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의 이야기로 나뉘어진 이 책의 제목이 왜 <친절한 복희씨>가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책장을 넘겨본다.

그리움을 위하여 를 처음 읽으면서 박완서님이 자기의 지금 생활을 글로 표현한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어 나갔다.  노년의 그녀는 많이 배우고 형편도 좋아서 어려운 사촌동생을 돕는겸 자기의 집안일을 돌보게 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 섬으로 재가를 하는 사촌동생을 보며 축하보다는 자기의 불편함이 먼저였던 그녀는 남들보다 후하게 임금을 주며 편의를 봐줬다고 생각하며 사촌동생에게 섭섭해한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사람의 마음이란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섬으로 사촌동생을 찾아가 하루밤을 함께 보내며 그녀는 동생을 더는 부릴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되고 기분 좋게 자매애를 찾는다. 그리고 섬과 동생을 그리워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글에서 '상전의식', '우월감'이란것을 그녀가 느꼈다고 적혀있었다. 지금도 이런 부류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 남자네 집 에서는 박완서님이 그리운 첫사랑을 회상하며 적을 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어 내려갔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서울 풍경들이 잘 묘사가 되어있었는데 사실 낯설기만 했다. 그렇지만 지금도 변하지 않는 우리들의 그리운 첫사랑에 대한 가슴설렘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마흔아홉살 이라는 제목을 읽었을땐 나도 언젠가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왠지 익숙한 아줌마들의 수다들 그런데 그것이 다른 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녀들은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했다.  결혼한 나로서는 '시'자가 들어간다고 시금치도 보기싫다는 말에 공감하는 편이라 카타리나의 행동에 조금은 이해가 갔다.

글중에 '모든 인간관계 속엔 위선이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돼 있어. 꼭 필요한 윤활유야'라는 글귀가 너무 가슴에 와 닿았다. 지금 나도 어쩌면 위선 속에서 살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 싫어도 좋은 척... 정말 싫을때도 있지만 입술을 꼭 깨물고 참아본다. 좋은 날을 위해서...

 후남아, 밥 먹어라 에서는 침해에 걸린 엄마가 가족들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제일 가슴에 담아둔 자식인 미국으로 시집간 딸 앤을 위해서 손수 밥을 짓고, 산책중인 딸을 찾아 "후남아, 밥 먹어라" 외치며 찾아다니는 부분에서는 가슴 뭉클함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나도 이야기 중에서 어릴적 엄마가 항상 놀고 있는 우리들을 부를때 그랬었던것 같은 기억이 난다.

 거저나 마찬가지 는 왠지 빈부격차를 실감하게 했다. 오백만원이라는 전세금을 걸고 살고 있지만 집주인인 선배언니는 그녀에게 거저나 마찬가지로 그 집에서 살게 했다는 식으로 그녀를 별장지기처럼 막 부려먹는다.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아무말 못하고 익숙해지는 그녀에게 왠지 모를 화가 났다. 그런 그녀에게도 좋은 날은 오겠지?

 촛불밝힌 식탁 은 현 시대의 모습인 듯했다. 나는 지금 부모님에게 어떻게 하고 있나?라고 되물을 수 있는 기회였던것 같다. 사실 나도 시부모님의 관심이 부담스러운건 사실이다. 그리고 자유를 원한다. 그것이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섭섭할것 같다는 생각은 해본다.

 대범한 밥상  돈이란 것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알려주는 부분이다. 우애가 좋은 남매들이였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분배한 재산에 불만이 있었는지 돈때문에 서로 의가 상한다. 그런 모습을 본 어머니는 3개월 시간을 남겨놓고 고민을 하지만 찾아간 친구집에서 그 해답을 찾게 된다는 얘기인것 같다. 자식에게 재산은 물려준다고 결코 좋은것만은 아닌가보다. 나에게는 그런 재산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건지? ^^;

 친절한 복희씨 를 읽으며 그 시대의 생활들이 머리속에 그려졌었다. 띠동갑인 부부.. 결코 좋아서 결혼했다기 보다는 돈과 그때의 상황이 그럴수밖에 없었던 복희씨의 이야기인데 왜 친절한 복희씨일까?라는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그와 나 사이의 착각은 바로 우리의 운명이다. 나는 더는 그 운명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세상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내가 죽기도 억울하고, 누굴 죽일 용기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너 죽고 나 죽기를 선택한다. 라고 생각하며 오랫동안 간직해온 죽음의 상자(아편상자)를 강을 향해 던져 버린다.  아마도 자기 마음 속의 원망과 묵은 감정들을 모두 함께 버렸으리라 생각된다.

 그래도 해피엔드 는 누구나 꿈꾸는 노년의 생활을 시작한 그녀가 서울 모임에 가면서 만난 불친절한 버스기사와 친절한 젊은 택시기사의 이야기로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네"라는 말을 남긴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충분히 경험한 얘기들 일것이다.

 해설로 적힌 험한세상, 그리움으로 돌아가기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앞의 내용들을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박완서님의 지루한 일상을 견디기 위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글이라며 우리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에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들을 남겨 주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