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시뻘건 표지가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데 완벽해보인다.

군인들만이 전쟁을 치루는 것은 아닐껏이다.

전쟁이란.. 무엇일까?

 

   분의 심리학자들이 평화에 대해 논했던게 주였는데, 이 제임스 힐먼 이란 심리학자인 작가는 신화를 빗대면서 전쟁은 너무나도 당연한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평한다.

  과학적 사고를 꼭 빌어오지 않더라도 전쟁에 대한 이런 생각은 놀랍기 그지없다. 진짜로 난 평화를 사랑하는 평화주의자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가끔 국제뉴스에 나타나는 제 3세계의 전쟁 양상들은 울부짓는 어린 아이들과 여기저기 펑펑 터트려지는 대포 소리때문에 눈물이 주룩 흘를때가 많았다. 왜.. 난 전쟁의 끔찍한 모습이 싫었던것 뿐이였다.

  

  그런 나의 사고를 완벽하게 깨고 있는 책이다.  전쟁이 정상적이라니.. 실제로 적이란 존재하지 않 다고 말한다. 우리가 만드는 그 모든것은 관념에 지나지 않는 것.. 즉 환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고 총을 겨누는 대상이 있다는 것. 전쟁을 너무 사랑하기때문에 만들어지는 전쟁에 대한 사랑, 전쟁에 대한 상상력...

 

    이라크 전쟁을 생각해보면, 이 말이 얼마나 맞는지 생각할 수 있었다. 9.11 미국 테러 참사 사건이 있었을 당시에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충격에 휩싸였었다. 어떤 대상인지는 모르지만 미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수천명의 목숨을 가져감으로써 풀어버리고자 했던 역사상 최악의 상태.(물론 역사적이라고 표현할 순 없다. 현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사태에 대한 충격으로 미국은 분명 '보복'이란것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미국인들의 분노를 풀어줄 만한 대상이 필요했다. 테러범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지만 분노는 남아 모든 이들의 가슴에 깊숙이 파고 들었다. 그들이 선택한 건 이라크란 나라. 그 안에 있을지 모르는 테러범들에게 집약되었다. 그들의 마음속에서 만들어 낸 적군들.. 적들.. 그래서 그들은 심혈을 기울여, 전 세계의 지원병을 요청하면서까지 분풀이를 했다. 그 전쟁에서 또다른 평화가 짓밟혔다. 이것이.. 이 책에 말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전쟁일까?

 

   잔인하면서도 초월적인 모습을 우리는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작가는 장엄하면서도 끔찍한 것, 즉 발밑에 깔린 지뢰나 총검을 찌르는 병사의 모습을 상상하면, 민간인 입장에서는 그들을 매우 숭고한 행동을 한 것 마냥 미학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말한다.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슬프고 치욕적인 전쟁사를 떠올리면 금방 알 수 있다. 일제 강점 시대를 지나 남북전쟁을 맞이했던 우리들.. 비록 난 그 시대에 있지 않았지만, 우리는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었고, 사상이 너무 극과 극으로 다른 상대를 미워했다. 전쟁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때를 보면 우리가 북한을 이기고 승승장구했을때가 있다. 우리는 얼마나 통쾌해서 환희에 젖여있었던 것일까. 그 숭고한(?) 장면에서 우리가 미학을 느끼며 희열을 느꼈다면 정말로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존재는 서로 질투하고 이기고 싶어하는 본성의 상태일까.

 

  책은 심리학자의 사고로 쓰여졌기 때문에 다소 어려운 점이 많다. 읽는 동안 좀 관념적인 표현도 더러 있고,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동감을 하면서도 슬픈 감정이 있었다.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상태가 전쟁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평화를 지켜야 하는 이성이 있지 않은가? 그래도 매우 흥미롭고 독특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책에서 만난  마르스 신과 같은 신화의 주인공들과 연결된 풀이도 나름 큰 재미를 불러 일으켰다. 전쟁.. 알고 싶은가? 이 책을 손에 대어보아라. 어쩌면 전쟁을 더 싫어하게 될지 모른다.

포근히 안아주고 싶은 책.. 이것이 이 책을 만났을 때 느낀 나의 감정이다.

 

'혼'이 담긴다는 것을 믿는가? 난 어렷을적부터 믿고 살았다. 어떤 특정 물체에도 또는 식물이나 꽃에게도 감정이 있을꺼란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맑고 투명한 하늘 밑의 따사로운 햇살에도 감정을 느껴봤고, 잔디에 누워서 뭉게뭉게 걸어나가는 새하얀 구름에게도 말을 건네 본 적이 있다. 그만큼 너무 아름다워서 였을까.. 아니면 나를 감싸는 모든 것들이 나를 너무 사랑해준다는 느낌에서 였을까.. 알지 못하지만, 감성이 지나치게 풍부해져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버리곤 했다.

바다를 품은 유리구슬에도 '혼'이 담긴 오래된 보닛 버스가 놓여져 있다.

버스는 바닷가 마을을 운전자인 요이치와 아들인 기요시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세상의 그 어느 버스보다도 행복하게 살고있다고 믿는 그 마음. 어떻게 버스에게 그런 예쁜 생각을 부여할 수 있었을까?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에겐 그런 감성이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꽤나 가벼운 언어로 가득했지만 왜 내 입가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것일까. 기요시 역시도 버스와 헤어지는것이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가끔씩 말을 건네면서 정이 들여버렸던 친구와 같은 존재... 왜 아니겠는가. 친구는 어느 누구와도 어떤 것이라도 될 수 있다고 난 소심하게 믿고 있다. 내가 책을 친구삼아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마음은 언제나 일방통행. 그렇다고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다" p.25

 

그래도 버스는 그들이 남기고 간 유리구슬을 가지고 다른 만남을 갖게 된다. '혼'을 믿는 박물관 관장 노소와 자동차 수선가 에노키와의 만남은 사랑은 언제나 이어진다라는 희망을 믿게 만들어주었다. 유리구슬은 너무나도 묘하다. 그 빛의 반응은 힘든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웠던 수많은 가치들을 찾아주는 듯 했다. 버스는 그 에노키와 헤어질 생각에 너무 쓸쓸하다고 말한다. 마지막..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누구나 우리가 만나는 인연들은 마지막이란 말을 하지 않기를.. 소망하고 또 소망해보았다. 신비한 파란빛이 마법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나도 이 유리구슬이 몹시도 탐이 났다. 내게도 이런 버스가 와줄까?

 

"반짝"

"이 유리구슬은 말이지, 삶이 괴로울 때 용기를 주는 신기한 유리구슬이란다." p.39 

 

이웃집 토토로의 이야기가 나올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고양이 버스.. 토토로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그 고양이 버스가 유자와 마을에서 달리게 하겠다는 다카이 전무의 생각은 어린이나 만화의 상상력을 가지고도 우리가 언제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후쿠야마 박물관에 남겨진 우리의 착한 버스를 데려오려는 사람들... 손자같은 버스를 다른곳으로 데려가고 싶지 않다던 에노키씨.. 다들 너무 왜이렇게 예쁜말들과 예쁜 모습들만을 가지고 있을까.

독자들에게 심어주고픈 유리구슬의 맑은 마음을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는것 같았다.

 

버스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달릴수 있다는 것이다.'  보닛 버스의 엔진소리는 정말 숨쉬는듯 살아있는 것 같아서 좋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을때, 내가 살아 있는 한 바쁘게 살아갈때가 가장 빛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 유리구슬이 내 가슴속에서도 반짝하고 빛나고 있을때 더 주변사람들을 한껏 사랑하고 내가 하는 일들, 하고 싶은 일들을 한껏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고맙다 버스야.

깊은 지하 세계에는 어떤 세계가 살아 있을까.?

  

  정말 때마침 개봉한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를 보았다. 이 영화도 지질학자들이 잃어버린 형을 찾아서 땅속 끝까지 찾아가서 미지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거기서 탈출한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원작은 '지구속 여행'이란 책으로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터널과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진 책이 아닐까 한다. 영화에서 봤을때 너무 놀랍고도 신기한 모습으로 가득하여서 무척이나 즐겁게 보았었다. 하지만 터널만 하겠는가... 터널은 같은 지하 세계의 이야기이지만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열 네살의 윌 버로스는 아바지가 갑자기 사라진 일에 대해서 의문을 갖으면서 친구인 체스터와 함께 아버지를 찾으려고 지하세계로의 발을 들여놓는다. 미궁의 끝으로 빠져드는 그 멋지고 놀라운 모험의 세계가 감탄스럽고 한장 한장 쉴세없이 넘기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지하세계를 묘사하는 부분도 비단 '해리포터' 시리즈에 못지 않게 훌륭하단 생각을 했다. 어쩌면 정말로 있지 않을까 라는 착각 마저도 일으키게 한다. 가족이란 관계를 동원하여서 이루어지는 캐릭터들 간의 이야기 전개 또한 독특하단 생각을 했다. 이 이야기도 다른 타 판타지 소설과 같이 다음 책들을 기다리게 만드는 요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윌 아버지인 버로스 박사의 행방과 레베카의 정체가 특히 너무 궁금해진다. 역시 이런 소설은 기다림의 애달함이 있어서 맛이 더욱 달콤한 듯 하다.

 

  소설의 호흡은 너무 급하진 않기 때문인지, 쉽게 읽히는 문체들이여서 인지, 꽤 편안하고 짜릿하다. 지나친 긴박함은 오히려 답답함을 불러올 수 있는데 묘하게 독자들을 잘 달래고 있는 듯.. 제법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판타지에서 보여주는 세계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란 생각을 한다. 요정, 마법사, 괴물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주 또는 지하 세계만으로도 매우 신비한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적이였다. 콘텐츠 제작에 유달리 관심이 있기 때문인지, 이런 스토리를 생각해 내는 부분은 정말 본받고 싶었다. 상상력의 끝.. 그것은 끝이 없는 가장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인듯 하다. 책을 읽는 내내 난 깊은 곳 저 어디서 살아있을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오늘밤에도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