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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시간에 많이 들어본 '누르하치.'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처음에는 징기스칸이랑 조금 헷갈렸었다. 왜냐하면 둘 다 '칸'의 칭호를 사용하였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일어서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그 두사람은 참으로 많은 닮은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구별하자면 누르하치는 청나라의 시조로서 명나라로 인해 흩어진 여진족을 통일하고 후금을 건국한 인물이다. 징기스칸은 몽고의 칸으로서, 본명은 테무친으로 누르하치보다 앞선 삶을 살았다.

그러나 대게의 유명인물들이 그러하듯, 그들의 삶은 평평대로가 아니였다. 일단 첫 시작부터 그러하다. 누르하치는 명나라의 '이이제이(오랑캐로 오랑캐를 물리친다)'라는 정책으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잃는다. 처음에는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아 젊은 혈기에 암살을 하려다가 실패하지만, 이내 삼국지의 제갈공명같은 모략자 장일화를 만나고부터 그의 본격적인 삶이 시작된다. 장일화는 성급히 명나라 장수 이성량에 대항할 것이 아니라, 일단은 충성을 다할 것을 권유한다. 그래서 누르하치는 명나라 황제 앞에서 무릎끓고, 그의 아버지가 맡았던 성을 담당하게 된다.

그 후에도 시련은 끊이지 않는다. 그가 혁도아랍을 다스리게 되는 것을 알자, 그의 당숙은 그 지위를 뺏으려고 암살자를 보낸다. 그 과정에서 첫째부인을 잃게 된다. 골육상쟁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아들 저영은, 나중에 병권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누르하치와 다섯 아들을 저주하다가 발각되어서 처형당한다. 같은 피끼리, 권력이라는 일시적인 욕망에 의해서 다투고 집착하는 것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무슨 권력에 그리 집착이 많은 것일까. 이 부분을 읽으며, 문득 후백제의 견훤이 생각났다. 아들에게 반역당해 감금당하고, 탈출하여 왕건에게 도움을 요청하러간 견훤. 왜 권력 앞에서는 정(情)이 없어지는 것일까.

누르하치는 혈육문제뿐만 아니라, 여자문제 또한 복잡하였다. 서로의 자존심으로 최고의 미녀 동가와의 애증. 그리고 대복진 아파해와 아들 저영과의 관계. 서이합제와 과이가를 둔 문제. 누르하치는 미인을 추구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점에서 조금 실망하였다. 무인이 미인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사람을 보는 기준은 미(美), 즉 외면이 아닌 내면이기 때문이다. 여자다툼으로 그는 친동생이 그에게 반역을 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든다. 또한 그의 부인 아파해와 그의 아들 저영이 서로 끌린 것이 발단이 되어, 저영이 그 일을 무마하려고 아들과 조카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발각된다. 그래서 저영은 태자자리에서 폐위되며, 누르하치가 새로운 칸왕은 후금의 대권을 혼자서 독립적으로 가지지 못하게 한다.

그 와중에 명나라는 망국의 길을 걷고 있었다. 책에 보면,

"제사에 쓸 소를 죽이기 위해 칼을 휘둘렀으나 칼날이 무뎌서인지 연속하여 세 번을 벤 후에야 겨우 소의 머리를 자를 수 있었다.......(생략).......

유초장이 장졸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말을 달리며 무술을 선보였더, 창을 몇 번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창 자루가 두 동강 나버렸다."

관리들은 뇌물을 서로 주고받기 일쑤이며, 황제는 여색을 즐긴다. 또한 목공예를 취미로 일삼으며, 정사를 돌보지 않는다. 그리고 환관 위진충에게 정사를 위임한다. 중국 역사에서는 환관이 나라를 망치는 데 큰 공헌을 하는 듯 하다. 삼국지에서도, 십상시라는 10명의 환관들이 나라를 주무르며 타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역사는 다 엇비슷 한 것 같다.

누르하치에게 배울 점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동분서주하였을 때, 친척들은 '대항하기에는 적이 너무 크다. 애석하기는 하지만 도와주지는 못하겠다. 그냥 단념하여라.'라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가 남겨준 단 13벌의 갑옷으로 '대칸'이라는 칭호를 갖게된다. 하지만 그의 삶을 통해 반성해야할 부분도 있었다. 성급하게 화를 내거나, 무모한 도전은 그의 삶에 오점이었다. 그의 고집으로 인한 무모한 도전으로, 그는 크게 패하며 부상을 입어 결국 죽음에 이른다. 또한 화로 인해, 화병이 생겨서 그의 죽음에 영향을 끼친다.

역사소설이라서 그런지, 부담스럽지 않게 술술술 읽혔다.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였다. 요즘 역사소설은, '역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상술적인 책들이 많아 실망하였는데, 이 책은 비중을 잘 다루고 있는 듯 하다. 소설이라는 생각보다는, 누르하치라는 인물의 전기전같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