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산업과 과학이 급격히 발달하던 제3공화국 시절에 신문과 잡지 등을 통해 연재되었다. 그때 파리에서는 제3회 만국박람회(1878)와 제1회 국제 전기박람회(1881)가 열렸다. 이런 박람회들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던 기술과 산업의 변화들을 파리 시민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기회였다. 당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던 에디슨의 발명품들도 이 박람회들에서 소개되었는데, 빌리에가 에디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을 쓴 것도 이런 상황과 연관시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또한, 이처럼 온 세상이 ‘빨리’, ‘실용적으로’, ‘과학적으로’라는 모토 아래 굴러가고 있던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애인을 천재 과학자 덕분에 기계 애인으로 대체한다는 내용의 이번 소설은 마치 우리의 과학지상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작품으로 보이는 점이 있다.  그러나 좀 더 면밀히 상세히 살펴보면 이 작품이 단순한 과학소설에 머무르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빌리에는 알리시아에 대한 실망감을 늘어놓는 에왈드 경과 안드레이드의 기계 몸을 설명하는 에디슨의 입을 빌려 부르주아들의 저열한 물욕과 정신의 빈곤함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책은 우리 문학사에 있어 단순히 초창기 과학소설로만 기록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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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개성과 세심한 심리 묘사에 있다. 특히 주인공 터틀의 재치 있는 말투와 밉지 않은 발차기는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어놓으며 독자를 수시로 키득거리게 한다. 작가의 뛰어난 형상화 능력으로 등장인물이 16명이나 되는데도 전혀 헷갈림이 없을 만큼 각각의 캐릭터들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살아 숨 쉰다. 무엇보다도 각기 다른 연령대와 성별을 가진 16명의 참가자들이 서로 의심하며 관찰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세심한 심리묘사는 압권이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서로 힘을 합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하면서 백만장자, 웨스팅이 남긴 알 수 없는 유언을 단서 삼아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게 된다. 이때 뚜렷이 드러나는 인물들의 개성과 내적 갈등 묘사는 독자들의 지속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또한, 작가, 엘렌 라스킨은 공을 들여 책의 곳곳에 암호 트릭과 단서를 꼭꼭 숨겨놓았다. 작가가 절묘하게 만든 퍼즐은 언어유희의 진수를 보여준다. 독자들은 16명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재미있게 암호를 해석하고 정답을 맞추며 범인을 찾아나가는 전개에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유서 속 ‘FOR SEA’를 아파트 ‘4C’호로 해석해 범인이 사는 집을 유추해내거나 ‘TO WIN’을 ‘Twin’으로 해석해 쌍둥이를 유추하는 식이다. 영어로 된 언어유희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은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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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tlf, 한 사회 전체의 문화와 예술 수준과 역량이 사회 구성원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마저도 지역 간 불균형이 심각할 정도로 크다.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면에는 지역의 희생이 자리 잡고 있다. 문화와 예술의 가치는 무엇보다 다양성에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문화의 지역 불균형은 한국 사회의 문화가 사상누각 위에 있음을, 좀 더 심하게 말해서 문화의 얼굴을 한 자본증식임을 말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로잡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한국 사회의 문화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 주민과 지역 예술가의 분발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행정이 지원은 하되 간섭을 배제하는, 시적ㆍ예술적 행정이 되도록 촉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움직임은 실천하는 사람들의 몫이겠지만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때때로 반복을 무릅쓰고 한 가지 주장을 밀고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예술이 거리로 나가면 가장 먼저 충돌하게 되는 것이 자본이 독차지해버린 공간이다. 예술은 상업화되고 획일화된 공간에서 저항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저항하기 위한 연대의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천편일률적인 도시 재생, 상업적 공간에 잠식돼가는 공적 공간, 주민의 삶이 사라진 도시 재생에 예술은 자신의 방식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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