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은행님이 보내주신 책, 망상은행을 읽었다. 표지랑 제목부터가 뭔가 신비스러운 느낌이었는다, SF(공상과학)소설 이었다. 책도 그다지 두껍지 않고, 가벼워서 무난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호시 신이치라는 작가를 처음 듣는데, 일본에서는 유명한 SF소설작가인듯 하다. 세계 3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쇼트 쇼트(short short, 초단편 소설)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또한 천편이 넘는 쇼트쇼트 SF소설을 썼다고 한다. 실제 도서관에 가보니, 호시신이치 작품 세트가 시리즈별로 많더라. 몇몇 소설은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 영어로 번역되어 실린 소설도 있다고 한다.

 

 대게 한 이야기마다 2~3장으로 이루어진 단편소설로 그 안에 SF적 요소가 담겨있다. 위트가 곁들어진 소설이라서 재미있었다. 책 제목 망상은행은, 맨 마지막에 나오는 소설의 제목이다. 어떤 의사가 사람들의 망상을 흡수하는 기계를 만들어서, 그 기계로 망상을 흡수하여 캡슐로 보관한다. 그리고 그 캡슐을 다른 사람들에게 판다. 예를 들어, 자기가 사무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망상을 캡슐로 만들면서 병을 고쳐주어 돈을 받고, 그 캡슐을 극단에서 사무라이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파는 식이다. 소재가 흥미롭다.

 

 기억에 남는 한 소설의 내용은, 어떤 한 집단이다. 보스는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다. 한 남자가 도둑질을 하다가 이 정체모를 음모단 미다스에 들어가게된다. 그리고 처음 상부로부터의 지시가 어느 보석점을 털어란 것이다. 이 보석점이 털린 것은 당연히 뉴스에 화재가 되었는데,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득을 본다. 일단 이 보석점이 유명해진다. 그리고 폭파에도 깨지지 않은 유리회사가 엄청난 광고효과를 보고, 이 보석점 직원을 단독 인터뷰한 방송사가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다. 신문이나 잡지사도 엄청나게 팔아서 많은 이윤을 본다. 즉 이 음모단의 목적은, 세상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수요를 촉진시켜 소비를 늘임으로써 경기를 상승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대규모로 사람들을 속이는 것은 악행이라고 생각하고, 방송국에 가서 털어놓는다. 그리고 잠시후에 정신병원에서 ’편집증’이라는 병으로 감금당한다.

 

 짧은 내용속에, 그만한 내용을 담아내려면 그 또한 그만한 기교가 필요할 것이다. 짧다고 쉬운 것은 아니니깐. 신이치의 문체는 매끄러우면서 위트가 담긴 SF라서, 재미있다. 그러다 보니 각 내용마다 특정한 사람이름이 나오지는 않는다. 직업으로 사람을 지칭하거나, N씨 등 간단간단한 이름들이다. 소재 또한 흥미롭고 실제로도 일어나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에 드는 책이다. 단편이라서 틈틈히 읽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p83~84)

 현대 의학에서는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제멋대로 증식해 몸속의 여러 곳으로 퍼져나가 정상 세포와 다른 기형 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을 암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시각을 바꾸면 다르게 보인다. 현대인은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 이와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포는 스스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암세포이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세포에서 영양분을 빼앗아 온다. 그리고 자신의 복제물을 만들어 살아남는다.
(...)그러한 환경을 그대로 두면 다시 세포가 진화하여 암세포가 되고 증식하는 것이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한 환경이라면 그것들을 충분히 보충해 산화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RECNAC(Research Emcompassing Comprehensive Novel Approaches to Cancer, 암에 대한 광범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포괄하는 연구, cancer을 거꾸로 읽으면 된다.)은 그런 산화 스트레스가 생겨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법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이다.

 우리 집안은 대대적으로 '암'과는 관계가 많다. 외할아버지께서 폐암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암에 걸리신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또한 암 발생률이 다른 사람들보다는 유전적으로 높으므로, 자연적으로 우리를 힘들게 한 암에 관심이 많아졌다. 몇년 전, 암투병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무척 힘들다는 것을 아는데, 과연 그 무시무시한 암이 비타민C로만으로 치유가 될지 의구심을 가지게되었다.

 

 비타민 C가 몸에 좋다는 것은 알고있었다. 어떤 대학교수는 비타민C를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예찬하는 것도 들었고, 어떤 의사는 하루에 비타민C를 10알 이상 먹는다고 한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대략적으로 과학시간에 배운 대로 괴혈병에 좋고, 결핍증은 일지만 과다증은 없다는 상식 정도.

 

 이 책은 비타민C에 대한 내 지식을 덧붙임하는 기회가 되었다. 일단, 내가 의문스러워했던 점을 알았다. 비타민C를 하루에 무조건적으로 많이, 10개 이상정도 과량으로 복용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는가. 대답은 '아니'였다. 비타민C를 많이 먹으면, 효용할 수 있는 만큼 효용한 후 나머지는 그대로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즉, 이런식으로 입으로 섭취하는 비타민C는 암환자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여기서 말하는 비타민C 섭취방법은 '점적'이다. 즉, 오렌지600개 정도의 고농도 비타민C를 혈액으로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다. 입으로 섭취하는 비타민C는 과다시 배출되지만, 점적은 직접 투여이므로 프로드러그로서 작용한다. 비타민C는, 과산화수소를 암조직으로 운반하는 프로드러그로서 작용하여 암세포를 죽인다. 즉, 활성산소의 한 종류인 과산화수소를 발생시켜 선택적으로ㅡ 다른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ㅡ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처음 이것을 노벨상을 2번이나 수상한 폴링박사가 의학계에 발표했지만, 무시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에도 그들은 제자들과 계속된 연구를 해왔고, 지금은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비타민C를 초고농도로 점적하는 것에 몸을 사리는 의사들이 많다. 자칫하면 의료사고로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보니, 부작용이 없는 항암제인 비타민C로 암을 치료하는 것은 미래에 긍정적으로 비춰진다. 또한 무시무시한 암 투병에 그토록 고생할 필요도 없으며, 값도 암 수술등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 무엇보다도 '부작용'이 없으며,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치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좋은 치료가 많은 사람들에게 대중화되어있지 않으며, 보험치료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의 나라인 일본에서에는 여러 곳에 점적 치료를 해주는 곳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 같다. 우리 나라도 빨리빨리 의학계의 소식을 접하여 실용화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면 좋겠다. 미국 의사들은 최신 의학계의 지식들을 빨리빨리 습득하여 환자는 코러너(co-learner)로서 자신의 병에 스스로 배운다고한다. 자신의 병으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병과 치료법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또한 병의 원인을 분석하여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RECNAC프로젝트가 있다. 우리도 환자를 위한 선진국들의 그런 태도를 배워 시급히 병에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저번에 진주문고를 배회하면서, 이것과 비슷한 류의 책을 보았다. 즉, 인물 등에 관해서 사전같은 지식이 있지만 딱딱하지 않게 구성된 책이었다. 그 시즈음에, 유명인의 이름은 아는데 그들이 한 업적을 잘 몰라서 답답했었다. 그러면 그 사람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사서 틈틈히 읽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서평도 쓰고 책도 받으니 너무 기쁘다.

 

 책 구성은 정말 마음이 든다. 차례부터 그러하다. 문학, 철학, 예술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파트별로 들어가기 전에 대충 맥락을 집고 넘어간다. 문학파트에서는 첫 부분에 나오는 것이 '문학이란?'이다. 그 개념을 잡고 나서, 나누어서 줄기를 잡아준다. 서양/동양문학으로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고, 각 부분의 첫 장에는 줄기(역사)를 잡아준다. 그리고 그 시대별로 인물들을 소개해준다.

 

 한 인물을 설명할 때도, 그 사람이 태어났던 시대적 배경->생애->업적 별로 구성되어있다. 문학이던 철학이던 예술이던, 그 시대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배경이 중요한데, 배경의 전체적 맥락을 설명해준다. 배경 지식이 조금 있다면 더 이해하기가 쉽지만, 많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더구나 사회적 배경을 알아가면서 역사까지 알게되어서 일석이조이다.

 

 또 중간중간에 빨간 박스로 일화나 개념이 설명되어있다. 파시즘, 로스트 제너레이션, 난세의 10가지 징조 등등.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을 알아나가고 일화를 알아가니 재미있다.

 

 사전과 같은 형식이어서, 차례에 구애받지 않고 읽고 싶은 부분을 골라서 읽을 수 있다는 것도 묘미이다. 한 주제당 2~3장을 할애애서, 별로 길지는 않다. 틈틈히 아무렇게나 펼친 후 그 부분을 읽어나가면 상당한 지식이 될 것 같다.

 

 이 책으로 몇몇 작품들을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테의 <신곡>을 읽었을 때, 그냥 무턱대고 읽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단테의 주인공들의 이름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다. 베르길리우스는 존경하던 로마 시인이었고, 베아트리체는 자신보다 먼저 죽은, 단테가 사랑한 여인이었다. 그리고 <신곡>을 지은 이유까지 알게 되었다. 단테는 그 시대의 혼란에 휘말려서, 현실의 종교적 부조리와 정치적 권력다툼때문에 추방당했다. 그래서 <신곡>을 통하여, 온갖 죄를 지은 자들이 거치게 될 지옥, 연옥, 천국에 이르는 과정을 묘사함으로써 자신의 신앙심, 그가 원하는 사회질서와 구원을 형상화한다는 것이었다.

 줄거리만 기억하던 작품들을, 작품이 지어진 배경 등을 알게 되니 내 지식의 깊이가 너무 짧았던 것 같아 반성해야겠다.

 

 위인전을 읽으면 더 자세히 할 수 있겠지만, 이 책도 꼭 필요한 부분만 잡아서 요약을 해놓아서 좋다. 한 번 읽어서는 모든 지식을 얻을 수 없으니, 틈틈히 기회가 날 때마다 읽어봐야겠다. 이 책만 제대로 외우고 정독한다면 커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 본 <문학,철학,예술> 말고도 여러 시리즈가 있던데 나머지 책들도 구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