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시간에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을 알았습니다.

‘옛날 사람이 이런 책을 썼구나~ 이 책이 여러 방면에 영향을 줬구나~’정도의 느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책이라고 느꼈지만  <법의 정신>을 읽어볼 생각은 안했습니다.  왠지 무척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어느덧 인문고전에 관심이 생겨서 읽기 힘들 것 같았던 <법의 정신>도 읽게 되었네요.

법 하면 어려운 것, 힘든 것 등의 생각이 들어서 눈길도 주지 않았던 분야인데, <법의 정신>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 졌습니다.

 

일단 <법의 정신>은 서울대 추천도서 100선, 청소년 필독 교양도서로 되어 있어서 읽어야할 추천 도서 목록에 늘 있었습니다. 1700년대에 최초로 삼권분립을 주장했고, 미국 연방헌법 제정과 근대 법치국가의 정치 이론에 깊은 영향을 주는등 이 책이 현재에도 미치는 영향력을 떠올려본다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 나라 처럼 입법, 행법, 사법이 분리된 나라는 분명히 영향을 받은 것이죠.

 

1749년에 이 세상에 나온 <법의 정신>을 2015년 읽으면서 고전의 힘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책이 나올 당시와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사람의 사는 모습은 시대를 막론하고 비슷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이 책이 처음 세상에 선보였을 때 프랑스에서 판매가 금지되었고, 로마에서도 판금 되었습니다.  이미 현재에는 당연하던 것들이 그 때는 충격적인 것들이었기에 수용하기가 어려웠던 거죠.  새삼 좋은 세상에 살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법의 정신>을 읽으면서 법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20년에 걸쳐 이루어진 작업을 한동안 읽었다고 알수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고,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읽기 전보다 법이 한결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의 법에 대해 떠올려보고 생각하게 되네요.   

 

각 나라 국민은 자기들이 왜 자기네만의 원칙을 갖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p16-

 

만일 내가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그들의 의무와 그들의 군주, 그들의 조국, 그들의 법률을 사랑할 새로운 이유를 갖게 할 수 있다면, 각 나라와 각 정부, 자기가 있는 각 부서에서 행복을 더 잘 느끼게 할 수 있다면, 나는 내가 인간들 가운데 가장 행복한 인간이라고 믿을 것이다. -p17-

 

 

언젠가부터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이 나오면 노트에 정성스레 따라 쓰기를 한다. 

그냥 읽고 지나가기엔 아까운 마음이 들어서다.  읽기만하면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 같아서 좋은 구절은 따라 쓰기를 하기 시작했다.

따라 쓰기를 하며 느낀 것은 읽기와 읽고 쓰기는 다르다는 거다.

그저 손으로 따라 쓰는 것 뿐 인데도 쓰기를 하는 순간 글이 마음에 들어오는 것 같다.

 

섬진강 시인이라 불리는 김용택 선생님이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할 때 좋은 시 따라 쓰기를 하셨다는 걸 어느 강연에서 들은 적이 있다.  글을 쓰는 이들도 처음 글을 쓰기 전에 좋은 글들을 따라 쓰곤 한다는것이 떠오르며  좋은 시 ‘따라 쓰기’를 해보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따라 쓰기’를 하려니 따라 쓸 글을 정하는 것부터 어려웠다.   시가 짧고 좋은 글귀가 많아 금방 정할 수 있을것 같았는데, 시를 잘 모르니 고르는 것도 어렵고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김용택 선생님이 직접 읽고 써보며 ‘독자들도 꼭 한번은 따라 써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엄선한 101편의 시’와 독자들이 뽑은 ‘써보고 싶은 김용택 선생님의 시10편’, 총111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일단 엄선된 시들이 선정 되어 있으니 따라 쓰기만 하면 돼서 좋았고, 왼편에 있는 시를 오른편의 여백에 따라 쓰기만 하면 되니 종이나 노트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어 좋았다.  게다가 여백의 잔잔한 무늬가 글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아 글을 따라 쓰는 재미가 있다.

 

컬러링북들이 많이 나오며 힐링 타임을 갖게 되었는데 이제는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처럼 좋은 글이나 시를 따라 쓸 수 있는 감성치유 라이팅북이 그 자리를 더 할 것 같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로 아름다운 시어를 읽고 따라 쓰며 마음의 평안을 누려보자.

힐링...바로 옆에 있다. 좋은 시들을 읽으며 따라 써보자.

 

아이들을 키우면서 육아서, 자녀교육서 한 번 안 읽은 부모들이 있을까?  어디서 배울 수 가 없으니 내가 자라온 경험과 책을 친구 삼아 양육을 한다.  주위 친구나 선배들의 카더라 통신에도 귀를 열어 보지만 그건 그 집만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저 한배에서 나온 형제라도 같지가 않으니 아이를 키운다는건 정말 힘든거구나 새삼 느낄 뿐이다.

 

이럴땐 이렇게~라든가, 유행(?)하는 자녀교육법 등을 따라 하려 노력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간다.  아이에게 좋다는건 배우고 실천하면서도 내가 부모로서 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때가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부모상도 변한다.  예전엔 부모님은 권위주의적이며 엄하셔서 엄부효자라고 잘못하면 매를 들고 엄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알았다.  점차 민주적인 교육이 힘을 얻으며 매보다 대화, 협상등을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칭찬과 보상으로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며 자녀들을 대하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부드럽고 친구같은 부모상을 많이 볼 수 있다. 

 

부모상은 과거보다 더 좋아 보이는데 부모와 자녀의 갈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디서든 자녀 이야기만 나오면 답 없는 토론이 격렬하게 이어진다.  사춘기 아이라도 한 명 있다면 더 열렬해진다.  내가 커온 방식이든 책에서나 강의에서 배운 방식이든 어떻게 하고 있더라도 부모 노릇은 어렵다는데 동의를 하며 마치게 된다.  그래도 잘해보자, 시간이 지나면 되겠지 스스로 위안과 격려를 하면서 말이다.

 

저자의 경험담으로 재미있게 있게 시작해서 웃으며 읽다가도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린다.  마음을 콕 찌르는 말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어떤 비법이나 교훈이 아닌 부모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그렇다.  부모도 그저 사람일 뿐이다.  그렇기에 실수도 하고 결핍도 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믿고 했던 것들이 실상은 신화에 불과 했고 자신이 부족하다 여겨 자책도 한다.  신화는 사실이 아니라는 거다 그야말로 허상이다. 나를 돌아보니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부모신화를 쓰고 있었던 것일까? 

저자는 사람이기에 갖고 있는 약한 부모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녀들이 자녀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새로이 알게 되는 것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부모도 스스로 부모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부모도 사랑받고 싶다고 말하고 자식 앞에서 울어줘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의 관계를 갖자는 의미에서 수긍이 간다.

 

 

 

부모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약한 것을 보여주는 것은,

자식이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자식 노릇을 하게 하려는 것이다.

자식에게 자율성과 주도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p.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