이 책은 전형적인 여행기의 모습과 최근의 유행하는 여행기의 모습이 모두 담겨져 있다. 전형적인 여행기에서는 대부분 유명한 장소를 언급한다. 어느 나라를 여행하면 반드시 가보고 먹어봐야할 내용이 가득 들어있는 여행기이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그런 당연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최근의 여행기는 사람들의 시선에 주목받지 못하지만 상당이 가치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현지인들만이 알법한 장소나 먹을꺼리를 소개한다. 또한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들도 요즘은 많이 선보이고 있다. 이 책에서 그녀는 파리 구석구석을 소개한다. 전형적인 파리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는 파리의 모습까지 친절히 소개하고 있다. 또한 파리지앵들의 생각과 습성들을 이야기해주며 친숙하게 그들에게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사진이 참 좋다. 요리사답게 화려한 사진일것이라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차분하면서도 화사했고 그녀의 글에 알맞는 사진을 구성하여 보는 눈을 즐겁게 하였다. 역시 여행기는 사진에 큰 영향력이 있는듯 하다. 물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진은 <낭만제주>를 쓴 임우석씨가 찍은 사진인가보다. <낭만제주>에서도 흔히 제주를 바라보는 시선과는 다른 독특한 시선을 보았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모습이 발견되었다. 그럼 <낭만제주>에서의 그녀가 이 책의 저자??라는 꼬리말이 생긴다ㅎㅎ..

 정말 나에게 어느날 문득 파리에서 편지가 온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미래 어느날 파리에서 오페라하우스에서 발레공연을 보고 나와 한손엔 페리에를 들고 옆구리엔 모뵈르 뮤튜알리떼역 헌책시장에서 건진 낡은 시집을 끼고 뵈브 끌리꿔와 푸아그라 조각이 깔린 메추리 가슴살 샐러드를 먹으러 가는 나의 모습을 기대한다.



파리, 여행, 박재은

 미국발 경제위기로 주목을 받은 사람은 미국에서는 버냉키 FRB 의장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엔 물론 이명박 현 대한민국 대통령과 이성태 한국은행장이 가장 주목받았고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가 이슈화 되었다. 그러나 이번 미국발 경제위기의 히어로는 다른 사람이었다. 바로 다음 아고라에서 필명 미네르바로 활동하였던 박대성씨이다. 별별 억측과 소문이 난무하였고 어이없게도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언론탄압의 희생양으로 구속까지 당했다. 물론 무죄로 곧 풀려났고 오히려 구속으로 인해 그의 유명세는 더욱 높아만갔다. 미네르바는 다음 아고라에서 경제 논객으로 세일러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었고 여하튼 리먼 브라더스의 몰락을 정확히 예견했다. 또한 그가 제시했던 증거와 논리가 척척 들어맞자 급기야 온라인의 경제대통령으로 추앙받았고 그가 추천한 책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물론 나도 몇몇 책들을 읽었고 깊이 감명을 받았다. 이런 그가 드디어 책을 만들었다.

 이미 세일러도 책을 썼고 두번째 책을 집필하고 있다고 들었다. 미네르바 역시 자신이 그동한 썼던 글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여러모로 세일러의 책과 비교가 많이 된다. 또한 닮은 점도 많다. 두분 모두 개인이 알 수 없는 많은 영역에 상당히 박식하다. 단순히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방대한 자료와 전문적인 학식을 두루 갖추고 있다. 또한 다음 아고라에서 경제 논객으로 활동하며 개인들과 소통을 많이 해왔던 터 논조가 상당히 쉽다. 아무래도 어려운 경제 용어나 경제학적 상황을 쉽게 풀어 설명하며 많은 이해를 돕고 있다. 절대 가볍지 않게 핵심만을 추려 가장 빠른 경로로 설명하며 중요한 부분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평가하는 자체도 무리일 수 있다. 왜냐? 서평을 쓰고 있는 나역시 그들과 같은 지식이 없다보니 그저 그런가보다 하는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경제 상황과 그들이 제시하는 논리가 여지없이 딱 들어맞을 때는 소름이 돋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 두분의 책은 한편으론 다르다. 먼저 쓴 세일러의 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국 경제를 해부했다. 여러 지표를 참고하며 경제위기에 비틀거리는 한국 경제를 진단하여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고 그 진행을 기술하여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또다시 반복적인 상황에 직면할 때 우리가 어떻게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 미네르바의 책은 시각이 좀 다르다. 부제에서도 나타내고 있듯히 개인의 관점에서 한국 경제를 바라보았다. 개인의 시각으로 부동산과 금융을 바라보았고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가감없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세세하게 우리 주변의 상황을 설명하고 그 상황에 따른 정책과 저자의 진단이 가미되어 피부로 확 와닿게 알기쉽게 기술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날카롭고 도발적인 한국 경제 보고서이다. 최근 책을 집필한 최진기씨의 글을 보는듯 하기도 하다. 그러나 기대가 컸었다. 온라인의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의 최초의 책이기에 더욱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보니 준수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리먼 브라더스의 몰락을 예견했던 촌철살인의 모습보다는 너무 미시적인 부분에서만 다루고 있어 2% 부족함을 느낀다. 물론 경제를 배우는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은 책이다. 빨간펜을 들고 줄을 그어가며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지만 좀 더 어려운 미적분을 원했던 독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경제를 바로 알기 위해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미네르바, 한국경제

 성경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베스트셀러이다. 이스라엘의 역사서이자 기독교의 교리서이다. 단순히 보면 그렇게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성경에 나오는 유명한 사건이나 인물들은 이스라엘 국민이 아니더라도,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알려져있다. 특히나 구약성경에서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탄생, 애굽 탈출시에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장면,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받는 장면, 소돔과 고모라 사건, 노아의 홍수 등이 잘 알려져 있고 신약성경에서 나오는 예수님의 탄생에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내용은 여러번 영화로도 다룰 정도로 유명한 장면이다. 그러나 음식이야기는 조금 낯설다고 할까? 많이 다루지 않았다. 그나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이 유명하고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오천명을 먹이고도 남은 오병이어의 기적 정도가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인이라도 가나안 잔치집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기적까지는 잘 알고 있다. 이처럼 음식이야기는 그리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물론 레위기에서 따분하게 이것저것 금지하는 목록이 있었다는 어렴풋한 기억만이 남아있는 정도이다. 따라서 성경에 나오는 맛있는 음식이야기를 정리한 이 책은 나의 관심을 상당히 끌었다.

 성경에서 나오는 인류의 역사 중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것은 두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를 따먹는 장면이다. 이로 인해 에덴동산에 쫓겨나고 최초로 노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댓가는 풍족했고 상당히 긴 수명을 가지며 살았다. 또하나의 분수령은 노아시대에 발생한 대홍수 장면이다. 이로 인해 홍수이전의 채식위주에서 육식으로 본격적으로 전환이 시작되었고 궁창에 있는 물이 다 쏟아진 바람에 인간의 수명은 급격히 짧아진다. 여기까지가 내가 어릴때 배운 성경이야기이다. 이때도 육식만 언급되었지 음식에 관해 특별히 배운적이 없었다. 그저 이스라엘 민족들도 우리와 비슷한 음식을 먹었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몇년 전 성경의학이라는 분야를 접하게 되었다. 말그대로 성경에 나오는 여러 의학적인 요소들을 연구하고 직접 적용해 보는 학문이다. 주로 미국에서 활성화 되어 있고 아직 국내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다. 거기엔 음식에 관한 내용도 있다. 성경에 금지하는 음식들을 먹지 않고 먹도록 허용된 음식들만 먹는것이 과연 영양학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를 연구한것도 있었다. 그 때 이스라엘 민족들이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코셔와 트라이프에 대해 처음 알았다. 이 책에서도 코셔와 트라이프에 관해 소개하고 있다. 분류 자체가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지만, 피조물이 창조물의 생각을 어찌 다 알 수 있으리오..!! 암튼 여전히 연구하고 있고 조만간 연구 결과들이 나오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성경에서 나오는 사건사이에 보여지는 음식에 관해 소개하면서 그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번역이 되면서 잘못 기술된 내용을 바로 잡고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하여 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현재 그 맛을 느껴볼 수 있도록 간단한 레시피를 제공한다. 2부는 좀 더 세밀하게 먹지 못하게 금지된 음식과 먹도록 허용된 음식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코셔와 트라이프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3부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베풀어주신 음식에 관해 나온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명절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 즐겨먹던 음식들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눈으로 즐길 수 있다. 

 사뭇 신선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분야를 소개한 책이 많이 없었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된 책은 더더욱 없었다. 누구를 만나든 음식을 함께 나누면 친근감이 배가 된다. 이 책을 읽고나니 성경과 한층 더 친근해진것 같고 재미있는 이야기꺼리를 알아가는 좋은 시간이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