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너무나도 많이 알려진 음악감독 박칼린....
처음 TV를 통해 만난 그녀는 몇 십년을 한국에 살면서도 별로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다른 백인들과는 달리 한국 사람들보다 더 한국스럽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이상한 백인이었다.
왠지 모를 백인들의 고압적인 백인우월주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적인 친근함과 한국인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그녀가 참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그러기에 나의 눈이 계속 그녀를 쫓았다.
그래서 TV에서 그녀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눈을 떼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녀에 대한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왠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
그리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 내가 TV에서 본 박칼린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해서 더욱 알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힘이 넘치는 그녀의 삶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고 싶어서 누군가가 써준 자서전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싶었다.
어떤 사람의 말투나 필체에서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듯이 그녀가 말하는 그녀의 삶에 대해 알고 싶었다는 것이 아마도 더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난 뮤직컬, 연극,국악 등과 같은 예술공연에는 별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던 사람이라 그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와 다른 삶에 대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 것도 사실이다.
이제껏 듣지 못했던 낡은 서랍 속에서의 옛날이야기를 보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너무나 바르고 고운 이야기만 쓰여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왠지 이번만큼은 예쁘고 즐거운 동화책 한권을 읽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놀라운 것은 그녀의 너무나도 밝은 모습이었다.
물론 예술하는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술인들은 일반인들보다 더 쉽게 어두운 세계로 빠져드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게다가 이러한 어둠이 창작을 하는 예술인들에게는 더욱 큰 힘이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는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종국에는 어둠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체 파멸하는 예술가들도 나는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예술가인 그녀의 에세이에서 박칼린이라는 사람은 너무나도 밝고 바르고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인이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를 가질 것이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박칼린 그녀 스스로 절망적인 순간은 이 책에서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어쩌면 뻔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는 그녀의 이야기가 좋다.
TV에서 나오는 그녀의 활기찬 모습과 닮은 그녀의 문체가 책을 읽는 내내 지겨움보다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