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장성택의 숙청을 그 2년 전인 김정일 사망 직후에 거의 정확하게 예측한 사람이 있었다. 정치학자로 국가정보원 해외담당 차장,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보좌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주영·주일 대사를 지낸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다. 라 교수가 쓴 [장성택의 길]을 보면, 그는 김정일 사망 직후 김정은 체제가 개혁·개방 쪽으로 노선을 바꿀 것이라는 국내외 인사들의 전망에 회의를 표했으며, 후계자의 고모부 장성택이 제2인자로서의 자리를 더욱 굳힐 것이라는 다수의 관측에 대해서도 오히려 “대략 2년 뒤” 장이 숙청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예측이 현실이 됐을 때, “라 교수의 예언이 일주일 오차로 맞았다”고 한 외국인 기자도 있었다. 라 교수가 그렇게 예측한 것은 그가 남다른 예지력이 있거나 남모르는 특급정보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북한을 쥐락펴락하는 독재자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현재의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세습 정권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의 얼굴과 이름을 미디어를 통해 수시로 들여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견고한 3대 세습 체제 안에서 늘 제2인자로 살아야 했던 이의 삶은 어땠을까? 그를 통해 항상 손에 잡히지 않던 북한 현대사와 당대 북한의 현실을 꿰뚫어볼 수 있지 않을까한다.

원래  한국의 일부 보수 진영을 제외하고는 남북한의 대다수 국민이 ‘김일성의 항일 무장 투쟁사’를 곧이곧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내의 역사학자들도 다수 포함된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국내 초중고 역사 교과서의 대부분이 집필되는 것도 커다란 문제이다.
‘김일성의 항일 무장 투쟁사’는, 해방 후 성립된 남북한 정권 가운데 북한 정권이 더 정통성이 있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이어진다. 북한의 시작은 좋았으나 중간에 잘못해서 지금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의 시작이 좋았다는 얘기는 남한의 시작이 문제가 있고 한반도의 정통성도 가지지 못했다는 주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북한 체제를 피해서 탈출한 탈북자들조차도 김일성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단지 김정일 · 김정은이 잘못해서 북한이 살기 힘든 나라가 되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 북한을 탈출했지만 아직도 남북한 가운데 역사적 정통성은 북한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인식이 북한에 의한 역사 왜곡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몸이 아픈 환자라 하더라도 북한 주민은 학습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 조직이 짠 학습 시간에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환자가 생기는 경우 당 조직이 그 환자를 위해 따로 학습 시간을 짠다. 공무로 결석하면 보충수업 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그래도 토론을 못하게 되면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김일성 항일 무장 투쟁사’는 거대한 역사 왜곡의 덩어리이며 유령과도 같다. 이 괴물이 북한 전역과 대한민국 사회까지 장악하며 한반도에서 떠돌고 있다. 이 괴물의 존재를 뿌리째 뽑아버리지 않고서는 우리가 맞이할 통일 시대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원래 식민지 시대에 교육을 받은 한국 지식인들은 결코 식민지 국민의 근성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식민지 근성이란 일본에 대한 사대주의 사상을 의미하고, 그러한 사대주의 사상에 희생된 것은 한국의 문학이며, 상처받은 문학은 젊은 세대의 가슴에 증오심을 심어주었고, 지배계급을 향한 증오심은 엉뚱하게도 주체사상으로 향하는 비뚤어진 애정으로 둔갑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작가는  작가는 북한 당국의 오판과 우리의 미국 군사력에 대한 맹신이 처음에는 별것 아닌 ‘팃포탯(tit for tat, 맞대응 전략)’ 하는 과정을 거치다가 남북간 전쟁이 발발할 수 있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민족은 재기 불가능한 저주받은 민족으로 인류 역사에 기록될 것임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반목과 질시가 난무하는 현 상황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로 거듭나기를 희망하는 작가의 염원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저자는 일부 보수세력에 대해서는 미국에 의존하는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질책하고 있다. 미국 군사력만 맹신했다가는 자칫 전쟁의 여파로 인해 인류 역사상 가장 저주받은 민족이 될 수 있음을 염려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여파란 휴전선 이북에서 날아온 포탄일지도, 영변 상공으로부터 바람에 날아온 방사능진일지도 모르지만, 북한 당국의 오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동과 미국 군사력에 대한 맹신이 우리나라를 파멸로 몰아넣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지식인들의 양심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