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간만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을 만난 것 같다..
글을 읽는 내내 코끝이 시큰해지는 것을 느꼈다..
엄마를 잃어 버렸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엄마를 버렸을 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많이 남았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은 과연 언제부터 였을까....

“내가 신고 있는 굽이 다 닳아 버린 파란 슬리퍼를 벗고 싶어. 내가 입고 있는 먼지투성이 여름옷도. 이제는 나도 이게 나인지 알아볼 수 없는 이 몰골에서도 벗어나고 싶어.” -p223 

어쩌면 엄마도 엄마라는 굴레에서 늘 벗어나고 팠던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엄마는 네가 있어 기쁜 날이 많았다”는 말이 참 미안한 마음으로 와 닿는다.

“엄마가 파란 슬리퍼에 움푹 파인 내 발등을 들여다보네. 내 방등은 북 파인 상처 속으로 뼈가 드러나 보이네. 엄마의 얼굴이 슬픔으로 일그러지네. 저 얼굴은 내가 죽은 아이를 낳았을 때 장롱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네. 내 새끼. 엄마가 양팔을 벌리네. 엄마가 방금 죽은 아이를 품에 안듯이 나의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네. 내 발에서 파란 슬리퍼를 벗기고 나의 두발을 엄마의 무릎으로 끌어올리네. 엄마는 웃지 않네. 울지도 않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엄마도 한사람의 딸로서 엄마를 그리워하다는 당연한 것을 왜 이제껏 당연한 듯이 잊고 살았을까.....

참 많은 생각을 해주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가슴속의 많은 말들이 뒤엉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오히려 말을 잃어버렸다.
엄마, 그 이름만으로도 참 많이 목이 메인다.
그래서일까?  
지헌의 "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라는 말이 소설을 읽은 뒤에도 내 귀속의 메아리처럼 울린다.

인간은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언제나 희망을 꿈꾼다.
희망....... 그 보이지도 않는 마음이 이제까지의 인류를 이끌어 왔다.
오늘날은 희망적인 메시지보다는 절망적인 메시지가 쏟아지는 시대이다.
그래도 미래의 평화와 희망을 꿈꾸는 인류학자이자 동물보호가인 제인 구달은 희망을 꿈꾼다.

제인구달은 침팬지를 연구하는 동물연구가이다...
어릴 때부터 자연을 사랑하고 함께 한 제인 구달은 20대 초반 드디어 동경하던 세계인 아프리카로 떠난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루이스 리키박사의 비서로 일하다가 침팬지의 연구가로서의 한발을 내딛는다. 그녀는 침팬지를 연구하면서 인류에 대해서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인간은 언제나 선하기만 한 존재도 아니고, 본래부터 백지상태로 태어나는 것이 아닐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오히려 인간은 선하기보다는 이기적인 유전자를 지닌 추악함과 잔인함을 지닌 파괴적인 존재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태어났던 간에 인간은 마음속에 변화의 씨앗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가장 고결하고 관대한 영웅적인 행동들을 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밝은 미래보다는 어두움의 미래가 점점 더 다가오는 현실.... 세계 멸망론까지 거론되는 이 세계에서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들 마음속에 저마다 가지고 있는 희망의 싹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나는 정말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후손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나무들이 살아 있고 그 사이로 침팬지들이 노니는 세계, 푸른 하늘이 있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는, 그리고 원주민들의 북소리가 어머니인 지구와 위대한 신이 우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힘차게 되새겨주는 그런 세계 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지구의 자원들은 고갈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지구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모든 문제들은 저 밖에 있는 ‘그들’에게 떠넘기는 짓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내일의 세계를 구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 바로 당신과 나의 일인 것이다.” - p311

더 이상 나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은 인류를 평화를 위한 인간의 책임은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우리가 가져가야할 인류의 과제임을 알려준다.  인류가 평화로워 지고 모든 것이 행복을 해지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는, 제인 구달의 메시지를 들을 수 책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꽤 많이 읽은 것 같다..
그러나 그녀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늘 알 수 없는 모호함이 남긴다는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삶은 무엇이다...라는 명확한 정의보다는 알 수 없는 무엇으로 묘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번에 읽은 <낙하하는 저녁>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책 표지에서 말하는 “사랑할 수도 증오할 수도 없는” 이라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느낌을 받는 그런 소설이다.



<낙하하는 저녁>은  하나코, 리카, 다케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첫페이지부터 리카와 다케오의 이별으로 시작한다.
리카의 연인 다케오는 다른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리카에게 이별을 말한다.
하지만 리카에게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함께 해온 8년이라는 시간이 한꺼번에 없었던 듯이 사라질 수 없듯이 말이다.
리카는 다케오와의 끈이 끊어지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러니 하게도 리카는 그의 남자친구가 사랑하는 여자 하나코와의 동거생활이 시작한다. 그리고 그 위태로운 끈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하나코.... 그녀는 이 세상에 별로 애착을 가지지않는 인물이다..
모든 것에 무관심하고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결국 그녀는 자신에 대한 애착도 놓아버리므로써 죽음에 이르게 된다.

솔직히 이번 에쿠니의 다른 소설보다도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자신의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받아드리는 장면에서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다.
작품해설에서 해외영화제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의 애인을 받아들이다니, 일본 여자들은 너그럽다” 라는 말이,
나와는 맞지 않은 이질감을 더욱 안겨준다.

하지만 실연이든 사랑이든
“아무도 야무지지 않다. 나도 스티브도, 버스 운전사 역시. 그런데도 어떻게든 혼자서 해 나간다” -p72
에서 말처럼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이기에 스스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그녀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
어쩌면 서서히 다가오는 실연의 아픔은 너무나 일상적이기에 느끼지 못하게 무뎌져버려 나중에 난 상처를 보고 그 아픔이 내 몸에 남아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너무나 천천히 다가오기에 무뎌진 칼이라 방심했지만 어느 순간 내손을 베어버리는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속 시원하게 공감할 수도 그렇다고 나와는 전혀 다른 낯선 이야기라 하기에도 멋쩍은 끝까지 애매함이 남는 이야기 그것이 나에게는 <낙하하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