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어릴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고전소설....
솔직히 워낙 유명하고 오페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던 터라 꼭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집어든 소설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이러한 환상만을 가지고 읽기에는 너무 지루한 소설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
고전적인 문체와 구체적이며 사실적으로 묘사된 사건들...
그리고 오페라의 한 대목을 연상시키게 해주는 여러 대화들.....
오페라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알 수 없는 이런 대목들이 지루하기만 했다....
그래서 뒷부분에 가서 크리스틴 다에가 사라진 이후에야 겨우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너무 많이 들어온 이야기라 그런지 다른 소설들에 비해 신선함을 느낄 수도 없었던 것 또한 아쉬운 점 중 하나였다.
맛있는 사탕을 나중에 먹으려고 아끼고 아꼈지만
결국 녹아버려서 맛없는 사탕이 되어버린 기분이랄까?
그래서 더욱 씁쓸한 기분이 들었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결국 크리스틴 다에를 향한 오페라의 유령의 사랑이야기이다.
오페라 유령 에릭은 평범한 삶을 원하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끝임없이 좌절한다.
선천적 얼굴의 기형으로 어머니에게도 조차 사랑다운 사랑을 한번도 받지 못한
에릭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크리스틴 다에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녀는 에릭이 아닌 어릴 시절을 함께 보낸 샤니자작을 사랑하게 된다.
에릭은 결국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 세상에 분노하면서 모든 것을 파괴하기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결국 오페라의 유령을 가여워하던 크리스틴 다에가 보여준 작은 사랑의 표현으로 모든 것을 용서하고 그녀도 자유롭게 풀어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은 이렇게라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은 것에 감사해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뛰어난 건축가, 마술사, 작곡가이지만 모두에게 유령이 되어야만 했던 오페라의 유령....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작은 마스크 하나로 감추고 살아야 했던 에릭...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라고 말하며 울부짖는 그에게 누가 욕을 할 수 있겠는 가?
어쩌면 사랑을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사회가 오페라의 유령을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오페라의 유령보다 더 큰 추악함을 가진 이들이 전부 가리지도 못할 추악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오페라의 유령보다 더 많은 마스크를 이용해 자신을 가리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내면은 오페라의 유령보다 나을 것이 없는 지배인 몽샤르맹과 리샤르처럼 말이다.
오페라의 유령에게 농락당하면서도 자신의 체면과 지위를 지키기 위해 위선을 떨면서 서로의 파트너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그들의 행동들을 보니 오늘날 우리의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났다.

오페라의 유령은 더 이상 오페라 하우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오페라의 유령과는 다른 모습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감추고 슬퍼하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한 남자의 열렬한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그래서 더욱 한쪽 가슴이 시려오는 이야기....
그것이 오페라의 유령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들이 모두 좋은 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늘 거창한 목표만을 제시하면서 이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책들.....
구체적인 대안이나.. 융통성도 부여하지 못하면서 그렇게 강요하라고 하라고 말하는 책들...
그들의 삶의 모습이나 가치관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냥그냥....
언제나 있었던 말만 되풀이 하는 책들.....
이제 서른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내가 느끼는 자기계발서의 본질은 이러했다..

이런 책들을 읽을 바에는 사람들의 소박한 삶의 모습이나 그들의 가치관, 생각을 좀 더 엿볼 수 있는 책을 더 볼걸...
이라는 후회감이 밀려온다...
그런데... 또 내가 자기계발서를 짚어들었다...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물론 읽는 내내 지겨움이 느껴졌다.... 결국은 또 같은 말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특히 안네의 일기를 쓴 안네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이 깊었다.
불행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이것도 어디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던 이야기 이지만....
’불행은 좋은 미래를 조각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단다...’
라고 말하는 안네의 아버지의 말이 내 머리를 울린다.

행복....
불행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행복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스스로의 선택이다.
결국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최악의 선택을 하고만 것이다..
하지만 누군들 그러한 선택을 하고 싶어서 하겠는가?
누군들 즐거운 생각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 하지 않겠는가?
스스로를 할 수 있다고 다잡아도 차가운 현실에 계속해서 좌절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럼 그런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좋은 선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데 그것에 대한 해결책은 언제나 긍정적이고 행복한 선택을 하라는 단순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얼마나 단순하고 순진한 답변인가?
사람들이 그것을 몰라서 그렇게 하지 않고 있겠는가?
하려고 노력해도 잘 바꾸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하고 슬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것에 대한 답변은 없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폰더씨가 어떠한 노력과 역경과 삶을 거쳐서 성공했는지도 없다.
인생의 로또 복권을 맞은 듯 평범한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진귀하고
소중한 경험을 하고 결국에는 인생의 승리자가 된다는 어디서나 나올 수 있는 이야기....
식상하다 못해 작은 코웃음까지 일으키는 결말이 정말 허무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 다..
누군가 이 책을 읽는다면? 글쎄.... 나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