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사진에 미쳐서 살다가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도 사진과 함께한 사진작가 김영갑...
“이제는 정신 좀 차려라!” 이 말이 아마 그의 생전에 그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는 모두에게 이해받을 수 없었던 소위 말하는 사진찍기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더더욱 좋은 아들로서의 삶도, 좋은 형제로서의 삶도 살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마지막 부모님의 임종도 지켜드리지도 못했고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따뜻한 말 한마디도 건네지 못했다. 
형제들에게는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 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가족에게는 참으로 매정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평생을 떠돌아다니며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끼니를 거르면서도 인화지나 필름 살 돈이 없어서 노심초사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소위 우리가 말하는 성공한 인생과도 거리가 먼 사람으로 보인다.
이렇듯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 없는 듯 보이는 인생이건만, 그의 인생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음이 느껴진다.

그는 어떤 삶을 살기를 원했던 것일까?
막연하게 그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하기에는 그는 삶에서 소중한 것들을 너무나 많이 잃어버려야만 했다.
돈, 명예, 가족, 결혼 결국에는 자신의 육신마저 잃어버리면서까지 그는 진정 어떤 삶을 꿈꾸어 왔던 것일까?
똑같은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철저하게 세상과 고립된 외로움과 고독감이 가득 찬 생활 속에서 카메라라는 창문을 통해 바라본 그의 작품세계는 멋지다는 말을 넘어 가히 환상적이라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그리고 그 환상적인 아름다운 작품들이 인생에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희생하고 얻어진 것들이기에 보는 내내 안탁까움이 가슴 한켠으로 스며든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더욱 눈을 뗄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세상에서 사라진 지금 그의 작품만이 남아 세상에 김영갑이라는 한 사람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울음으로 시작된 세상, 웃음으로 끝내기 위해 하나에 몰입했다.” 는 그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자연을 사랑했고, 자연과 늘 함께하고자 했으며,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도 오직 아름다운 자연을 사진에 담기를 원했던 그였기에 이 말을 더욱 잊을 수 없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개인전을 열면서도 자기 자신에게 인정받는 진실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했던 그였기에 오히려 그의 삶이 더욱 숭고하게 느껴진다.
돈과 명예를 위한 삶이 아니라 세상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연인,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기를 원했던 사진계의 장인 김영갑...
결국 루게릭이라는 병과의 오랜 사투 끝에 그는 결국 그의 인생에 가장 긴 휴식을 얻게 되었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곳인 제주도에서 영원히 잠들게 되었다.
비로소 자신이 평생을 꿈꾸고 영원히 함께하고자 했던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더 이상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나는 그의 열정적이었던  삶의 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쌀쌀한 겨울날 몸이 얼어붙는 만큼 마음속에도 얼어붙은 듯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는 듯하다. 
그래서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책 한권이 더욱 간절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떠올린 이름이 김수환 추기경이었다.
사랑과 함께 살아간 그의 따뜻한 인생의 길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조그만 창을 통해서라도 그의 따뜻함으로 가득했던 삶을 느껴보고 싶었다.
1권에서는 너무 기대를 한 나머지 그 기대가 꺾여 버린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지만, 2권은 다를 거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힘겹게 책을 들어올렸다.

2권에서는 1권에서 느낀 실망감을 채워주었다.
처음부터 이런 글들로 시작했더라면 두 번째의 선택이 조금은 더 쉬웠을 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2권의 책에서는 종교적인 사랑의 외침의 소리가 많이 수그러들어서 1권에서와 같은 강한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편하게 편견없이 글을 읽을 수 있었다.
1권에서 느껴졌던 종교적인 외침으로 인한 ’사랑’에 대한 억지스러운 강요가 아니라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느낄 수 있는 사랑의 모습들이 책의 페이지마다 채워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도 있었다. 



어쩌면 너무나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랑하라' 는 이야기도 자신의 말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간 그의 모습이 있었기에 그의 말은 더 큰 의미로 나에게 다가온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세상이기에 말 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했던 그의 모습에 더욱 큰 감동을 느낀다.
 

난 그리스도를 잘 알지 못한다. 
이제까지 무신자로 살아왔고, 종교에 대해 조금의 관심도 가진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카톨릭, 천주교, 기독교가 어떠한 차이로 나누어지게 되었는지도 나에게는 미지수다.
이런 내가 종교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종교 때문이 아니라 종교를 뛰어넘은 김수환 추기경의 삶에 대해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양심으로 일컬어지던 그의 삶의 모습을 책이라는 작은 문을 통해서라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 순간 그러한 소박한 믿음이 무너져 버렸다. 
아무리 종교인에 대한 삶을 책으로 보여주는 것이지만 너무나 진하게 풍겨나오는 종교적인 색채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옹졸한 내 마음으로는 이 책에서 말하는 김수환 추기경의 거룩한 삶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의 삶의 모습보다는 페이지마다 가득 담겨진 기도문에 숨이 막힌다.
‘사랑..... 사랑......사랑’
모든 기도문마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랑이 아니라 말로만 채워진 ‘사랑’ 이라는 말이 왠지 나에게 사랑에 대한 강요로 다가온다.

그러기에 더욱 이 책에 공감할 수 없었고 기대가 큰 만큼 실망감 또한 커졌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은 김수한 추기경의 삶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고심하여 엮은 책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왠지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문이나 전도문을 대충 엮어 놓은 것 같은 실망감이 내 마음을 쓸고 지나갔다. 뒤로 갈수록 페이지를 채우기에만 급급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그냥 덮어 버릴까? 고민도 많이 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이 책은 나에게 무용지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고민을 하는 사이에 1권을 읽기를 모두 마쳤고 2권을 읽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2권 또한 종교적인 기도문이 가득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면 기도문에 어색하고 이질감을 느끼는 나로서는 이번에도 모든 것을 받아드리지 않으려 할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