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우선 광고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광고가 있다.
그건 한 7~8년전의 광고로, 그 당시 당대 최고의 스타 전지현이 출연했던 올림푸스 카메라 광고이다. 그 광고가 방영될 당시 난 TV에서 그 광고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리모콘을 뒤척거렸고, 그것도 아니면 인터넷을 찾아서 광고를 볼 만큼 그 광고에 심취해 있었다.
그 광고에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경을 가지고 있는 사랑, 여행, 추억이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광고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아련하고 행복했던 추억을 생각하게 한다.
올림푸스의 디지털 사진기로 행복한 추억을 담으라는 메시지는 그 당시 사람들 사이에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고, 시리즈물로 여러 가지 버전으로 이어졌다.
그때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이라는 음악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었다. 아마 그 당시 광고에서는 볼 수 없었던 뮤직비디오같은 영상미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던 이유일 것이다.
그때의 그 시절을 생각하며 이번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보여지는 광고만이 아니라 그 광고의 뒷이야기도 듣고 싶었다.
이 책은 광고계의 거장이라 일컬어지는 TBWA 박현웅 ECD의 이야기이다.
솔직히 광고계에 종사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광고를 보는 순간 오래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나는 오래전부터 사람을 향한 그의 광고에 심취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이 책이 좀 더 흥미롭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히까닥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생활속의 평범함속에서 특별함을 찾고자한 그의 광고이야기를 본다. 그가 이야기하는 창의성이라는 것은 천재적인 무언가를 가져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울 것이 없는 세상을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이다.
눈이 있으되 보지 못하고, 귀가 있으되 듣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듣는 것이 그가 말하는 창의성이다.
우리주위에 늘 존재해 왔지만 보지 못한 세상의 이야기를 그는 광고를 통해서 보여준다.
그러기에 그의 광고는 많은 사람들을 공감시키고 미소를 보내게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다한다.” 라고 외치던 KTF의 광고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걸 보면 그가 만든 광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자신은 별로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라고 박웅현 ECD는 말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의 광고는 그를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하지만 인터뷰 형식으로 쓰여진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박웅현 ECD교의 한 광신도가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가 대단한 사람이고 멋진 사람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겠다. 하지만 너무나 칭찬 일색으로 구성되어진 글을 읽고 있노라면, 삐딱한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상을 받는 것은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며, 한 사회속에서 그 맥락을 이해하고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광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박웅현 ECD가 칸국제광고제에서 상을 받지 못한 것을 두둔하다가, 박웅현 ECD가 상을 받은 것은 엄청나게 중대하고 값진 일인양 돌변하는 저자의 태도가 어리둥절하다.
별로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은 광고도 몇몇 눈에 띄지만, 저자의 칭찬일색은 끊어지지 않는다.
그렇기는해도 그래도 역시 잘 쓰여진 책이며, 세상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그 광고들을 다시 떠올리며 그 때를 기억하게 하는 즐거움이 가득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