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설을 왜 읽는가. 우리는 왜 영화나 연극에 미치는가. 우리는 인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흥미로움을 실제로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야기'를 찾고 갈망한다. 작가가 창조해낸 세상은 분명 현실을 닮은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무질서함과 우연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즉, 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의도대로, 계획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구체적인 계획으로 관객들 혹은 독자들에게 리얼하고 판타스틱한 세상을 맛보게 해주는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주는 것이 바로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이라는 책이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플롯'(plot)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플롯은 사건의 시간적 기록만을 말하는 '줄거리'와는 다르게 원인과 결과의 연관성으로 엮여낸 이야기의 '작용하는 힘'이다. 그래서 이 힘은 작품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책의 전반부에서 소개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서문에서 저자가 "명작과 졸작의 경계에 플롯이 있다"라고 말한 부분. 우리가 어떤 작품은 재미있다, 어떤 작품은 재미없다라고 평가하는 기준이 '플롯'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렇게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이는 '좋은 플롯'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책에서는 좋은 플롯을 구성하는 여덟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잘 읽다 보면 '아! 이 작품이 이런 플롯을 썼기 때문에 재미있었구나!'라고 느낄 만한 대목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립하는 세력을 동원하여 긴장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 '모든 사건들에게는 타당한 이유가 있도록 포장하고 가꾸어야 한다'라는 식의 개념들이다. 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놓치기 쉬운 기본 원칙이다. 즉, 독자들이 돈을 투자하여 만끽하려는 대상은 강한 설득력을 가진 심도 있는 작품이라는 말이다.
이 책의 핵심은 구구절절한 플롯의 개념들을 분석 툴로 활용하여 다양한 작품들을 분석한 결과 스무 가지의 플롯 구조를 완성해 내었다는 것이다. 이는 추구, 모험, 추적, 구출, 탈출, 복수, 수수께끼, 라이벌, 희생자, 유혹, 변신, 변모, 성숙, 사랑, 금지된 사랑, 희생, 발견, 지독한 행위가 된다. 책에서는 이 플롯들로 [벤허],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신데렐라] 등의 작품을 해부했는데, 오묘하게도 이들 작품의 사건과 행위들에 대해 그럴싸한 변명과 이유가 맞아떨어졌다. 이 플롯들로 웬만한 작품들은 모두 분석 가능할 만큼 막강하다. 이는 작품을 구성하거나 이해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다.
이야기를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종 뜬구름 잡는 듯한 붕 뜬 이야기만 만들고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더욱 절실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결코 해답이 아님을 강조한다. 나누는 이에 따라서 플롯의 수는 다양하게 분리될 수 있고, 플롯에만 목메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역동성을 잘 이해하여 구조를 기막히게 만들어내면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언제나 온몸을 떨리게 하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에 사로잡혀서 살고 있다. 그 즐거움을 더욱 풍만하게 해줄 또 다른 이야기를 기다리는 마음만으로도 즐겁다.
-> 네이버 오늘의 책에 올린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