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기존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과는 다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유명한 저자로서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으로써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 책, '편지'는 처음에 살인사건이 나오고 그 피의자가 바로 자수를 함으로써, 살인사건의 추리는 없다.
 형과 단둘이 살아가는 동생이 있다. 공부를 잘하는 동생을 위해, 형은 가난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동생을 꼭 대학에 보내고자 한다. 그래서 노동력만 필요한 직업을 구해 택배일을 하지만, 그것마저도 허리에 통증으로 그만두게 된다. 돈이 없어서 고민인 그에게, 도둑질의 유혹이 생긴다. 그래서 택배일로 가본 적이 있는, 부유한 할머니가 사는 저택에서 도둑질을 하기로 한다. 돈을 훔치고 나오려는데, 할머니와 맞딱드린 그는, 충동적으로 노할머니를 살해한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그. 바로 자수를 한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던 그의 동생. 형의 살인 소식을 듣고 경악한다. 그리고 이제 동생은, 누구도 의지할 수가 없는,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할 처지에 놓인다.
 돈을 구하는 것 부터 문제이다. 일자리를 찾으려고 면접을 보지만, 번번이 묻는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에서의 답변, 형이 있습니다, 강도살인으로 징역 15년 입니다, 라는 답변은 그를 취직시키지 못한다. 결국 그는 거짓말로 취직을 하지만, 그것도 나중에 밝혀지고 그 여파가 가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보니, 일자리를 떠나게 된다.

 자신이 살인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살인자인 가족을 두었다는 그 사실은 살아가는 내내 그의 꼬리표에 따라다닌다. 노래의 꿈을 접게 되고,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멀리하게 되고, 첫사랑도 그를 멀리 떠나가게 된다. 그리고 심지어 결혼하고 낳은 어린아이까지도 '같은 핏줄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다. 엄마들의 치맛바람에 의해서.

 그는 형을 저주하고 원망하게 된다. 사회에서 그는 형의 죄의 무게로, 자신이 속죄의 희생양이 된다. 그런 그를 보면서 무척 안타까웠다. 하지만 쉽게 사회의 인식이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연쇄살인마 강호순또한 그러하다. 죄는 그 사람이 지었지만, 그 사람 주변의 사람들이 받는 피해가 엄청날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피의자의 얼굴 사진을 공개하는 것을 꺼린 것이 아닌가.

 자신은 죄가 없지만, 혈연에 의하여 대신 죄의 무게를 받게 되고 심판받게 되는 피의자의 가족들. 그들의 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미묘하고 다루기 어려운 사안이다. 그들을 정상적으로 대우하려고 해도 아무렴, 꺼리낌이 없을 수가 없다. 솔직히 꺼릭침하다. 하지만 그들은 죄가 없다. 단지 그의 가족이 죄를 지었을 뿐이다.  만약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하면, 나도 그를 어떻게 대우해야 할지 모르겠다.
 결국 그 사람 가족들은,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 속죄의 무게에, 죄를 지은 그 친인을 원망하게 될 것이다. 이 책 '편지'의 동생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에 형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

 마지막 부분이 너무도 감동적이라,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런 실제 상황이 현실 사회에서는 항상 눈물로 감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돌을 맞을 피해자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피의자 가족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주위 사람들이 입는 피해가 크다. 뭔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 평범한 회사원, 아키오에게 일어난다. 늘 아내한테 말대꾸못하고 가장의 권위 없이 살아가는 아키오네 가정은 결코 화목하지 못하고 정이 없다. 그래서 아키오는 그런 집으로 가기를 꺼려하면서 회사에서 늦게 퇴근하려고 꾸물거리는데, 급박하게 아내한테 전화가 온다. 왜, 무슨 이유로, 그렇게 다급히 집으로 와라는 걸까?

 집으로 돌아온 그의 눈앞에 벌어진 일은, 정말 입이 딱- 벌어질만하다. 자신의 아들, 컴퓨터광이며 오타쿠적 성격을 보이는 나오미가, 7살짜리의 소녀를 죽인 것이다. 즉, 중학생인 아들이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범죄를 은닉해줄 것인가? 아니면, 경찰서에 가서 솔직하게 자수를 하겠는가?
 나라면, 자수를 하고 아들 교육에 대한 죗값으로 스스로 반성할 것이다. 처음에 아키오도 전화를 걸어 자수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아내, 야에코는, 자수할꺼면 자신이 자살할 것이라며 전화기를 내려놓게 한다.

 그리고 아들의 범행을 감추기 위한 그들의 은닉. 아키오는 소녀의 사체를 공원에 유기시키고, 초조하게 된다. 그에 반해 아들 나오미는, 반성은 커녕 부모의 고뇌조차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책을 읽어보면, 이 가정에는 참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문제의 초점은 그의 아내, 야에코인 것 같다. 자신의 고집이 대단하며, 아내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남편은 의무를 다하기 바라며, 아들에게는 오냐오냐하다보니 남편은 자신의 기를 펴지 못하고 아내에게 잡혀살고, 아들은 남에게 의존적으로만 되어버렸다. 또한 시어머니에 대한 야에코의 구박은 가히 절정에 달한다.
 아들 나오미는 잘못된 야에코의 교육으로 인해, 자신이 책임을 질 줄 모르고 남에게 뭐든지 떠맡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친구도 하나 없는 왕따이며, 게임이나 만화, 피규어 등의 일본의 오타쿠가 되어버렸다. 성격또한 비뚤어졌으며, 누구와도 사랑을 나누지 않고 맘대로 되지 않으면 자기 뜻대로 해버린다. 그런 그의 성격이 7살 소녀의 살인을 유발시켰을 것.

 
 나오미가 범인으로 잡히면 아들의 미래는 물론, 자신들 부부까지도 사회적으로 살인마의 부모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는 사회적 현실을 인지한 그들은, 어떻게든 범죄를 은닉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이 한 생각은, 바로 같이 살고 있는 인지층(치매와 유사함)에 걸린 할머니에게 죄를 덮어버리는 것.
 정말 잔인하지 않은가......?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주고 한 어머니에게 살인죄라는 명목을 뒤집어 씌우려고 하다니..... 몸이 부르르떨렸다.
 하지만 나중에 보면 알 수 있는데, 할머니는 치매에 걸린 것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죽으면서 아키오네 가정과 같이 살게 되면서, 할머니는 골칫덩어리가 되어버린다. 누구도 사랑이 없고 정이 없으며, 관심을 두지 않고 귀찮게 여긴다. 이 사실에 상심해버린 할머니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치매인 척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은연중에 경찰에게 이 집에 범행이 있었다는 것을 행동을 통해 알리고, 자신의 무죄를 '붉은 손가락'을 통해서 입증한다.

 경찰, 가가 교이치로도 그 사실을 안다. 하지만 아키오의 거짓자백, 할머니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믿어주는 척 하면서 연행시킨다. 그것을 보고 아키오는 울면서, 결국 자신의 아들이 살인자임을 자백한다...

 단순 추리소설이 아닌, 한 가정에 얽힌 문제까지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중학생의 살인이라는 소재와, 그것을 은폐하려는 가족...... 그리고 그들의 비윤리적인 최후의 수단... 너무도 비인간적이어서 타산지석으로  삼게되었다... 또한 가정교육의 중요성도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