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어려워서 혼났다. 사건 나열형으로 되어 있는 이야기에다가 문장 전체, 작품 전체가 전부 반어적인 표현으로 넘쳐났다. 좁은 견해로는 판단하기엔 너무 거창한 소재들이 많다. 분량도 이제껏 읽었던 작품 중에 가장 많지만, 알송 달송한 상황들이 줄거리 속에서 비틀어져 등장하여 헷갈렸다. 그래도 처음에는 다소 지루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있는 점이 있었다.
그 재미있는 점을 몇 가지 말해보고자 한다. 흥미가 생겼던 부분은 오스카가 스승으로 모시는 베브라를 만난 이후, 그가 ‘결코 연단 앞에 서지 마라, 우리 같은 자는 연단 위에 있어야 한다’ 라고 말한 부분부터다. <5월의 초원>에서 오스카가 양철북을 두드려 행렬들을 왈츠의 현장으로 바꾸었을 때는 대단히 기막히게 재미있단 생각을 했다. 특별한 자들은 연단위에 서다. 이것이 독일 배경이고, 독일인과 폴란드 인의 제 2차 세계대전 때의 이야기라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짐작해 볼만 하다. 독일인들이 세계를 점령하려고 하였을 때 자신들은 위대하고 특별한 민족이라고 했다 한다. 이에 베브라는 당시의 총통인 것이고, 거기에 물든 오스카는 ‘국가’그 가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던 것은 이 작품의 중요 요소인 ‘성장’과 ‘북’에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네 겹치마, 어머니의 장어, 어머니의 두 남자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상징들이 많지만 이 작품에서 두 가지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왜 오스카는 3살 때 성장을 멈추기로 결심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찾고자 읽어보니 ‘성장’은 국가가 가지고 있는 ‘자유, 갈망, 의지’ 등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독일은 당시 절대 권력을 행사하며 독일인과 독일인 외로 구분하여 철저하게 이단적 행동을 한다. 이는 국가의 진보가 아니라 퇴행적 측면이 많다. 발전을 거부한 나라, 이는 오스카의 멈춘 성장일 것이다. 거기서 성장을 멈추도록 도와준 것이 ‘북’이다. 북은 절대적 동맹이자 동지이고 억압이다. 그 억압으로 인해 나름의 자유의지를 가진 어머니와 유태인이었던 마르쿠스가 죽음을 당했다. 이로 인해 새 북을 살 수 없는 현실이 닥쳤고, 북을 치는 것도 단념하였지만, 얀과 함께 폴란드 우체국에서 새 북을 발견하자마자 얀도 총살당한다. 북을 버리면, 자유가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독일이 전쟁에서 패하고, 마제라트가 죽자 그는 그 무덤에서 북을 버리고 성장하기로 결심한다. 드디어 국가는 스스로 커갈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러니 순탄치 않다. 그에겐 ‘혹’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평생을 짊어져야 할 나치 시대의 아픔과 고통, ‘주홍글씨’의 'A'와 같은 흔적이 남게 된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지 않을까. 지나친 성장통, 그것 때문에 여기 저기 혹이 생기지 않았던가.
이 작품은 스토리뿐만 아니라 표현방법도 다양했다. 역설적으로 쓰인 ‘믿음, 소망, 사랑’파트에서 ‘옛날 옛날 한 사람이....살았다’의 반복적 문단 형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후반에 화자를 오스카에서 간호사 브루노로 바꾸는 것도 독특했다. 상당히 작가는 다양한 실험을 행했던 것 같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나와 같은 독자들이 곤욕스러웠는지도. 그래도 상당히 충격적이고 신선한 소재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