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들이 신호를 받으면서 대기하고 있다. 파란불이 되자, 차들이 급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데 한 차선만은 뚫리지 않고 있다. 교통이 혼잡해진다. 갑자기 차 안에 있던 남자가 '눈이 안 보여. 눈이 안 보여'라고 소리치면서 내린다. 그 이후로 도시가 눈이 멀게 된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안과의사를 찾아가지만, 어느 이상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을한다.
'길에서 빨간불앞에 멈추어 있다가 불이 들어오는 것 처럼 눈이 갑자기 하얗게 되버립니다. 눈이 안 보여.'
의사는 곧 괜찮아 질지도 모르니 며칠 후에 다시 방문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의사의 눈도 멀어버린다.
의사는 이 상황을 보건부에 신고해야하는 사명감을 느낀다. 보건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백색의 악의 병이 확인될 때까지는 눈이 먼 모든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그들과 신체 접촉을 했거나 어떤 식으로든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을 찾아내 격리시켜야한다." 고 하며, 그들을 용도를 결정할 때까지 비워놓기로 한 정신병원에 실명자와 보균자를 격리시켜버린다. 또한 그것을 전염병이라고 가정하며, 백색질병이라고 부른다.
의사를 비롯해서 그 때 안과대기실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가 눈이 보이지 않아 격리되어온다. 이상하게, 의사의 부인만은 눈이 멀지 않는다. 그러나 부인은 눈이 멀었다고 거짓말하며 남편을 따라온다.
이 정신병원에서의 생활은 바깥과는 또 다른, 격리된 하나의 사회이다. 바깥에서는 군인들이 지키고 있으면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총으로 사살해버린다. 음식은 매일 음식을 밖에서 보급해주지만,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통에 음식은 더더욱 부족해진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로부터 바깥소식을 전해 들으니 파일럿이 갑자기 눈이 멀어 비행기가 추락해 전원 사망, 교통혼란 등으로 난장판이다.
그러던 중, 깡패일당이 들어오게 된다. 깡패두목은 총을 들고 있으며, 그들을 지배하려고 한다. 다른 병동은 240명 정도 있는 반면에, 그들은 20명이 한 병동을 차지한다. 그리고 총으로 위협하면서 자신들이 배급되는 음식을 관리하겠다고 하며, 먹고싶으면 돈을 내라고 한다. 더구나 그들 중에는 정상적으로 눈이 먼 회계사가 있어서 유리하다. 그들은 곤봉, 침대의 나무 등으로 무장을 하며 무력으로 다른 병동을 지배해버린다아서 주지만 돌아오는 음식은 아주 적을 뿐이다.
그리고 여자마저 요구한다. 아니면 음식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여자들은 울면서 그들에게 간다. 이 장면을 읽으면서, 같은 여자로서 느끼는 동질감에 울고싶었다. 여자들은 완전히 유린당하며, 한 여인은 너무 심한 나머지 죽어버린다. 그들은 날마다 순서대로 병동에서 여자를 요구하고 강간한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는, 복수심으로 다른 병동의 여인들이 강간당할 때 가위들고 몰래 들어가서 두목의 목을 찔러 죽여버린다. 즉,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이 부분을 보며, 도저히 읽을 수가 없어서 몇번이나 책을 덮고 다시 읽었었다.
남은 깡패일당은 두목을 잃으면서 우왕좌왕해진다. 설상가상으로, 더이상 외부로부터 음식이 조달되지 않는다. 뭔가 착오가 생긴 거라고, 며칠을 기다리다가 다른 병동 사람들은 깡패들이 깡패들의 병동에 비축해둔 음식을 찾기 위해 돌격한다. 하지만 깡패들은 침대로 겹겹이 바리케이트를 쳐 놓고, 총으로 몇몇을 죽인다. 음식을 찾으러 온 사람들은 후퇴하고 쉴 때 한 여자가 더듬더듬 라이터로 그들의 침대에 불을 지르자, 건물이 무너지려고 한다. 사람들은 타 죽는것 보다, 바깥에서 군인들 총에 맞아 죽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며 모두 우르르 나온다. 그런데 군인들이 없다. 의사 부인은 소리친다. "여러분, 자유예요!"
그 후로, 의사부부,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부부, 색안경을 낀 여자, 사팔뜨기 소년은 같이 행동하게된다. (그들은 모두 의사의 환자였다.) 여전히 의사부인의 눈은 멀지 않았고, 자신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눈이 멀었다. 그녀는 시력을 잃지 않았음을 밝히며 그들의 안내자가된다. 일단 모두들 의사부부의 집에서 머물기로 하며 의사부인은 바깥세상에 대해 알아온다. 온 거리는 배설물 천지이며, 전기도 물도 나오지 않는다. 거리마다 시체가 널부러져 있으며, 시체로 인한 악취로 밖은 썩은 내가 진동한다. 사람들은 음식을 찾기 위해 모든 곳을 약탈했으며, 아무 집에서나 잔다. 음식 쓰레기, 상한 음식 등을 먹어댄다. 대부분의 식료품점은 모두 강탈당했으며, 대부분의 집의 대문은 강제로 뜯겨있다. 사람들은 눈이 보이지 않으니 후각이 대단히 발달했으며, 음식에 미친 듯이 달려든다. 개들은 사람의 시체를 먹고, 쥐의 크기는 고양이만하다. 사람들은 모두 더러우며, 굶주리고 있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미신적인 것과 마술의 힘에 대해서 얘기하며, 조직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다. 지옥이다.
의사부인이 먹을 것을 찾으러 자신이 발견했던 슈퍼마켓의 지하실에 갔을 때, 그녀는 먹은 것을 모두 토하고만다. 자신으로 인해 흘러나온 음식냄새에 사람들이 모두 달려들어 계단에서 엎어지고 깔리고 등등 죽어있다. 지하실에는 시체들의 인광으로 도깨비불이 보인다. 의사부인은 현기증을 느끼며, 같이 온 의사에게 기대어 성당으로 간다. 성당에는 모든 성상들의 눈이 붕대로 가려져있다. 쓰러질 듯한 위태로운 상태로 의사부인은 집에 들어와 이야기를 해준다.
그런데 갑자기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모든 것이 까맣게 보이더니 '눈이 보여'라고 한다. 서서히 다른사람들의 눈도 보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들이 눈이 보일 때, 의사부인은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게된다.
지금 개봉되는 이 영화가 19세이상 관람가인것을 고려해볼때, 현재 16세인 나로서는 그것이 이해가 되었다. 상당히 잔인하며, 강간 등으로 읽는 내내 괴로웠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되다니. 모든 윤리와 수치심, 양심이 없어졌을 때 이런 세상이 온다니. 완전한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인간이라고 부르기 힘든, 눈먼 짐승이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내가 만약 이 상황이었다면.'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어느날 갑자기 눈을 떳다 감았는 데 보이는 것은 모두 하얗다고 생각해보아라. 끔찍하다. 물론 그런 일은 생겨나지 않겠지만.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인 이 책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이라는 가상적 설정에서 출발한다. 절절한 환상적 리얼리즘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일하게 보이는 의사부인도, '차라리 내가 눈이 멀어서 더이상 이 참담한 광경을 보지 않는다면.'이라고 생각하게된다.
책을 읽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인간의 내면성에 대해서.
의사가 말한, "어쩌면 눈먼 사람들의 세상에서만 모든 것이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라는 말에 뼈저리게 공감하게 되었다.
현재 눈뜬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은 과연 진실된 세상일까. 지금의 나도 과연 진실된 인간일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저 질병의 생겨난 원인이다. 또한 혼자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부인은 왜 그런 것인지, 그런 이유는 전혀 없다. 또한 이 책은 의사부인이 눈이 머는 것으로 결말이다. 그 후의 내용은 없다. 아마 스스로 생각해보라고 작가가 남겨놓은 여운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쉬운 감이 없지는 않았다. (그래서 평점은 8점.)
이 '눈먼 자들의 도시'가 1995년도에 나온 후, 2004년에 '눈뜬 자들의 도시'가 나왔다고 한다. 이 '눈뜬 자들의 도시'는 의사부인을 중점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한번 읽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