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나비 > - 데이비드 헨리 황

 

 

  유명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을 아직까지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나비 부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데이비드 헨리 황의 ‘M.나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왜 M 이고 왜 나비일까. 예쁘지만 가냘프고 여린 곤충 ‘나비’가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의 스토리는 이렇다. 미국의 해군사관 핑카튼이 집안이 몰락하여 게이샤가 된 15세의 일본의 나비아가씨와 결혼을 한다. 하지만 한순간의 사랑이었던 핑가튼은 그녀를 버리고 떠나고 3년 만에 재혼한 채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들을 달라고 하자 자결해버린다는 쓸쓸한 이야기이다. 이 오페라는 식민지 시대라는 특성과 함께 서양 남자와 동양 여자의 관계 속에서 성립된 강한 자와 약한 자 사이의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연되고 있는 10가지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이렇게나 유명한 작품을 ‘M'을 붙여 새롭게 탄생 시킨 것이 < M.나비 > 희곡이다. 

  일본은 중국으로 바뀌어 있었고, 미국의 해군사관생도는 프랑스의 외교관으로 바뀌었다. 중국의 무대로 바뀌었기 때문에 ‘인민 공화국’이니 ‘동지’이니 하는 공산당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래서 오페라의 배우 송의 남장 유혹의 당위성을 ‘나라를 위한 행위’로 간주한다. 

  여기서 생각해본 것은 이 작품이 표면적으로 내비추고 있는 동서양의 미묘한 갈등이다.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가 ‘서양 남자들은 동양 여자를 유독 좋아한다’ 이다. 어째서 오랜 시간동안 그런 관계가 지속된 것일까. 이 작품에서 송은 서양은 스스로를 남성적 거대한 총, 대규모 산업, 대 자본으로 간주하고 동양은 여성적이고 나약하며 수수께끼로 가득 찬 존재로써 무시되어 왔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심리 자체를 ‘국제적 강간 심리’라는 표현을 썼다. 동양여자들은 입으로는 안된다고 말하지만 눈으로는 긍정을 한다는 것이다. 동양인 여자로써 사실 치욕스러운 표현임에는 사실이나, 역사가 이를 증명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오페라 ‘나비부인’에 담겨있는 이념을 더 비꼬고 더 어둡게 칠해서 새로운 ‘M'으로 만들었다. 여기서의 ‘M’은 남자를 가리키는 ‘man’의 약자의 개념이기도 하고, 끊임없이 복장전환을 표현하는 'multi'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작품도 역시 상당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20년 동안 사랑하면서 ‘남자’인 것을 모른다는 것도 그렇고, 동성애적 코드가 아닌 제국주의와 가부장제를 둘러싼 이데올로기의 문제와 같이 뒤범벅이 되었다는 것도 그렇다. 오페라에서의 동양여자가 나비가 되어 상처투성이로 자결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가해자여야 할 서양남자 갈리마르가 오히려 역으로 상처입고 부숴지게 되는 ‘남자 나비’가 되어 자결한다. 강한 힘과 약한 힘간의 충돌은 결국 둘 모두에게 상처가 되고 만다. 갈리마르가 ‘일개 남자로’ 버림받은 것과 동시에 송의 남자이지만 여자 행세를 하면서 참아냈던 고통도 특별히 얻은 것이 전혀 없다. 여기서는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사랑이야 말로 진짜 비극적인 사랑이 아닐 수 없다. 

 

미술 작품은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을까? 감상하는 법을 배운다고 해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수만가지의 다양한 작품들, 소재도 다르고 표현 수단도 다르며 시대별로 각양 각색이다. 이 많은 작품 속에서 우리는 어떤 것에는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어떤 것에는 단칼에 인상을 찌푸리기도 한다. 현대에 오면서 초현실주의를 넘어선 상당히 새로운 시도도 엿보인다. 우리는 이 작품들을 선별적으로 보긴 어렵다. 나 역시도 많은 미술 관련 서적을 읽어보기도 하고, 실제 유명한 미술관을 가서 보기도 해봤지만 딱 보고 이것이다! 라고 느낀 작품은 손에 꼽힌다. 왜 우리는 미술 작품을 좋아하는 가. 그리고 왜 우리는 이것을 읽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이 책 <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이 책에는 380명의 화가들의 명작에서 읽히는 새로운 시각에 대한 분석이 담겨있다. 사실 여기에 설명되어 있는 바대로 이해하자면 보통의 지식을 가지고는 해결하기 힘들다. 나도 눈에 익은 화가들과 그림들이 더러 보여서 반가웠지만 생소하고 파격적인 그림들이 몇몇 보여서 당혹스러웠다. 더 당혹스러웠던 것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다.  거의 뒷장에 나오는 안젤름 키퍼의 '세라핌'이란 작품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작가의 약력과 인생 그리고 그 시대에 사회상이 완전히 반영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독일 문화사. 어린 시절 키퍼는 독일의 동서 분단을 비롯한 근대 전쟁의 결과를 직접적으로 경험했던 사람이었다. 그리서 '세라핌'에는 독일의 대지가 서리를 맞고 불탄 황무지와 같은 표현으로 그려졌다. 위태롭기 그지없는 희망과 부활의 상징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품에 몰입하다보니 나도 어느 순간에 그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해석과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했다. 책이 독자들에게 요구했던 바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그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을 보자. 근대 회화에서 가장 난해하고 과격한 작품을 꼽힌다고 한다. 5명의 여인들의 애로틱한 자태와 외곡되고 변형된 입체적 얼굴의 형상은 상당히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그들 사이를 가로 지르는 애매모호한 곡선 및 직선의 꺾이가 마치 깨진 유리창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의 주제는 사창가의 풍경이며 막상 구성을 체현한 방식은 단순화와 작업은 아니라고 한다. 이것은 오늘날로 분석하려해도 여전히 파격적인 그림이 아닐 수 없다고 한다. 내가 느낀 것도 그 '애매모호'함이다. 색조의 일관성마저도 흰색의 덧칠로 엉망으로 하고 있다. 헌데 그게 또 묘햐게 맞아뜰어지면서 작품 속에 몰입하게 된다. 아는 그림이지만 다시볼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만 느끼기에는 너무 아까운 즐거움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도 이 책을 보길 권장한다. 물론 한 사람 한 사람 깊이 있게 파고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이처럼 엄청난 화가들의 엄청난 그림들을 보면서 그림을 해석해보는 법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미술과 관련된 책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서 자주 보고 있는데, 역시 읽을때마다 새롭다. 내가 기억을 잘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예술이란 다양한 해석과 감성속에 살아 움직이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그 누구보다도 나의 가슴에 더 와 닿았던 책이 <여자 스물일곱 너의 힐을 던져라> 일 것이다. 내가 스물일곱이어서가 아니다. 나는 진심으로 이 책에 나와 있는 하나의 여자처럼, 하이힐을 던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몇 달 전이었기 때문에 마치 내 일처럼, 내가 쓴 글처럼 읽어 내려갔다. 어쩌면 지금 현재의 나의 몇 배를 더 값지게 해줄 말을 내심 기대하면서 말이다.

  책에 그런 말이 나온다. ‘진정 내가 원하고 의도했던 일은 아무리 밤을 새서 하더라도 전혀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행복하다는 것을 당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잘 알고 있다. 가슴 뛰는 것이 무엇인지라는 말도 나온다. 나는 물론 그것 또한 잘 알고 있다. 내가 원했던 일들이 가슴 뛰는 삶이었기 때문에 이곳까지 새로운 꿈을 키우려고 온 것이 아닌가. 물론 책에 나오는 말을 전부 공감하긴 힘들다. 난 이 책을 통해서 변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뻔 한 말들이 많았다. 알파걸을 마냥 남자들이 좋아할 리 없다는 것,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으라는 것, 긍정적으로 살라고 하는 것 등은 거의 모든 자기계발서에 등장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이것을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나는 적어도 그것을 잘 안다. 막상 사표를 던지고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자 다시 힘을 내고 있을 때 몇날 며칠 밤을 새면서도 기존에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을 느낀다. 이 책의 저자는 딱 그런 기분을 모두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20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용기와 약간의 무모함이 필요하다. 적어도 나중에 후회 없도록 멋지게 달려보아도 좋다. 책의 저자는 상당히 좋은 방법을 일러준다. 내가 어떤 결정을 하고 싶다면,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것인가’. 취미를 갖는 것도 참 좋은 것 같다. 나도 취미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행복감을 맛보고 있다. 다양한 취미를 가진 것을 감사하고 있다. 내가 틈틈이 여행을 다니는 것, 세계로 혼자서 나갈 수 있는 힘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나를 토닥토닥 거려주고 싶었다. 책에서처럼,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역시 중요하다. 물론 그것이 잘난체는 되지 말아야겠지. 

  그리고 가장 관심 있게 읽었던 ‘사랑법’에 관한 파트는 어쩐지 공감이 가진 않았다. 일단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연애보다도 ‘인맥’에 더 치중되어 있었다. 좋은 목소리와 경청,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로 꾸미기, 밝은 미소 등을 중요한 부분으로 꼽고 있다. 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다시 한 번 유념하기로 했다. 데이비드 슈워츠는 ‘크게 생각할수록 크게 이룬다’라고 했다. 열정의 엔진은 언제나 켜놓고 전진해서 나갈 준비를 한다. 능동주의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오늘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한다. 특별한 내용이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