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로 읽게 되었다.
에로틱 문학의 결정체! 적나라한 성적 묘사로 백여년이 넘도록 논란의 작품이 된 고전 작품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확실히 달랐다. 어느 고전들 보다도 더 '인간적'이고 친숙했다. 즉 왠지 거짓되지 않은 진실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D.H.로렌스가 <아들과 연인>이후로 마지막으로 쓴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 시대적 배경을 볼때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기계만능주의가 인간의 생활을 피폐하게 하였으며, 진지한 것들은 조롱거리가 되고 너나 할 것 없이 자본주의에 빠져 인간성을 상실한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이때 모더니즘 문학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로렌스는 영미 문학을 중심으로 한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뒤로 하더라도, 주인공 채털리 부인 즉 코니는 전쟁으로 인해 불구가 된 남편 클리퍼드와의 래그비 저택에서의 삶은 지루하고 심심하기 짝이 없었다. 초 우울한 삶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여성성 마저도 잃은 채, 남편의 친구들과 남편들이 떠들어 대는 나름 '지적인' 대화에 진부함을 느끼기도 했다. 분명 채털리 부인의 나름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같은 여자로써 생각하는 것이지만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들을 상실한 채, 혹은 누군가의 사랑없이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여정이다. 단지 누구와 몸으로 느끼고 만지고 해야만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진정 soul mate 가 되어줄 '그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숲속의 그'를 만나게 된다. 분명 자기 주택의 뜰에 있는 오두막에서 지내고 있는 남자인데, 이 남자, 우연히 봤지만 웃통을 벗고 목욕을 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멜로즈는 그랬다. 클리퍼드와 코니가 부리고 있는 많은 노동자 들 중에 사낭꾼지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신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끌어오르는 욕망을 잠재울 길이 없었던 코니는 결국 여러번 그를 찾아가게 된다. 열쇠를 달라지 않나, 혹은 거기서 키우고 있는 닭에도 애틋한 모정을 느끼면서 까지도 들러붙는다. 그것은 이를테면 자연적 인간의 발현인지도.

모성의 눈물을 계기로 멜로즈와 코니는 첫 관계를 맺는다. 이때부터 이들의 성관계는 좀 더 농후한 표현들로 조금씩 불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단지 몸의 탐닉만이 있던 것은 아니다. 분명 그들에게는 '지적인, 정서적인 대화' 와 '부드러움' 이 교묘하게 흐르고 있었다. 즉, 이 것 없이는 어떠한 인간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로렌스는 이 작품에서 클리퍼드와 멜로즈의 완전한 이원론적인 표현을 하고 있던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이 작품은 클리퍼드로 대변되는 기계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자연적이고 생명주의적 멜로즈를 선택하면서 피폐해진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태초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 性으로 그 메세지를 표현하려 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결코 그다지 야하기만 한 소설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