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당차고 똑부러진 아나운서였다. '도전 골든벨'을 진행하며 '미나공주'로 불리며 뭇 남학생의 우상이었던 그녀.. 나역시 '도전 골든벨'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다. 약간 시크한 외모에 낭랑한 목소리, 그리고 깔끔한 스타일에 매료되었었다. 어느날 문득 그녀는 모두가 선망하는 아나운서를 박차고 스페인으로 떠난다. 공부를 위해 떠난 다는 그녀를 바라보며서 안타까움과 부러움이 교차했었다. 그러더니 급기야 책을 발간한다. 그리고 또 일본에 관한 책이 나온다. 이젠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이 생기기 시작한다. 많은 독자들이 그녀의 책을 읽고 그녀의 또다른 면을 보았노라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 와중에 결혼을 했고, 1년이 지난 즈음에 그녀의 아픈 소식을 들었다. 한동안 그녀의 모습을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었고, 아픈 상처로 인해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녀는 보란듯이 세번째 책을 들고 화려하게 등장했다.

 아르헨티나 하면 남자라면 어느 누구나 '마라도나'를 연상할 것이다. 아르헨티나 최고의 스타이자 세계 축구 역사상 위대한 선수들 중 한명이다. '신의 손' 사건으로도 유명한 마라도나는 현란한 드리블로 8명을 제치고 넣은 골은 최고의 골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계속되는 폭정과 수많은 경제위기로 인해 급기야 2001년에 모라토리움을 선언했던 불우한 나라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완전 정반대에 위치에 있기에 쉽게 갈 수 없는 나라이다. 그래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일생에 꼭 한번 가봐야 할 아름다운 도시로 알려져 있다. 

 전작을 아직 보지 못해 그녀의 글을 본적이 없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이미지가 있었기에 기대가 컸었고 이 책은 그런 기대에 충족할 만한 훌룡한 책이었다. 단순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 소개하는 여행기는 아니다. 일정에 맞춰 유명한 곳들을 다니고 사진으로 보여주는 그저 그런 여행기가 아니다. 이 책은 그녀의 아픔과 고뇌가 절절히 스며들어 있는 그녀 자신의 이야기였다. 다만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통해 그녀를 이야기 했을 뿐이다. 물론 아르헨티나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눈물의 커피 마그리마, 아르헨티나식 소고기 요리 아사도, 아르헨티나의 정신이 깃든 보카주니어스, 정열의 춤 탱고, 놀라운 우연과 필연으로 만난 아르헨티나의 친구들, 뜻하지 않는 만남과 사건으로 인해 겪게된 내륙에서의 여행..등 정해진 틀에 맞춘 여행이 아닌 그녀가 마음 가는대로 움직이면서 진정한 아르헨티나를 만끽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마음 속에서 방황하는 그녀만의 아픔을 극복하고 인생에 있어서 희망을 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지친 그녀의 몸을 포근히 감싸주는 아르헨티나의 광활한 자연 앞에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었던 것이다. 그녀를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다시 가슴이 뜨거워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 안쓰러우면서도 때론 그런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러 방식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 바쁜 일상 생활에 휴식을 주는 여행도 있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얻을 수 있는 여행도 있다. 그녀의 여행은 아픔을 치유하고 원기를 회복하여 새롭게 다시 일어서는 여행이었다. 이젠 노련한 여행작가의 포스를 뽐내며 그녀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솔직하게 그녀의 내면을 보여준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왕성한 활동과 또다른 멋진 이야기를 기대한다.



손미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미국은 어릴 적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다. 전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하며 정치, 경제, 예술, 국방에 있어서 어느 하나 뒤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자라오면서 미국의 뒷모습도 많이 보았지만 여전히 미국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이다. 수차례 동남아를 다녀보고, 잠깐이지만 유럽과 아프리카를 접해봤다. 각 나라마다 인상이 좋았지만 무언가 허전함을 느낀다. 미국은 어떨까? 미국은 다를까? 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물론 미국이라고 뭐 다르겠는가? 똑같이 사람이 사는 동네인것을..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가졌던 막연한 동경심이 작용하지 않았을까싶다. 그러나 미국은 쉽게 가기엔 여러 장애물이 있었다. 먼 거리도 그렇고 지금은 조금 완화 되었지만 비자를 얻기가 까다로웠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어려움은 영어였다. 중고등학교 6년, 대학 때에 걸쳐 영어를 배웠지만 나역시 한국식 영어 교육에 충실한 나머지 투자한 시간만큼 영어 실력이 늘지 않았다. 독해는 어느정도 하지만, 듣기와 회화는 여전히 난관이었다. 물론 어느 나라를 가도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지만 '미국 = 영어'라는 등식에 미국은 커다란 벽으로 느껴졌다. 

 미국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도시는 뉴욕이다. 세계 최고의 도시 중 하나인 뉴욕은 맨해튼, 센트럴 파크,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수많은 유명한 명소를 가진 도시이다. 수많은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서 뉴욕을 다루고 있고 특히나 <섹스 앤 더 시티>로 인해 화려하고 스페셜한 뉴요커의 모습을 많은 이들이 보고 부러워했다. 나역시 <섹스 앤 더 시티>를 즐겨보며 뉴요커의 일상을 보았고 드라마에 보여지는 뉴욕의 모습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이 책은 뉴욕의 구석구석을 소개한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홀연히 뉴욕으로 떠나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진정한 뉴요커로 거듭나고 있다. 4-5년간의 지난 날들을 돌아보며 처음 뉴욕에 발을 담그려는 후배들을 위해 그녀만의 뉴욕 메뉴얼을 만들었다. 낯선 뉴욕의 도착에서부터 입과 눈을 즐겁게 할 먹거리, 손과 발이 고생하지 않게 이동수단, 여자들의 로망인 쇼핑, 화려한 뉴욕의 밤문화^^, 지루하지 않게 즐길거리, 그리고 그녀만의 비밀장소까지 하나하나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구체적인 위치와 요금, 본인만의 팁까지 소개하며 처음 찾는 이들이 어렵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뉴욕의 정서까지 가미하여 훨씬 양질의 정보를 공급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어려운 영어에 대해 예제를 들어가며 쉽게 다가서게 해준다. 뉴요커 만이 쓰는 단어들이나 문장을 알려주어 세련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말 그래도 이 책은 뉴욕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사진이 부족한 점이 아쉽기는 하다. 지면의 한계가 있어 모든 걸 담을 수 없지만 사진이 좀 더 크거나 다양한 사진이 있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 많은 바램이겠지만서도..ㅎ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미국을 간다면, 특히나 뉴욕을 간다면 반드시 이 책을 가지고 갈 것이다. 생생한 그녀의 경험이 미국에 첫발을 딛는 모든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것 같다. 아주 좋은 뉴욕 메뉴얼을 손에 넣을 수 있어서 참 흡족한 시간이었다.

뉴욕, 회화, 신유경

 어느 누구나 어릴 때 만화는 가장 친한 친구일 것이다. 특히나 30대 중반 이상의 중장년층에게는 더더욱 가슴에 와닿을 것이다. 특별히 놀잇감이 없던 시절이라 만화는 그저 놀잇감 이상의 가장 좋은 친구였다. 지금도 많이 바뀌었지만 영화관이 많지 않던 시절이고 비디오방이란 단어조차 없던 시절이며 요즘 아이들처럼 인터넷은 만무하고 그 흔한 게임기마저 없던 시절이다. 얼마나 심심하고 답답했던 시절이었겠는가? 물론 지금보단 자연의 무한한 혜택을 누리고 살았지만 지금의 몸으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참 무료한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때에 만화는 청량제와 같았고 우리 어린 시절의 삶의 일부분이었다. 흔히들 만화방에서 먹는 라면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나역시 백배 동감한다. 시험이 끝나면 난 어김없이 만화방을 찾았다. 특히나 비가 오는 날이면 금상첨화다. 눅눅한 종이 냄새를 맡으며 뜨거운 라면을 연실 불어대며 한손에 만화를 쥐고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아..그립다..

 웃기는 이야기이지만, 내가 지금의 진로를 확고히 굳히게 된 계기는 만화 때문이었다. 중3 때부터 난 의사가 되고 싶었다. 지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아 의사의 꿈을 꾸고 있었는데 고1 여름방학 때 난 눈이 번쩍 뜨였다. 일본만화이지만 상당히 유명한 만화로 마후네 카즈오 작  '닥터 K'라고 있다. 이 만화를 보면서 난 의사의 길을 선택했고 만화의 주인공처럼 외과의사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그 만화 참 말도 안되는 내용이다. 물론 의학드라마 조차 극적인 요소만 모아 구성을 하고 있으니 굳이 현실성을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하튼 만화를 통해 다른 삶을 보았고 이젠 나의 삶이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만화책을 많이 보지 않는듯 하다. 워낙 인터넷 문화가 발달 되었고 게임기를 비롯한 첨단기기의 발달로 읽는 만화보다는 그저 보는 만화가 흔해졌다. 많이 보였던 만화방도 점점 그 자취를 감추고 있고 책 대여점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옛 기억을 더듬고 예전의 향수를 느끼고자 주위를 둘러봐도 이젠 그런 장소 찾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기차역 근처에 가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하긴 요사이 본 만화책이라곤 식객이 전부이니 나도 만화책을 잡아본지가 꽤 된것 같다.

 이 책은 1940-50년에 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 까지 그 당시 유명했던 만화를 선별해서 설명해주고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80년대 이후의 만화는 눈에 익지만 그 전의 만화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한 작품이 탄생하게된 배경이나 작품마다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 및 의미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단순히 캐릭터를 바라봤던 기억에 양념을 가미해준다. 또한 여기에 나오지 않았지만 즐겨 보았던 만화를 떠올리며 즐거운 상상의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 

 책 표지마저 오래된 책을 만지는 것처럼 신경을 썼고 기억 속의 멋진 영웅들, 귀여운 동물들, 엉뚱한 친구들..등등의 가슴 한 구석에 숨쉬고 있는 캐릭터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옛 친구들과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오래된 것이 항상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간직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것 같다. 추억 속에 아름다운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내 삶의 큰 재산이 아닌가 싶다.



만화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