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7개의 주제로 이야기 된다.
세상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접하게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책을 짚어들었다.
물론 공감하는 글도 있었지만 너무나도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모습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순진한 믿음들에 왠지 코웃음이 쳐지기도 했다.
내가 이러한 이야기를 받아드리기에는 너무 세상의 때가 많이 묻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단순한 해결방법에 한껏 부풀었던 기대감이 한 순간 무너지는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여 내가 알고 있던 세상보다는 조금은 더 넓은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찬찬히 뜯어보면 내가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을 벗어나는 좋은 기회를 줄 수도 또는 너무나도 단순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에 맥이 빠져 읽은 것에 대한 허망함을 줄 수도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 후자보다는 전자쪽이 가까웠다.
이 책은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좀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하게 한다.

1. 이긴 자가 다 갖는 건 당연하다고? 그런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 주제에서는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의 인생은 계속해서 되물림될 것이라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에 미래상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 반드시 허구맹랑한 거짓으로 꾸며진 이야기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이 그가 말하는 우울한 미래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해결책은?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들의 타협과 협력이라.....
이것만 잘 이루어지면 세상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다. 하지만 모든 시대를 살펴보더라도 그들은 완벽하게 타협하고 협력했던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저자는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말을 내뱉는다.
세상의 부자인 자들이 순순히 가난한 자들을 위해 쉽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을뿐더러 결국 대다수의 민초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부자인 자들의 손을 잡는 것뿐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게 한다.
그래서 그의 결론을 보며 실망 쓴맛을 다신다.

2. 비싼 돈 주고 사는 건 바보짓이라고? 그 아름다운 바보짓이 세상을 살려!
두 번째의 주제에서는 공정무역을 이야기 한다. 가난한 나라의 노동력의 착취와, 부당한 원료의 구입으로 이루어지는 값싼 물품보다는 그 가난한 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조금은 비싼 물품이 우리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이야기다.

3. 과학기술만 발전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아니야, 행복은 우리가 직접 만드는 거라고!
세 번째 주제는 이익에 따라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렇게되면 결국 고통을 받는 것은 우리들이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4. 내 것 남 주면 손해라고? 아니야, 함께 나누면 더 커져!
네 번째 주제에서는 오늘날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의약품 특허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갔다. 많은 사람들이 특허권라는 선진국들이 만들어 놓은 이 규칙에 고통받고 있는 현실과 특허권을 지키려는 자들의 끝없는 로비와 부정들은 세상을 더욱 각박하게 한다.
다국적기업의 횡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건만, 힘없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그들의 비정함이 더욱 서슬퍼런 칼이 되어 나에게 다가온다.
섬뜩하다 못해 비참하기까지 하다.
소아마비 백신를 개발하여 모두에게 공유한 소크박사의 정신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이런 이들이 있기에 지금은 꿈과 같은 먼 훗날의 일이 되겠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5. 시, 소설 안 읽고도 여태껏 잘만 살았다고? 문학은 ‘사람답게’ 사는 길을 비추는 거울이야!
시, 소설을 읽는 것은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모든 것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시와 소설과 같은 문학을 통하여 내가 가진 시각과는 다른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글쓰기를 통하여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음을 소개한다.

6. 가진 게 없어 나눌 수 없다고? 가난하니까 더 나누어야지!
가난한 사람들의 따뜻함에 관한 이야기....
끝없는 나눔으로 모두가 행복해지고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짓밟고 빼앗야만 더 많은 것을 가지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세상의 목소리와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가 행복한 것은 무엇인가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7.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절대 그렇지 않아!
전쟁에 대한 참상을 고발한다. 결국 전쟁이라는 것은 그것을 통해서 이익을 바라는 자들에 의해서 전쟁 속에 있는 자들은 더욱 고통받게 되고 처참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것을 말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전쟁을 예로 들면서 전쟁의 본질과 그 속에 숨어있는 부당함을 밝히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성스러운 전쟁은 없다’ 는 그의 뜻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
누군들 평화를 지키지 않으려는 이가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이가 있을까?
좀 더 다른 대답을 듣고자 했다면 나의 욕심이었을까?시장을 지배하는 돈이 아닌 자신이 손수 만든 것들로 필요한 만큼 나누는 현물 화폐를 쓰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벅찬 수강표가 아니라 저마다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서로를 가르쳐 주자는 저자의 주장은 정말 지나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면 정말 행복해 질 수 있는가?
간디가 행복을 위해 공업사회보다는 수공업을 이용한 사회를 주장했다고는 하지만 현대의 사회에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하겠는가?
반드시 과거의 사회로 회귀해야만 우리가 꿈꾸는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닐진대 이것이 평화의 최선인 양 말하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결말이 정말 사람을 맥빠지게 한다.

1995년 무렵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이제 언제 있었던 일인양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좌∙우 이데올로기에 숨은 권력자들의 치졸한 권력다툼은 광복이 6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끊이지 않는다.
 끊임없는 격동기와 부정부패가 공존했던 그 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우리는 얼마나 안고 얼마나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가?
부자들이 우대받고 불쌍한 민초들은 오늘에나 그때나 여전히 말없이 권력자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세상을 살아간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또 그 부패한 일등들이 모든 것을 독식하고 그 아귀다툼에서 놀아나는 세상.
한강의 기적, 비약적인 경제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겉모양과는 다르게 안에서는 삼풍백화점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듯 위태롭기 짝이 없다.

황석영 작가의 이번 <강남몽>의 작품에서는 우리 현대사의 역사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대한민국의 허울로 가득한 남한자본주의의 형성과 더불어 강남형성사를 실감나게 표현한다.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접대문화, 군정정치로 인한 통치와 정경유착의 확립, 돈, 폭력, 하류층인생은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작가는 이러한 길고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들을 각각 대표할 수 있는 인물들을 내세우면서 그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접대부 여성이었던 박선녀, 친일의 앞에 있었고 광복 후에도 빠른 판단력과 시각으로 정보의 주요직을 차지하지만 결국 뛰어난 자신의 능력을 권력과 정치의 부패로 물들여 버리는 대기업의 사장이 된 김진, 부동산중개로 큰 성공을 거두는 심남수, 조직폭력배 홍양태, 하류의 인생이지만 바른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대변자 임정아.........

그들은 격변하는 세상에서 남한사회의 욕망과 운명이라는 그물망 속에서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의 역사적인 흐름들을 조성한다. 
누군가의 강제, 강요에 의해서도 살아간 인생이 아니건만 그들은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 것일가?
처음에는 그저 살아남기 위한 삶에서 이제는 욕망과 권력과 뒤섞여 그 모습은 눈덩이처럼 부풀어지고 결국은 임정아를 제외한 각 주인공들의 삶이 누구를 위한 인생도 아닌 싱겁게 끝나버리는  결말을 보면서 작가가 말한 우리네 인생이 꼭두각시놀이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사람살이가 어쩌면 꿈과 같이 덧없는 가상의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있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강남몽>이라 제목을 지었다는 작가의 말이 글을 다 읽을 뒤에도 머릿속을 맴돈다.

그래도 그 허영적이고 덧없는 꿈 중에서도 임정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좋은 꿈을 꾸게 한다. 비록 오늘날 사람들이 그 부정부패의 시대와 같은 허위와 거품의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그녀의 진솔한 삶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그래서 그녀의 마지막 생존자로서의 구출이 그렇게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나는 단편적인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참 흥미로워 지는 도중 갑자기 무 자르는 듯한 끝맺음을 싫어하는 까닭이다.
어떻게 될지 궁금증만 한층 키워놓고는 그 뒤로 독자의 상상력에 맞긴다는 식의 글의 끝맺음은 마음 한구석에 왠지 모를 찜찜한 여운을 남긴다.
좋은 결말이든 비극적인 결말이든 작가의 확실한 의도나 성향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내 고리타분한 성향일지는 몰라도 짧은 글이기에 단순할 수밖에 없는 글의 구조는 읽는 내내 지루함으로 다가 온다.
그래서 이번에도 소설이나 다른 산문집을 선택하지 않았음을 후회한다.

그렇게 생각한 글읽기 이기에 왠지 흥이 나지 않았다.
빨리 읽어버려야 한다는 급한 마음만이 마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그래서 박완서작가의 글을 좋아함에도 그 그들을 음미하기보다는 빨리 남은 글씨들을 눈에서 치워내기 바빴다.
쉽게 읽혀진다고 해서 쉽게 쓰여진 글이 아니겠건만, 어느새 작가의 의중따위는 무시해버린 듯하다.
이런 무식한 글읽기를 해서인지 책의 내용도 별로 기억이 남는 것이 없는 것 같아 글을 읽은 뒤에도 기분이 씁쓸하다. 
가슴속에 뭔가 큰 구멍이 난 듯 허전함이 밀려온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얼빠진 글읽기 중에서도 가슴속에 남기고 싶은 문구 하나쯤은 찾아낸 것이다.

“전 지금 오래간만에 행복합니다. 가슴이 소년처럼 울렁입니다. 늙어도 행복할 권리만은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p239

참 이상한 일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행복이라는 것이 이런 책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진대 왜 이렇게 나는 책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인생이라는 것이 늘 반복되고 같은 날이 연속인 것같이 지겹고 숨막혀도 언젠가는 나는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사는 것은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