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고 화창한 젊은 날이 마냥 기쁨으로만 가득 찬 것이 아니라는, 시대에 아파하고 고뇌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언젠가는...” 이라는 다가오지 않을 지도 모르는 불안한 세상에서 그래도 “언젠가는...”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크리스토프! 그대가 방금 짊어진 건 어린아이가 아니라 바로나, 그리스도다, 그러니 그대는 저 강물을 건널 때 사실은 이 세상 전체를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P61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을 어깨에 짊어지고 산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과 시련을 감수하며 거친 물살 속에서도 한발한발 내딛으며 전진하며 살아간다.
 

이 소설에서는 시대에 아파하는 윤, 명서, 단, 미루 삶을 보여준다.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도 없는 불행한 시대가 낳은 젊은 희생자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소중한 사람과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삶의 아련함과 애틋함을 불러일으킨다.

 

 

 

“나의 크리스토크들, 함께해주어 고마웠네. 슬퍼하지 말게. 모든 것엔 끝이 찾아오지. 젊음도 고통도 열정도 공허도 전쟁도 목력도. 꽃이 피면지지 않나. 나도 발생했으니 소멸하는 것이네. 하늘을 올려다보게. 거기엔 별이 있어. 별은 우리가 바라볼 때도 잊고 있을 때도 죽은 뒤에도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 걸세. 한 사람 한 사람 이 세상의 단 하나의 별빛들이 되게.” -p354

언젠가 우리에게 생긴 일들을 고통 없이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누군가 말해주길 간절히 바라며, 지키지 못한 약속 위에 또 부질없이 약속하며 이별을 보류하며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다시금 또 살아가게 된다.

 

 

 

“오늘을 잊지말자”

그래서 젊은 날의 고뇌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했던 시간 모두를, 나의 소중한 오늘을 잊지 말자는 이 말이 어쩌면 더욱 뜨겁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젊은 날의 슬픔이 죽음만이 있는 것은 아닐진대, 이 소설의 모든 주인공은 나 혹은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에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결국 ‘죽음‘이라는 결론으로 이르게 되는 모든 결말이 작가가 말하는 희망이라는 메시지와는  뭔가 맞지 않는 이질적인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결론은 글 전체를 무겁고 어두운 숨막히는 분위기로 이끌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두운 현실이지만, 무언가 ‘희망’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지루하고 읽는 내내 우울한 기분을 들게 했다는 기억은 지울 수 없었던 것 같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에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이 실려있다.
왠지 뒷이야기가 궁금해 집중하려하면 왠지 금방 결말을 맺는 것 같은 단편적인 글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역시 공지영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물론 공지영 작가 외의 흥미로운 글에서부터 의문이 남는 글까지 다양한 글을 맛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이번 책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지영의 소설을 보면 늘 이러한 생각이 든다.
그녀의 소설과 글들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소설을 보는 그녀의 관점 혹은 새로운 소설의 구조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공지영이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의 글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점과 특이한 아이디어 보다는 가슴속 깊이 다가오는 ‘공감’이 나로 하여금 그녀의 글들을 찾게 만드는 이유다.
이번의 글 <맨발로 글목을 돌다>도 작가로서의 그녀의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줌으로써 그녀의 아픈 내면을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하게 한다.
그러기에 많은 글 중에서는 가장 많은 기억을 남기는 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살았느냐고 당신은 내게 여러 번 물었지요? 죽고 싶지 않았느냐고 당신은 내게 여러 번 물었지요? 아니요, 죽겠다, 하는 생각은 했지만 신기하게도 죽고 싶지는 않았어요...
(중략)
희망을 버린 것이 아니라 운명이 내 맘대로 내가 원래 계획했던 대로 돼야 한다는 집착을 버린 거죠... 그래서 살 수 있었어요.“ -p35

 

"희망이 절망적인 유혹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희망을 버리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는 몰랐다. 풍랑을 만난 배가 물결을 헤치고 그저 앞으로 갈 수밖에 없듯이 온몸으로, 온몸으로 물결을 받아들이는 수밖에는 아무 방법이 없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리하여 그것을 받아들일 때까지 , 그것이 운명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까지, 쓰나미처럼 우리를 덮치는 불행이라는 것이 생의 한 속성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까지, 우리는 늪 같은 운명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그리하여 어떤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과거의 어리석음이 고름처럼 악취를 풍기는 인생의 어떤 해안에 서 있는 것이다. 운명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인간들 앞으로 너무도 다양한 방식의 불행을 동원해, 잔혹하고도 정확한 조준을 하며 각개 약진해오는 것이다.“ -p37

 

 

 

가끔은 무거운 삶의 무게가 가슴을 눌러와 숨을 쉬지 못하고 헐떡거릴 때가 있다.
벗어나려고 몸부림 칠수록 더욱 강하게 가슴을 조여와, 이대로 버티고 있다가는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감마저 밀러온다.
결국 인생이란 태풍속에서 내 인생이 난파되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게 될지라도 그 고통을 감내해 가며 결국에는 살아가야만 하는 것 또한 인생임을 보여준다.
그러기에 “어쨌든 한 인간이 성장해가는 것은 운명이다!” 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인생의 한 걸음을 옮겨놓기 조차 힘든 삶이지만, 그래도 모든 것을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임을 그녀는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준다.

‘멀고도 아름다운 동네’의 원미동의 이야기를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작은 동네의 이야기로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도시 변두리에 사는 힘없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을 읽는 내내 유쾌함보다는 가슴의 먹먹함이 다가오는 것은 우리의 삶과 너무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원미동 사람들>의 모습은 2011년 우리들의 모습과도 너무나도 닮아 있기에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흘러도 변하지 않는 현실이 더욱 비참하게 느껴진다.
이 글을 읽는 내내 나는 왠지 모를 위태로움이 느껴진다.
살 얼음판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들이 서글픔으로 다가온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나 <지하생활자>의 이야기는 숨 막히는 삶의 현실을 보여준다.
가난한 자들의 살기위한 몸부림은 그저 세상에 보이지 않는 몸짓일 뿐이다.
<지하생활자>에서 생리적 현상마저 해결하지 못하는 생활 속으로 내몰린 삶의 모습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겠다는 작은 소망조차 무너져버리는 현실이나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에서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온 이들의 실패는 그들의 삶을 위태로운 절벽끝으로 내몰리게 한다.
아무런 희망도 미래도 없을 것과 같은 그 절벽의 끝에서도 타협과 이해로 결국 보이지도 않는 ‘희망’를 부여잡고 살아가는 현실이 보인다.
이러한 숨막히는 현실은 이야기에 읽는 내내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한다.
이렇게 답답하고 먹먹함을 가져다주는 책이지만 마지막까지 부여잡고 놓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고단한 삶이라도 다시 일어나 삶의 여정을 다시 꾸려가야만 살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