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마흔이 되는 폴, 그녀의 연인이며 자유분방한 남자 로제, 스물다섯의 미모의 청년 시몽..
이 세사람의 엇갈리는 사랑이야기다. 

폴과 로제는 오년이 넘도록 연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서로를 자유롭게 놓아두는 조건으로, 폴은 이에 대해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로제는 그것을 알면서도 내색하지 않는다.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외로워하는 폴에게 다가온 젊고 아름다운 시몽..
그의 사랑은 이십대의 푸릇함, 아니 그보다는 정열적인 붉음을 닮았다.
'외로움을 택한 자 그대는 유죄, 고독형을 선고하노라' 와 같은 대담하고 재치있는 말로 
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점차 멀어지는 걸 느낄 때 다가온 사람을 그 누가 붙잡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랑이 떠나갈 때면 스스로의 존재는 한없이 작아지고, 녹아없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며 
이유없는 자괴감 혹은 분노에 시달리게 된다. 그럴 때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숭앙하며 
더없이, 그 자체로 배려해주는 사람은 구원과도 같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 그렇게 간단한가. 
새로운 사람이 위로가 되어줄지언정 새로운 사랑이 되기는 힘드니,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옛 사랑이 갑자기 잘못을 고백하며 사랑한다 돌이킨다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흔치 않을 터. 
폴은 시몽을 연민으로 바라보면서도 언제고 로제가 돌아온다면 시몽을 버릴 것이라 생각한다. 

로제는 폴을 사랑하면서도 그 자신의 자유를 더 사랑하여 젊은 여자들과 염문을 뿌리고 
폴은 로제가 돌아오길 바라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시몽은 - 나이때문일까 - 유일하게 순수한 인물이다. 감정에 솔직하고 실수나 멍청한 행동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의 목적은 오로지 폴을 얻는 것.. 그러나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폴은 그런 저돌적이며 열정적인 시몽의 
밝음이 어린애처럼 보일 뿐이다. 

아무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그들은 각자의 욕망 속에서 허우적댈 뿐이다. 

이 사랑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편안하게 줄줄 읽히는 산문체와 
예리한 심리묘사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나이가 들었고, 사랑을 얻지 못하며, 혼자 늙어갈 것이라 자조하는 
폴의 심리묘사는 읽는 것만으로 쓸쓸함을 가중시킨다. 
혼자 침대에서 일어나야 하는 아침, 아무것도 없는 벽, 오지 않는 전화.. 따위는 그녀의 허전함을 대변한다. 

설레는 사람을 만나고 돌아와 이 책을 읽었다. 
사랑이란 어느 것이건 간에 감정이입을 하도록 하니, 
폴이건, 로제건, 시몽이건 모두 이해할 수 있었고, 몇 번이나 책 속에 빨려들어갈 뻔 했다. 

사강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고 하지만,
그녀의 사생활이나 철학에 대해서는 알 도리가 없고 알고 싶지도 않고, 
이 책으로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할 듯 하다. 

만남과 헤어짐 그 사이 감정의 파고를 다루고 있는 짧은 이야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목은 시몽이 폴에게 데이트를 신청할 때 썼던 메모의 한부분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폴은 로제에게 얽혀 잃어버렸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브람스를 좋아했던가? 내가 무엇을 좋아했던가.." 하는 식으로. 

아메부- 브람스..라는 원제를 읽어보면 작품이 지닌 몽롱하고 애매한 느낌이 그대로 풍겨나온다. 
사랑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 속의 쓸쓸함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과거에 스쳐지나갔던 느낌을 이 책 속에서 발견할 수도. 
그럴 때 과거가 비로소 정리된다..고 해야 하는 건가. 

가끔 끝나는 게 아쉬운 소설이 있다. 
재미있어서라기보다는 정이 든게지. 헴. 

이 책은 500페이지에 육박한다. 
디테일을 제대로 묘사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잘 몰입이 안될 수도 있지만, 
상황파악 끝, 인물 파악 끝. 다음엔 빠져들어 읽을 수 있다. 

제목이 살벌한 범죄소설치고 스릴은 없지만, 
뉴욕의 음습한 단면을 잘 그려냈다. 
매일 살인이 일어나고, 가책없이 죽이고 상처입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일상적으로 그려진다. 

무면허 탐정 매트와 창녀들, 포주 챈스
그들 사이에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죽이고
누군가는 범인을 찾아내려 애쓰는 이야기이다. 

매트가 범인을 추적해가는 이야기와 술끊으려 애쓰는 이야기가 서로 번갈아 나오고
(거의 그의 일상이다. 매일 탐문수사를 하고 금주모임에 참석하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머리쓰는 영민한 셜록홈즈 이미지가 전혀 아니고, 
발로 뛰는 수더분하고 좀 지치고 알콜중독끼가 있는 은퇴한 경찰이자 무면허 탐정. 
그런데 왜 그리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는지. 그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리 재미있다고 생각은 못했는데 
중반을 넘어가니까 점차 사건보다는 사람들의 행방이 궁금해지더라. 
사건 위주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심리라든지 대화를 위주로 하는 소설이라 그렇다. 

다만 번역이 좀 아쉽다. 원본을 보지 않은 이상 명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직역의 어색함이나 이해불가한 부분이 있었다. 원본을 좀 보고 싶다. 
책 뒤의 '읽다가 울어버렸다'는 피플지의 홍보문구가 좀 이해가 안가서. 
(혹시 같은 알콜중독자? 감정이입한건가?) 
홍보문구를 좀 보자. 

뉴욕타임즈에서는 '정확한 대사와 예리한 묘사. 눈을 씻고 봐도 허술한 구석을 찾을 수 없다'
크라임 타임즈 '블록의 문장에는 가장 어두운 구절에조차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경쾌함이 있다.' 고 했다. 

이 두가지는 문장에 대한 얘기인데 번역으로서 더더욱 알기 어려운 부분이다. 허술한 부분이 좀 있던데;; 경쾌함도 모르겠고;;
이럴 때면 정말 영어를 잘하고 싶다~ 원본으로 읽거나 매우 잘된 번역본으로 읽어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잖아. ㅠ.ㅠ 
언젠가는 원본으로 도전해보리라! 

그래도 괜찮은 소설이었다. 

북까페 갔다가 머리 식힐 요량으로 펴든 책이다. 

싸이월드 디자인을 본따 만든 책 표지가 신선했고 제목이 유쾌해서 손이 갔다. 

메뉴별로 다양한 소재로 쓴 한 두 페이지 분량의 글들을 모았다. 

인간 김영하에 대해 많은 부분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의 사소한 일상이나 내밀한 생각들, 작가로서의 생활을 알 수 있었고, 

그가 찍은 사진들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김영하의 랄랄라 하우스~ 말그대로 그렇다.


관심가는 것들만 골라서 읽다가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구석구석 되짚어가며 거의 다 읽었다.

역시 작가의 눈은 다르긴 다르구나 싶은 것이 

일반인들과 같은 사물을 보고도 신선한 사고를 한다는 것. 그 사고의 흐름이 흥겨웠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가끔 느끼는, 이런 쌍큼한 기분때문에 책을 계속 읽어야 했다.  즐거웠으니까. 

무엇보다 글들에 그 특유의 유머가 배어있다. 

푸근한 유머가 아니라, 지적이면서 논리가 있는 유머이다. 

글의 느낌 자체가 왠지 건조하고 감성적인 면이 배제된 듯한데(일부러 배제했다기보다는 이분의 성향이신듯), 

유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이렇게 웃긴지. 작은 웃음 여러 번, 큰 웃음 빵 빵 터뜨려주셨다. 

실제 홈페이지에 연재하셨던 글인듯, 글 아래 댓글까지 그대로 책에 실어주시는 센스!

댓글을 보니 정겹기도 하고, 같은 독자의 입장이니 반갑기도 했다. 

머리가 복잡할 때, 일상에서 새로운 자극을 찾고 싶을 때, 

가벼우면서도 가끔 무거운 이 에세이를 읽어보자. 

읽고 나서 랄랄라~ 김영하처럼 흥얼거리게 될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