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화재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자신의 목소리까지 함께 잃어버린 그녀. 그녀는 계모에게 갖은 핍박을 당하다 결국 이복동생 수정의 혼사 문제로 집에서 내쫓기게 되지만, 낯설고 냉혹한 세상 속에서도 운 좋게 만난 지현이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호텔의 메이드로 취직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명라호텔의 사장, 지환우. 그는 자신의 원하지 않는 정략결혼으로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다. 그러다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연찮게 비에 젖어 떨고 있는 한 여자를 태우게 된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자신의 신경을 건드리는 그녀가 못마땅하기만 한다. 그는 애써 호텔의 여급 따위에게 신경 쓰지 않으려 하지만, 호텔 안에서 자꾸만 마주치게 되는 그녀를 왠지 가만 내버려 둘 수가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그녀에게 접근을 시도한다. 그러나 저돌적인 그의 접근도 그녀가 벙어리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주춤한다. 그는 예기치 않은 충격과 함께 이상한 감정으로 크게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하지만, 그녀에 대한 이끌림을 부정할수록 왠지 그녀를 떠올리는 시간은 더 길어만 진다. 참다못한 환우는 결국 자신의 양심을 버리면서까지 욕심나는 그녀를 가지리라 결심한다.

그들의 마음이 깊어질수록 그들을 둘러싼 진실 또한 크나큰 위험이 되어 다가오고, 환우는 결국 세나를 향한 자신의 진심 어린 감정을 깨달으며 원하지 않는 정략결혼을 파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 순간, 운명의 장난과도 같이 세나는 그에게 자신 외에 다른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리고, 환우는 자신의 약혼녀였던 수정이 다름 아닌 세나의 이복여동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뒤엉킨 관계가 수정의 난입으로 삼자대면을 하게 되면서 세나는 환우에게 기만당한 상처에 이어 그의 약혼녀가 수정이었다는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만다. 그 즉시 환우는 세나를 병원으로 데려가지만 그곳에서 더욱 놀라운 사실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벙어리로 알고 있던 세나가 단지 실어증에 걸렸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하지만 연이은 충격에 놀랄 새도 없이 병원에 입원한 세나가 밤마다 발작을 일으키며 악몽에 시달리자, 환우는 그녀의 발작 증세의 원인을 찾기 위해 자신의 비서에게 세나에 대한 조사를 시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환우는 아버지가 정한 자신의 약혼녀가 본래 세나였으며, 그것을 세나의 계모인 장 여사가 수정으로 바꿔치기 했다는 또 다른 진실을 알게 된다. 거기다 세나를 반평생 동안 벙어리로 살게 했던 그 화재 사건에 장 여사가 직접적으로 개입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면서 환우는 장 여사의 끔찍한 범죄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본능적으로 예감한다...............................................................................................................................

어젠 어떻게 된 거지? 내가 분명 그 방에 있으라고 했을 텐데.”
하지만 그의 낮은 다그침에도 그녀는 처음부터 그랬듯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당혹스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데 순간 환우는 그 눈빛에서 이상하게도 뜻 모를 절망감을 보았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 절대 그럴 리 없는 말인데도 환우는 뭔지 모르게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을 그녀의 눈을 통해 본 것 같았다. 생소한 경험이었다. 반면 분명하게 전해져 오는 그 뜻이 그를 무척이나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지금 겁을 먹고 있었다. 다름 아닌 그 앞에서 그녀는 또다시 궁지에 몰린 사슴처럼 잔뜩 움츠러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환우는 그것에 더 화가 났다. 내가 자기를 해치기라도 할 듯 보이던가. 나를 그런 놈으로밖에 여기지 않았던가. 생각해 보면 그녀의 입장으로선 그게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환우로서는 그녀가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아직도 풀지 않은 것에 그저 화가 날 뿐이었다.
환우는 이를 악물며 그녀의 팔목을 다시 거칠게 잡아당겼다.
“벙어리야? 말 못해? 한 번 더 내 말을 무시했다간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하지만 화가 나서 제멋대로 내뱉은 말과는 달리 그 말을 한 순간, 환우는 후회했다. 숨길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눈이 커다랗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무언가가 갈라진 듯, 깨어진 듯. 그리고 상처받은 듯……. 그녀의 눈 속에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커다란 지진이 일어났다. 마음속에 생긴 커다란 균열. 그녀의 눈에서 그것을 본 순간 환우의 가슴에도 무언가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손을 든 순간, 결국 흔들리던 가슴에 쫙 금이 가고 말았다.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한동안 그만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그녀가 한 행동……. 그것은 수화였다.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들이 사용하는 대화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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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3녀의 딸로 남동생을 하나 둔 희망슈퍼의 천덕꾸러기 백수, 후자. 그녀는 가족들 속에 융화하지 못하고 자신만큼이나 천덕꾸러기 신세인 잡종 똥개에게 위로받는다. 학창 시절도 왕따였지만 나름대로 꿋꿋하게 지내며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말쑥하게 생긴 친구, 경수를 만난 건 1학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그 만남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5년째. 경수는 후자와 있으면 항상 손해를 본다. 그녀가 하는 엽기적인 행동으로 주변의 시선을 덩달아 받아야 했고, 후자가 벌인 사고의 뒷수습도 언젠가부터 당연한 듯이 경수가 처리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후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경수는 친구가 아닌 웬수에 가까운 그녀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점점 그녀에게 동정 이상의 뭔가를 느끼게 되지만 그게 뭔지 파악하지 못한다. 후자는 매일 아침 희망슈퍼에 450원씩 들고 나타나 200ml 우유를 마시는 외모 하나는 끝내주는 민혁을 알게 된다. 하지만 후자는 그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후자는 한 노인을 만나 인연을 맺는다. 후자는 노인에게서 평생 먹어도 못 다 먹을 욕을 하루에 수십 번도 더 들으며 노인이 운영하는 작은 구둣방에 일하게 된다. 아무도 없는 불쌍한 독거 노인으로 여겼던 노인이 민혁의 할머니임을 알게 된다. 노인의 이름은 정주미, 미세스의 회장. 노인은 우리나라 슈즈업계의 대모이자 기업의 큰손이었다. 정주미는 모든 것을 이루었지만 인생무상을 느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던 중에 후자를 알게 되고 손자며느리로 삼고 싶어 한다.
정주미의 양아들 권용길은 어느 날 갑자기 후자에게 찾아와 스카우트 제의를 한다. 마땅히 할 것 없던 그녀는 제의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에 돌입한다. 후자는 광고모델로 특이한 카르스마를 선보여 의상쇼 무대와 드라마 연기자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을 원 없이 받게 되고, 삶에 자신감을 얻는다. 그리고 제비로 여겼던 민혁의 사랑에 거부반응도 사라진다. 하지만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려고 할 때, 민혁의 정혼녀 보라의 술책으로 어려운 고비들을 맞는다. 실타래 같은 운명은 엉키며 늘 후자를 곤란 속에 빠뜨리지만 항상 민혁이 그녀 곁에 있어준다. 그의 성실함과 변함없는 사랑을 느끼던 중 후자는 그가 어려운 집안의 장남이 아닌 대기업의 외아들임을 알게 된다. 후자는 자신을 속인 민혁과 정주미를 용서할 수 없었다. 민혁의 행동들이 모두 가증스럽게 여겨져 냉정하게 그를 대하며 다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그러던 중 후자는 노인에게서 민혁의 사고 소식을 전해듣고 그제야 그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정주미는 양아들의 삐뚤어진 욕심을 바로 잡아주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게 정리하고 나서 생을 마감한다. 정주미가 죽은 날 기적처럼 의식이 없던 민혁이 깨어난다. 그리고 후자와 민혁, 그 둘은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