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온 책제목이었다.
늘 시험문제의 단골 메뉴로 출제되었던 그저 비참한 난장이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내가 알고 있던 전부였다.
내가 아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부분부분 잘려진 파편처럼 특정 부분만이 눈에 익은 그런 소설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10년이 지난 뒤 다시 이 책을 집어든 감회는 새로울 수밖에 없다.
수험이라는 좁은 그릇을 벗고 보니, 이 책도 나에게 하나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1970년 그 숨막히던 세월을 견뎌야 했던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말이다.

이 소설에서는 주류와 비주류, 강자와 약자로 대립되는 세상속에서 힘없고 가난한 자들은 난장이로, 세상을 주도하고 힘있는 이들을 거인으로 상징하고 있다.
그리고 강자와 약자 즉 거인과 난장이의 대립구조로 소설의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사회에서, 공장에서, 생활의 모습에서, 같은 공간인 법원 안에서도 이들의 대립구조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같은 공간,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전혀 다른 생각, 전혀 다른 소통을 하며 살아간다.
서로간의 소통의 단절로 인하여 이들은 점점 더 극렬하게 대립하게 되고 결국 살인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게된다.
힘없는 약자들의 외침의 소리를 가볍게 묵살해 버리는 세상 속에서 생존을 위하여 내린 난장이들의 최후의 선택은 정당성을 전혀 가지지 못한 살인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도덕성을 상실한 부유층이자 강자인 거인들의 잘못은 법이라는 명목하게 철저히 보호되면서, 우리시대의 난장이들은 점점 더 사회의 밖으로 밀려난다.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변했어도 아직까지도 우리시대의 난장이들은 고통받고 있다.
권리는 철저히 무시하고, 의무만을 강요하는 이 사회는 난장이들의 고통스러운 외침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칠흙같은 1970년대가 가고, 2010년대가 왔어도 아직 우리사회의 난장이들의 외침은 여전히 들려오고 있다. 
혹자는 가난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들이 가난한 것은 게으름 때문이라 한다.
밤을 새도 최저생계비 조차 손에 쥘 수 없었던 그들을 게으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래서 ‘지옥에서 살면서 항상 천국을 생각했다.’ 는 말이 더욱 가슴속을 흔들어 놓는다.

<청춘불패>라는 책으로 이외수작가의 작품을 두 번째로 접했다. 처음으로 이외수작가의 작품을 접한 것은 <하악하악>이라는 책이었다. 첫 만남도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의 작품도 나에게는 그렇게 큰 감명을 준 것 같지는 않다.
처음의 작품으로 작가를 나쁘게 평가한다는 것에 거북스러움을 느껴서 다시 한 번 택한 선택이었지만, 처음의 마음은 역시 변하지 않았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적인.......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에 지루함을 느꼈던 것일지도 모른다.
평범하고 너무나 일상적인 것이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일상적인 가르침보다는 조금은 더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뭔가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글을 읽는 내내 김빠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악하악>에서 말해왔던 이야기들이 <청춘불패>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그대로 이어져 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책의 재미를 더해주려 했던 것일까? 아니면 컴퓨터 시대에 뒤쳐지지 않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간간히 튀어나오는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언어들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낯설게만 느껴지는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일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감동과 공감을 주지 못한 낯선 글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이현의 작품을 볼 때마다 나는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오는 느낌을 받는다.
<달콤한 나의 도시> 같은 평범한 연애소설 속에서도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연애사가 보이기보다는 모순된 사회속에서 억압당하는 여성들의 삶이 먼저 보인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기분 좋은 연애소설로만 기억되는 그 소설이 나에게는 왠지 세상에 대한 무거움으로 느껴졌다.

이번 소설 <너는 모른다>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위태로운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도 읽은 후에는 왠지 가슴속에 무거움이 남는다.
결국 우리들이 바라는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다시 한 번 든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부유한 가족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가족에 대한 이야기....
가족의 붕괴라는 소재는 현대에 들어서 이미 흔해져 버린 주제임에도 그녀는 조금 더 색다른 모습으로 그 가족에 대한 붕괴를 그려낸다.

부유한 가정이지만 아무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가족, 서로 섞이지 못하고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가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가장 김상호,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도 옛 애인과의 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는 새엄마 진옥영, 부모의 이혼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는 딸 김은성, 위태로운 가족들 사이에서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던 김혜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방황하며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었기에 웃음을 잃어버린 아이 김유지...
결국 공통분모가 없는 가족은 서로에게 의지하고픈 존재가 아니라 곁에 있기에 함께 있어야만 하는 가족이란 이름으로만 묶인 위태롭기 짝이 없는 가정이 이루어진다.
그들은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 대해 알지 못한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도 알고자 하는 이도 없다.
결국 서로의 무관심함은 막내 김유지의 실종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소통의 부재로 인하여 숨겨져 있던 가족들의 모습이 밝혀지면서 그들은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다. 하지만 끊어져 버린 줄만 알았던 그 가족이라는 느슨한 끈이 어느 순간 단단해 지고 그들을 지탱해주는 힘으로 바뀌어 간다.

마지막으로 막내 김유지를 찾게 되지만, 그 아이는 예전의 모습을 모두 잃은 체 돌아오게 된다. 불행한 현실에서 탈출해서 좀 더 즐거운 행복을 꿈꾸던 김유지는 자신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림으로써 자신의 불행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로 돌아오게 된다.
죽은 줄만 알았던 막내 김유지가 돌아온 것에 가족들은 기뻐하지만, 이미 뇌를 다쳐버린 그녀가 이제 행복한 가족들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마 평생 행복을 느끼지 못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가족들은 막내 김유지가 돌아와 곁에 있지만 잊고 살았던 가족들을 다시 되찾고, 이제는 조금은 더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게 되었다로 끝을 맺지만, 책은 읽은 후에도 그 마지막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야기의 마무리가 그들에게 최고의 결과는 아니지만 미약하게나마 이제야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가슴속의 답답함으로 남는지 모르겠다.
소중한 것을 되찾기는 했지만,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희생되어야만 했던 결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행복한 미래를 꿈꿨기에 난 조금 더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