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했던 인터파크에 오랜만에 방문을 해보니 한비야 누님의 따끈따끈한 새책이 나와있었다. 군복무 시절 비야누님의 책은 모두 섭렵하고, 이제나 저제나 언제 또 책을 내시나 기다려 왔었는데 드디어 새책을 내신 것이다. 책이 배송되고 들어가는 글만 읽었을 뿐인데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좋아하는 사람의 책을 읽을 때 느끼는 설렘이 어떤 것인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여행이나 긴급구호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써오신 비야누님의 이번 새책은 세상을 반발짝 앞서 살아본 언니, 누나로서의 한비야가 인생의 후배들에게 전하는 삶에 대한 통찰의 메시지였다. 자신, 공부, 돈, 사랑, 성공, 종교와 같이 많은 이들을 고민에 빠지게 하는 주제들을 한비야 특유의 유쾌함과 명랑함 그리고 넘치는 에너지로 풀어나간다. 목소리가 굉장히 크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넘치는 에너지로부터 나온 우렁찬 목소리가 책을 읽는 내내 귓가에 맴돈 기분이었다. 내가 비야누님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비슷할 것이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질줄 알며, 아는 것, 믿는 것들을 실천을 통해 스스로와 세상을 모두 이롭게 하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꿈을 꾸는 그 생기가득한 모습들에 나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반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비야누님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다른 많은 이들처럼 비야누님의 글을 읽고 입시공부와 학과 공부에 찌들리며 잊었던 꿈들을 하나씩 되살렸고 또 새로운 꿈을 꾸고 도전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상의 매너리즘이라는 녀석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어서 요즘의 나는 다시 생기를 잃고 있었다. 그랬기에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나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그것은 부끄러움이었다. 이런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은 아프리카 여자 아이들의 할례에 관한 부분에서 눈물로 분출되었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너무도 처참한 모습속에서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월드비전의 아동후원자가 33만명에 이르렀다는 대목에서 또 다시 마음이 먹먹했다. 제대하면 적어도 한 명의 아이만큼은 후원하자고 용돈을 아끼고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그렇게 하자고 굳게 한 다짐을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7만원의 보조금에서 2만원을 후원하는 분도 계시다는데...나의 끝없는 욕심과 허영이 또 나를 부끄럽게 했다. 물론 오늘 내가 느낀 부끄러움이 앞으로 나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이 책의 표지를 볼 때마다 오늘의 부끄러움을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라는 것이다.
비야누님은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의 문턱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한다. 긴급구호에 대한 이론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신다고...아마 미국 유학이 누님의 마지막 도전은 결코 아닐 것이다. 아마 평생을 새로운 도전의 문턱을 건너다닐 것이다. 그동안 삶을 통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열정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을 응원했던 누님에게 열렬한 팬이자 충성스러운 독자인 내가 조용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새로운 삶을 향한 당신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두드리세요~열릴때까지^^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