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텔레비전을 켜고 드라마를 본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새 드라마가 방영중이다. 이번에 그는 가난한 청년 역할을 맡았다. 그가 재벌 2세 레스토랑 경영자에서 가난한 청년으로 신속하고 완벽하게 변신하는 동안, 나는 삼 년 종안 사귄 애인과 헤어졌다. 그처럼 나도 과거의 나를 잊고 완전하게 변화하고 싶다.
 이번 드라마 역시도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문제다. 나는 그들이 왜 서로를 사랑한다고 믿게 되는가에 주목하면서 보았다. 첫째, 그들은 보고 싶어한다. 같이 있고 싶어한다.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으로 버려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둘째, 말에 의존한다. 그들은 반드시 고백을 한다.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너 없으면 안 되겠다고. 그런데 저런 걸 다 믿을 수 있는 건가? 믿어도 되는 건가?
 성우도 나한테 그런 적이 있었다. 전화통화하다가 보고 싶다고 한밤중에 우리집 앞으로 달려온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게 나는 다 쇼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껏 사랑을 증명하는 충분한 증거가 되었을 드 수많은 말과 행동들이, 헤어진 지금에 와서는 사랑의 명백한 자기 배반의 증거가 되었다.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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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백수생황백서>라는 책을 본적이 있다. 
내가 그땐 백수여서 그런지 몰라도 참 공감가고 작가의 문체도 마음에 들어서 그 작가의 새로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조금은 실망이다.
너무 진부한 내용.
하지만 정말 소심한 사람이라면 주인공의 마음을 많이 공감할 수 있을듯...^^
심각하고 싶지 않을때 읽으면 좋을것 같은 소설.

난 좀 무거운 사람이어서인지 조금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좋다.
하지만 심리학 책도 즐겨 읽는 편인데, 다른 심리학책은 딱딱한 감이 없지않은데... 이 책은 소설이면서 심리학 책같은 느낌이 들어서 편하게 술술 읽다보면 나의 아픈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이랄까.. ^^

전직 정신과 의사였던 철주는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작은 바(bar)를 연다. 하지만 철주는 그냥 식당이라고 부른다. 같이 모여서 먹는곳. 아마 같이 어울려 편하게 먹으며 마음을 나눌수 있는 곳이 되고 싶어서일것이다. 게다가 제 버릇 남 못준다고... 병원 생활이 싫어서 나와놓곤, 손님들이 힘들어할때마다 두팔 걷어붙이고 집까지 따라다니며 마음의 병을 고치기위해 노력하는 철주.

철주는 미수의 오른손을 잡아 손등을 볼 수 있게 비틀어 올렸다. 손등 가운데에 굳은살이 켈로이드같이 솟아 있고 가운데는 살짝 패어 있었다. 인위적으로 구토를 하기 위해 입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목젖을 자극했고, 그러는 중에 손등이 앞니에 닿아 눌려서 생긴 자국이다. 그런 행동을 반복하면서 한두 번 눌리기만 하던 자리에 아예 굳은살이 생긴 것이다. 이것을 러셀 사인이라고 한다. -p61

이 책에는 8명의 환자?아니 손님이 나온다.
걱정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손님, 사람들에게 소외받을까봐 폭식증과 거식증을 왔다갔다 하는 손님, 밤이 무서운 남자손님, 징크스에 빠진 야구선수 손님, 공황장애에 빠진 손님 등등..
어찌보면 우리가 한번씩은 겪게 되는 힘겨운 일들 중, 그들은 우리보다 조금씩만 더 힘들다고 체감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단순히 힘들다는 푸념을 술과 함께 삼키며 내일은 잊어버리고 그러려니 살아가는데 비해 그들은 몸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경고등을 울려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증상과 해법을 철주가 설명하고 보여준다.

읽는 동안 여러번 공감하고 여러번 철주의 치료법에 대해 그렇구나.. 느끼게 되지만,
철주의 치료법이 모든이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닐것이다.
단지 이 작가(실제 정신과의사)는 너무 바쁘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조금의 여유라도 지니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는게 느껴진다.
매일매일이 전쟁이고, 그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내일은 뒤쳐지지 않을까 고민하고, 남과 내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현대에서 남과 같거나 남보다 낫기를 바라는 마음이 만들어낸 마음의 병. 

위에 책에서 발췌한 부분은 폭식증과 거식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이야기중 일부이다.
러셀 사인.
읽다가 이 말에 마음을 뺏겨버렸다.
처음 한두번은 아무일도 아닌척 넘어갈 수 있지만,
우리의 마음의 병은 이렇게 우리의 몸에 마음에, 머리에 꼭 자국을 남긴다. 
러셀 사인, 우리의 인생과 비슷한게 아닐까.

살아간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책으로라도 현재의 힘겨움이 치유되길..





심야치유식당

도서관에 갔다가 책 표지가 너무 이뻐서 고른책.
요즘 머리 아픈 일이 많아서 가벼운 책으로 스트레스나 풀까 하는 생각에 고른 책이었는데, 그런면에서는 정말 딱 마음에 드는 책이다.
일본에서는 라이트노벨(light novel)이라는 말이 있다는데, 번역가의 설명에 따르면 주로 10~20대 사이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면서, 판형이 작은 문고판에 만화풍의 일러스트를 곁들여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든 경향의 소설들을 일컫는 말이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말을 들으니 정말 딱 맞는 말인것 같다.
이 책엔 일러스트는 따로 없지만, 무게감은 별로 없고, 만화는 아니지만 그런 환타지를 제공하는 소설이랄까.

이 책안에는 6가지의 단편 로맨스가 들어있다.
전부 자위대(우리나라로 치면 군인) 애인과 벌어지는 로맨스들이다.
난 보수적인 한국인은 아니지만 아직도 왠지 자위대라는 말과는 친해지지 않아서인지, 자위대원이라는 말이 계속 거슬렸지만 그들의 자유롭지 못한 상황과 연애라는 달콤함 사이의 괴리를 좁혀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그 중, 메인 타이틀로 잡은 고래남친이 제일 맘에 든다.

소개팅에서 만난 두 주인공.
남자는 잠수함대원이고, 여자는 미팅멤버중 땜빵녀.
남자는 자신의 직업때문에 진지하게가 아니라, 다른 대원들의 미팅 자리를 분위기를 띄워주려는 목적으로 나왔고, 여자는 남자들의 직업에 대한 호기심만 있을뿐 그냥 한자릴  채워주기 위해 온 목적 뿐이었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선 그룹에서 빠져선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되고 사랑에 빠지지만....
그는 훈련을 나갈때면 한달이든 두달이든 연락조차 되지 않고, 
여자친구에겐 자신을 좋아한다는 목적으로 괴롭히는 상사마저 있다.
어찌보면 단순한 내용이지만  일본식의 간결한 문체가 더해지면서 내용이 질척이지 않고 편하게 읽을수 있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그게 그러니까, 서로 닮지 않았어요? 둘 다 검은색에 커다란 것이. 또 바다 깊숙이 잠기는 것도요. 아, 고래는 꼭 검은색이라고 할 순 없나? 여하튼 잠수함의 모양이 고래랑 비슷하지 않아요?" -p20

남자가 여자에게 반하게 된 부분이다.
우리는 잠수함을 보고 잠긴다고 할까 가라앉는다고 할까?
나도 가라앉는다라는 표현을 자주 썼는데, 남자는 가라앉는다는 표현을 아주 싫어한다.
잠수함은 공격을 당해서 침몰할 때만 가라앉게 되니까.
그래서 여자가 고래를 비유하며 잠수함을 표현하자 자신을 이해해주는 여자가 너무 사랑스럽게 보였던것이다.

난...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이정도로 이해하고 있을까?
요즘 점점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